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고급 슈퍼마켓’ 하면 단연 홀푸드마켓(Whole Foods Market)이 오랜 기간 손꼽혀왔다. 그러나 요즘에는 홀푸드에 대한 열광과 관심이 예전만 못하고 대신 홀푸드보다 한 차원 더 고급스러운 프리미엄 슈퍼마켓들의 존재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의 에러완(Erewhon)도 이 중 하나다.
 
★고급 슈퍼마켓의 대명사 홀푸드마켓=미국인들에게 가장 친숙한 슈퍼마켓 체인점을 생각해보라면 월마트를 비롯해 랄프스, 타겟, 트레이더조스, 앨버슨스, 본스, 크로거 등을 떠올린다. 이렇게 많은 슈퍼마켓 중에서도 좀 더 건강한 느낌을 주는 스페셜티 슈퍼마켓으로 홀푸드가 있다.
 
오랜 기간 미국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홀푸드는 건강하고 깨끗한 재료로 만든 식료품과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고급 슈퍼마켓으로 매장에서 직접 만든 제과류, 샐러드 바, 피자 등의 간단한 델리 제품으로도 유명하다. 입점 조건이 까다로운 만큼 상품의 수준이 높아 일반 슈퍼마켓에 비해 가격이 꽤 세다.
 
홀푸드는 2017년 아마존에게 인수된 뒤 정체성의 변화를 겪게 된다. 전자상거래 업계의 거인 아마존은 홀푸드를 인수한 뒤 전반적인 상품 가격 인하에서부터 최신 기술의 빠른 도입까지 홀푸드를 상당히 변화시켰다. 인수 이후 전국적으로 60개의 새로운 지점을 개설했고 특화 영역이 온라인 쇼핑인 만큼 온라인 배달 주문만을 위한 다크스토어 개념의 매장도 뉴욕에 새롭게 선보였다.
 
아마존프라임 멤버십을 홀푸드에서도 적용하는 동시에 홀푸드 매장을 아마존 주문 제품의 반품 창구로 활용하게 한 것 역시 큰 변화다. 또한 ‘고품질 유기농 식품을 더 합리적인 가격에 누구나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는 아마존표 홀푸드의 목표 달성을 위해 자체 상표(PL) 제품의 가격을 전보다 더 낮추고 일부 운영방식을 중앙집권화하는 동시에 지역 특성에 맞는 로컬 납품업체의 규모를 늘려 지역별 독창성도 살렸다.
 
그러나 홀푸드의 이 같은 변화를 달가워하지 않는 미국 소비자도 적지 않다. 아마존 인수 이전부터 홀푸드를 애용했던 소비자 A씨는 KOTRA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아마존 소유의 홀푸드로 바뀐 이후 원래의 프리미엄 이미지가 다소 사라지고 이제는 아마존 구매 제품의 반품 창구라는 이미지가 더 강해지는 것 같다”고 밝혔다.
 
미 언론들도 하이엔드 식품매장의 원조 격이던 홀푸드가 아마존 인수 이후 ‘딜(Deal)’과 ‘편의성(Convenience)’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홀푸드는 손금 생체인식을 활용한 자동 결제기술의 도입을 시도하면서 개인정보 이슈에 대한 우려를 낳기도 했다.
 
★로스앤젤레스(LA)의 럭셔리 슈퍼마켓 에러완=홀푸드보다 한 차원 더 고급스러운 식료품점으로 주목받는 슈퍼마켓 브랜드가 ‘에러완’이다. 산소가 충전된 생수 한 병 12달러, 유기농 달걀 한 판 12달러, 키토 초코칩 쿠키 한 개 6달러, 유기농 팝콘 한 봉지에 7달러를 쓰게 만드는 에러완은 언론에 ‘건강식품의 성지’, ‘요즘 영앤리치들의 비공식 아지트’, ‘LA 지역에서 가장 핫한 팬데믹 시대의 클럽’ 등으로 소개되고 있다.
 
에러완은 특히 눈길을 사로잡는 다양한 색깔의 스무디 제품으로 유명한데 몇 달 전에는 셀럽과의 콜라보레이션 상품으로 큰 관심을 모았다. 팝스타 저스틴 비버의 아내이자 모델 겸 셀럽으로 유명한 헤일리 비버와 함께 만든 ‘스트로베리 글레이즈 스킨 스무디’가 그것. 음료를 소개한 헤일리 비버의 소셜미디어 영상은 240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단숨에 화제에 올랐고 이 스무디를 먹어본 반응이나 레시피 등 관련 내용을 공유하는 콘텐츠도 대거 등장했다. 한 잔에 17달러라는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인기 절정의 이 스무디와 함께 에러완에 대한 관심이 동반 상승했음은 물론이다.
 
