닮고 싶은 거상(巨商) 정주영, 호설암, 이나모리 
 
 
정주영, 호설암, 이나모리. 동아시아에서 이들만큼 족적을 많이 남긴 경제인들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 발자국만으로 기업에 훌륭한 교범이 되고도 남는다. 
 
필자는 이 세 사람과 관련된 책들은 가능한 한 모두 읽어 보려 노력하였다. 배우고 싶은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각자 한국, 중국, 일본 출신이고 살았던 시대도 다르지만, 그들은 자신의 국가와 기업, 사람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특히 정주영 회장과 이나모리 회장은 세계화 측면에서 많은 노력을 한 사람이기도 하다. 
 
▲현대차그룹 계동사옥 본관에 설치된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흉상.
한국의 ‘웨스턴 카우보이’ 기업가 정주영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은 한국의 간판 경영자다. 불굴의 노력으로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들을 만들었다. 
 
그가 남긴 공헌은 우리가 모두 알다시피 매우 다양하고 많다. 특히 1970년대부터 해외에 진출하여 한국이 중진국으로 발돋움하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 
 
필자가 생각에 정주영 회장의 남다른 점은 첫째로 도전정신이다. “해보았어”라는 말로 요약되는 그의 한마디에 그의 리더십과 도전정신이 모두 축약돼있다. 
 
둘째는 기업가로서 꿈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자동차 수리업으로 시작해서 자동차 기업을 일구었고, 황량한 해변가 사진을 가지고 해외에서 투자를 받아 조선소를 세웠다. 한국전쟁 중에 미군에게 공사를 수주받아 시작한 사업으로 세계적인 건설회사를 만들었다. 이처럼 그는 꿈이 가득한 사람이었다. 
 
셋째는 상상력이 큰 기업가라는 점이다. 아산만 방조제 마무리 공사에서 마지막 방조제 연결공사가 난항에 이르렀을 때 울산에 있는 대형 유조선을 끌어와 거센 조류를 막고 물막이 공사를 마무리하는 아이디어는 전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든 것이었다. 
 
주베일 항만 공사에도 공기(工期)를 줄이고 비용을 줄이기 위해 거대한 해상구조물을 예인선으로 울산에서 중동 현지까지 운송하여 공사를 감행했다. 이러한 그의 상상력은 세계적인 공학자들보다도 더 위대한 것이었다. 그가 아니었다면 그런 대역사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주영 회장의 성공 원칙은 신용을 생명으로 생각하며, 검소하며, 새벽에 하루를 시작하고, 독특한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목표를 정하고 신념 있게 추진하는 것이다. 
 
그는 특히 신용을 중요시하였는데 특히 “신용은 나무처럼 자라는 것이다. 또한 신용이란 명예스러운 것이다. 당신은 자본이 없는 것이 아니라 신용이 없는 것이다. 당신에게 돈을 빌려줘도 된다는 확신이 들 만한 신용을 쌓아 놓지 못했기 때문에 자금 융통이 어렵단 말이다. 당신이 이를 성공시킬 수 있다는 신용만 얻어 놓으면 돈은 어디든지 있다”고 한 것은 너무나 황금 같은 말이다. 
 
해외 출장을 갈 때 외국기업들은 나이가 55세 이상이면 사흘 전에, 젊은 사람은 이틀 전에 도착하여 쉬도록 한다. 그러나 정주영 회장은 그렇게 해서는 경쟁자를 이길 수 없다고 했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현장에 나아가 일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세계적인 경제학자인 마이클 포터는 정주영의 이러한 현장 중심주의를 일컬어 ‘서부 카우보이 총잡이’라고 표현했다. 단순한 장사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전 회장(왼쪽)과 중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거상 호설암을 다룬 책 표지.
상도를 알고 행한 중국인, 호설암
 
중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거상을 뽑자면 호설암(胡雪岩)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청나라 말에 발생한 태평천국의 난을 기회 삼아 거상이 될 수 있었는데, 현대에 이르러서는 기업의 사회 환원과 같은 좋은 일을 많이 하였다. 
 
가난한 부모 밑에 태어나 간신히 글을 공부하고는 저장성 항저우에 거취를 옮겼다. 거기서 근대적인 은행인 전장에서 수습과정을 거쳐 사장에게 신용을 얻으며 거상이 될 수 있었다. 그는 거상이 된 후에도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버는 것을 경계하였으며 항상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으려 노력하였다. 
 
특히 그의 성공철학은 돈보다 사람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다. 훌륭한 사람을 위하여서는 이익이 적더라도 거래를 유지하고 기다릴 줄 하는 사람이었다. 
 
특히 자신이 얻은 재산은 남에게 반드시 주변 사람에게 베풀었다. 그가 현재까지 중국사회에서 존경받는 것은 그러한 환원에 대한 철학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사업가로서 구두쇠로 살게 되는 것을 걱정하였다고 한다. 
 
