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화장품 판매액은 2022년 10년 만에 후퇴했지만 해외 브랜드의 친환경 화장품 판매액은 두 자릿수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민관이 친환경 화장품 기준 체계화에 나선 가운데 중국 뷰티 시장에서 친환경이 핵심 트렌드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친환경 화장품으로 돌파구 여는 해외 브랜드=지난해 4월 중국의 최대 수입제품 플랫폼 티몰인터내셔널은 파머시, 드렁크엘리펀트, 렌 등 해외 친환경 화장품 브랜드와 협업해 하이난에서 개최된 ‘제3회 중국 국제소비품 전시회’에 참가했다. 이 자리에서 티몰은 친환경 화장품 소비 트렌드에 관해 발표했는데 2022년 기준 중국 내 친환경 화장품 소비자가 전년보다 31% 늘었다. 또한 중국 시장에 새로 진입한 친환경 화장품 브랜드의 거래액도 230% 이상 급증했다.
 
미국과 유럽에서 처음 주목받기 시작한 친환경 화장품은 경제 발전과 함께 높아진 소비자 기준에 맞춰 중국에서도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고 있으며 인기도 많다. 2022년 엄격한 방역정책으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중국 내 화장품 판매액은 전년 대비 4.5% 감소한 반면 친환경 화장품은 172억 위안으로 26%나 증가했다. 또한 세계 친환경 화장품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36.5%에 달했다.
 
티몰인터내셔널은 “우리는 2021년부터 친환경 화장품과 함께 제품 선정 기준을 소비자들에게 홍보하기 시작했다”며 “그해에만 70개 이상의 신규 브랜드가 플랫폼에 입점했고 2022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60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현재 티몰에는 200여 개의 해외 브랜드, 1000개 이상의 친환경 화장품이 판매되고 있으며 인지도가 있는 해외 브랜드의 경우 입점 한 달 만에 1만 개 이상 판매되기도 한다. 또한 한국 I사는 2022년 11월 티몰에 공식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고 고객몰이에 나섰다.
 
◆중국의 ‘친환경 화장품’ 기준 체계화 노력=현재까지 친환경 화장품에 대한 명확한 국제 기준은 없으며 중국도 최근에서야 정의를 시도하고 있다. 티몰인터내셔널은 2021년 8월 가이드라인을 통해 최초로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했는데 ‘친환경 화장품으로 입점할 수 있는 제품은 인공 향료, 실리콘오일, 일부 방부제 등 6가지 성분을 불포함해야 한다’가 그것이다.
 
이후 중국에서는 민관 주도로 정리된 기준이 계속 발표되고 있다. 중국의 대표 친환경 화장품 브랜드 중 하나인 이예즈는 2022년 5월 상하이 화장품협회 등 20개 기관과 공동으로 ‘친환경 화장품 천연지수그룹 표준’을 발표했고 같은 해 7월에는 광둥성 화장품학회가 다수의 협회 및 화장품 기업과 함께 ‘친환경 화장품 일반 기준’을 내놨다. 광둥성 화장품학회의 자료는 중국 최초로 공식 인증과 전문가 심사를 거쳐 작성됐으며 화장품 기업들이 연구개발과 생산에 참고할 수 있을 정도로 공신력이 있다.
 
친환경 화장품은 국제적으로 통일된 정의는 없지만 통상 안전성, 동물실험 미시행, 인체에 유해한 화학성분 불포함 등의 기준을 따르는 제품을 가리킨다. 광둥성이 발표한 일반 기준과 기타 자료를 종합하면 ①인체에 해가 없고 (동물실험처럼) 잔인성이 없는 방식으로 생산 ②생산과정에 사용되는 원료의 투명성 ③제품 생산 및 사용 종료 이후 지속 가능한 자재 사용으로 환경 피해 최소화(환경 보호 의식) 등으로 규정할 수 있다.
이런 기준은 대부분 다른 국가에서도 적용되는 공통 사항이며 급성장하는 중국 친환경 화장품 시장은 보다 구체적인 기준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국내외 브랜드들의 각축장=중국 소비시장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친환경 화장품 시장은 계속 확장 중이며 중국 로컬 브랜드뿐만 아니라 글로벌 뷰티 기업도 앞다퉈 진출하고 있다. 현재 한국, 미국, 오세아니아 등 친환경 화장품에 강점이 있는 200개 이상의 브랜드가 중국에 진출했다. 중국 기업의 경우 진출 시기는 늦지만 세계 최대의 내수시장을 등에 업고 기존 생산라인을 친환경 전문 공장으로 전환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으며 30개 이상의 토종 브랜드가 영업 중이다.
 
티몰신제품혁신센터(TMIC)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22년 중국 친환경 화장품 브랜드 인지도 ‘톱10’ 가운데 로컬 기업 7개가 포함됐지만 판매 실적에서는 해외 브랜드가 대부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 내 친환경 화장품 가격과 구매채널=중국 내 친환경 화장품의 가격대는 일반 화장품과 마찬가지로 300위안 미만 제품의 비중이 높다. 일반 화장품의 경우 향수 등 500위안 이상 고가 제품이 많지만 친환경 화장품은 그렇지 않다. 제품 종류별로는 2022년 기준 페이셜 케어 세트가 가장 많이 판매됐으며 성장률은 액상 에센스 제품이 전년 대비 45%로 가장 높았다.
 
중국 화장품산업 자료에 따르면 중국 소비자의 친환경 화장품 구매방식은 온라인이 90%가 넘었다. 대다수의 온라인 플랫폼이 제품 검색과 동시에 구매 편리성을 갖추고 있고 주요 구매층인 20~30대 여성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샘플을 써본 뒤 온라인 후기 등을 참고해 구매 여부를 결정한다.
 
◆우리 기업 시사점=중국 정부는 2030년 탄소 피크와 2060년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모든 산업에서 전방위적으로 친환경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화장품 분야에서는 2021년 ‘화장품 등록 및 관리 규정’을 통해 이전까지 중국 시장 진출에 필수로 여겼던 동물실험을 기타 방법으로 대체할 경우 조건부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글로벌 친환경 화장품 브랜드 이솝은 2022년 말 상하이에 첫 오프라인 매장을 여는 등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중국 화장품 시장의 주요 소비자인 지우링허우(1990년대생)를 중심으로 한 젊은 층은 환경 보호에 관심이 많아 이들을 공략하기 위한 마케팅이 필요하다. 이들은 온라인 구매에 익숙하고 샘플 사용보다는 후기에 더 관심이 있다. 최근에는 도우인과 같은 숏클립 동영상을 통한 홍보와 판매가 링링허우(2000년대생)와 지우링허우 소비자에게 높은 효과를 얻고 있다. 또한 더컬러리스트, 와우컬러 같은 화장품 편집숍은 젊은 층이 주로 찾는 오프라인 매장으로, 입점을 추진할 만하다.
 
KOTRA 무역관과 만난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H사 관계자는 “최근 신규 입점을 희망하는 해외 브랜드는 기존의 기능성 화장품보다 새롭게 출시한 친환경 제품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면서 “이는 친환경 브랜드를 앞세워 새로운 트렌드에 합류하려는 전략”이라고 밝혔다. KOTRA 무역관은 “중국 친환경 화장품 시장은 온라인이 활성화돼 있다”며 “우리 기업은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고 소비자 반응이 빠른 온라인 시장 진출을 먼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KOTRA 우한 무역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