LA 기반의 럭셔리 슈퍼마켓 체인 에러완(Erewhon)은 ‘Nowhere’의 철자를 뒤에서부터 표기한 이름으로 베벌리대로에 위치한 본점을 포함해 산타모니카, 베니스, 스튜디오시티 등 LA 인근 지역에 총 8개 매장을 두고 있다. 1966년 보스턴에서 두 명의 창립자가 자연식 및 유기농 식품을 소규모 판매하면서 시작된 에러완은 천연 및 유기농 식품을 판매한 미국 최초의 매장으로 알려져 있다. 1968년 LA로 기반을 옮겼으며 2011년 현재의 최고경영자(CEO)가 회사를 인수해 새롭게 브랜딩하면서 지금의 호화 슈퍼마켓 이미지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에러완의 특징으로는 천연·유기농·건강식 분야의 트렌드 선도, 유기농 인증된 고급 제품, 다양한 PL 상품, 프리미엄을 내세운 높은 가격 등을 들 수 있다.
 
에러완은 각종 대체 단백질 식품이나 비건, 키토 등의 스페셜티 식품들이 대중적으로 알려지기 훨씬 전부터 이들 식품을 취급해왔다. 지금도 평소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생소한 식물 기반 식품이나 세계 각국의 다채로운 식료품을 많이 취급하면서 스페셜티 식료품 업계의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또한 흔하지 않은 ‘유기농 인증 소매점’으로서 건강하고 안전한 식재료와 식품을 보장하며 각종 수프에서부터 소스, 양념, 스낵, 베이커리, 생수, 간편 식품, 델리, 주스, 커피, 원두, 육류, 올리브오일, 비타민과 같은 각종 영양 보조제까지 다양한 PL 상품을 판매한다. 특히 PL 상품 가운데 100달러대 후반의 후디나 스웨트팬츠 같은 제품은 없어서 못 팔 정도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가격인데 상식 수준보다 몇 배 높은 대부분의 상품 가격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에러완의 ‘사악한 가격’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일부 단골 소비자들은 건강에 대해 불안해할 필요 없는 안전하고 좋은 상품만을 취급하므로 기꺼이 추가 비용을 지불한다는 입장이어서 셀럽이나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호평이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다수의 보통 소비자들에겐 대부분 ‘상식을 벗어나는 값비싼 슈퍼마켓’으로 인식되며 일각에서는 ‘아무리 고급 콘셉트지만 슈퍼마켓일 뿐’, ‘건강보다는 허세를 위한 장보기’ 등 비판적인 의견과 이를 풍자한 온라인 콘텐츠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우리 기업 시사점=미국에서는 홀푸드 이외에도 스프라우츠, 브리스톨팜스, 레이지에이커스, 애크미마켓, 해리스티터 등 건강과 웰빙에 초점을 맞춘 고급 슈퍼마켓들이 전국적으로 또는 지역별로 다양하게 존재해왔지만 에러완의 사례처럼 특별히 화제가 된 경우는 드물다. 요즘 젊은 미국 소비자들은 왜 에러완 같은 비싼 프리미엄 슈퍼마켓에 열광할까?
 
KOTRA 무역관과의 인터뷰에 응한 에러완 관계자는 “우리 매장을 찾는 대부분의 소비자는 가격보다는 건강, 웰빙, 안전, 같은 세대와의 소통과 교감 등에 더 큰 가치를 둔다”며 인기 요인을 꼽았다. 소비자의 식료품 쇼핑에 대한 가치가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치관의 변화는 코로나19를 겪으며 더 가속됐고 최근 젊은 세대의 특징들과 맞물려 새로운 소비시장을 형성 중이다.
 
몇 년 전 브리스톨팜스, 레이지에이커스 등의 고급 슈퍼마켓 브랜드를 소유한 식료품 체인 굿푸드홀딩스를 인수하며 미국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신세계 이마트는 지난 3월 브리스톨팜스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뉴파운드마켓을 캘리포니아주 어바인 지역에 개점해 주목받은 바 있다. 뉴파운드마켓은 에러완과 마찬가지로 지역별 독특한 식재료와 유기농 제품을 판매하는 프리미엄 식료품 매장으로 변화하는 미 소비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얻을지 주목된다.
 
물론 고급 슈퍼마켓이 미 식료품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낮다. 하지만 이는 미 소비시장의 유의미한 변화 트렌드로 볼 수 있으며 우리 식료품 업계도 충분히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실제로 에러완 매장에서는 일반적인 배추김치뿐만 아니라 백김치, 총각김치, 연근 장아찌, 두부조림 등 다양한 한국 식품이 판매되고 있다. 기존에 미국 시장에 많이 소개되지 않은 건강한 우리 먹거리들이 건강과 웰빙에 가치를 둔 미국의 새로운 소비시장을 공략할 만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KOTRA 로스앤젤레스 무역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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