중국인들은 신년이 오면 누구를 만나든 인사를 할 때 '궁시파차이(恭喜發財)'라는 말로 대화를 시작한다. 돈 많이 벌기를 기원한다는 뜻이다. 그만큼 중국인들에게 돈은 모든 것에 가장 우선시되는 항목이기도 하다. 한국의 대박 나길 바란다는 신조어와 뜻이 비슷할 것이다. 
 
중국 속담에 창업도 어렵지만, 수성은 더 어렵다(創業難守成更難)는 말이 있다. 중국 상인들은 1세대는 창업을 하고, 2세대는 그 부를 즐기며 업적을 쌓지만, 3세대는 이를 탕진한다는 말을 해왔다. 이는 상인 사이에서 가족이 대대로 경영하는 장사는 3대 이상 연속해 잘 되기 어렵다는 역사적 경험을 알려주는 것이다. 
 
호설암을 통하여 기업이 성공에 이르면 사회 환원에 가치를 다시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중국 상인들의 기본 철칙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자생(自生)으로 자신의 운명과 미래는 스스로 개척하며, 둘째는 혜안(慧眼)으로 정확한 정세와 시장의 흐름을 읽으며, 셋째는 선점(先占)해 한발 앞서 시장을 공략하며 넷째, 공생(共生), 즉 대동하여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며 다섯째, 확장(擴張), 즉 수완을 발휘하여 영역을 넓히며 여섯째, 분투(奮鬪), 즉 힘을 다하여 진정한 상인이 되며, 일곱 번째로는 융통(融通)해 한길만 가다가 막다른 길에 다다를 때까지 달려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들은 하늘 아래에 시장이 아닌 곳이 없다는 가치를 가지고 노력한다. 
 
“기계는 고장 나고 인간은 실수한다”는 이나모리
 
이나모리 가즈오(INAMORI KAZUO) 교세라 전 회장은 얼마 전인 2022년 8월 30일 90세의 나이로 타계했다. 그는 마쓰시타 고노스케(마쓰시타전기 그룹), 혼다 소이치로(혼다자동차)와 함께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3대 기업가 중 한 사람이다. 
 
그는 기업을 성에 비유하면 사람은 돌담이며, 큰 돌만 사용해서는 돌담을 만들 수 없다고 했다. 큰 돌과 큰 돌 사이에 작은 돌을 채워 넣어야 비로소 견고한 돌담이 만들어져 성을 지탱할 수 있다고 했다. “지혜가 있는 자는 지혜를 내고, 지혜가 없는 자는 땀을 흘리라”라는 말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조직이라고 했다. 
 
사람이 근면·성실하고 회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이 있다면 소중히 여겨야 하다고 생각했다. 즉 그 사람의 인간성과 회사에 대한 애착심을 최우선 조건으로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이나모리 회장이 2조 엔의 부채를 지고 쓰러진 JAL(일본항공)을 수렁에서 건질 때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기계는 고장이 나고 인간은 실수를 한다는 점이다. 안전한 비행과 양질의 서비스를 하려면 기본적으로 이러한 점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즉 그런 문제에서 벗어나려면 고장과 실수를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논리다. 
 
그는 JAL의 회생을 위해 정비 때 사용하는 기름때 묻은 장갑을 빨아 사용하도록 했다. 또한, 비행기 한 편을 운항하면 수지를 다음날 산출하도록 했다. 
 
어느 회사이건 세월이 지나면 조직은 비대해지고 인간은 관료화한다. 이런 것들을 타파하는 것이 세월을 넘기지 못하는 회사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이나모리는 끈기 있는 바보가 더 낫다고 한다. 
 
특히 경영 12조를 만들어 직원들을 교육하고 이행하고자 노력했다. 경영 12조는 우리가 기업을 내실 있게 운영하고 회사의 외연을 확장하는 데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그 세부는 다음과 같다. 
 
첫째, 사업의 목적과 의의를 명확하게 세워라. 둘째, 구체적인 목표를 정하라. 셋째, 강렬한 소망을 품어라. 넷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도록 노력하라. 다섯째, 매출을 최대한으로 늘리고 경비를 최소한으로 줄여라. 여섯째, 가격 결정은 경영이다. 일곱째, 경영은 강한 의지로 결정된다. 여덟째, 불타는 투혼을 가져라. 아홉째, 모든 일에 용기를 갖고 임하라. 열 번째, 항상 창조적인 일을 하라. 열한 번째,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라. 열두 번째, 항상 밝고 긍정적으로, 꿈과 희망을 품고 정직한 마음을 지녀라. 
 
 
▲정병도 사장은 1999년 4월 인조피혁제조 및 바닥재 수출회사인 웰마크㈜를 창업한 이후 경쟁기업들이 주목하지 않던 아프리카, 중남미 시장을 성공적으로 개척해 주목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지구 60바퀴를 돌 만큼의 비행 마일리지를 쌓으며 ‘발로 뛰는’ 해외마케팅을 실천했다. 강원도 화천에서 태어나 경기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을 공부했고 고려대학교에서 국제경영석사 과정을, 청주대학교 국제통상 박사과정에서 이문화 협상(CROSS CULTURE NEGOTIATION)을 공부했다. 저서로 ‘마지막 시장-아프리카&중남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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