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역마다 다른 음식 맛을 표현할 때 자주 쓰는 중국어 표현이 있다. ‘동쪽은 시고, 서쪽은 맵고, 남쪽은 달고, 북쪽은 짜다(东酸西辣, 南甜北咸)’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지역에 따라 음식 맛도 다를 뿐만 아니라 중국인들의 체형과 성향도 완전히 다르다.


우리 기업들이 실수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중국인 친구가 있다’는 말이다. 우선 이 표현부터 바뀌어야 한다. ‘중국  ○○지역 친구가 있다’고 표현하는 게 더 정확하고 중국 비즈니스에 도움이 된다.


이와 관련 필자가 가끔 듣는 질문 중 하나가 바로 “중국에도 지역감정이 존재하나요?”이다. 당연히 중국에도 지역감정이 존재한다. 그들이 드러내고 말을 하지 않을 뿐이지 분명히 중국인들은 특정 지역과 사람에 대해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한국에도 아직 남아있는 지역감정이 우리보다 92배 큰 중국에서 존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만큼 중국의 지역별 방대함과 다양성을 이해해야 중국 비즈니스가 구체화될 수 있다.


지난 칼럼인 <중국남방과 북방 비즈니스의 차이점>을 계속해서 설명하면 셋째, 중국에서는 지역마다 민간예술인 희극의 특징이 다르다. 중국은 각 지방별로 약 360여 개의 희극이 존재한다. 그 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베이징을 중심으로 하는 북방지역의 경극(京剧, Beijing Opera)과 저장성 및 상하이 지방을 중심으로 하는 남방지역의 월극(越剧, Yue Opera)이다.


경극은 약 200여 년 이전 장강 연안에서 시작되어 베이징에서 완성되었고, 월극은 100여 년 전에 저장성 소흥에서 탄생하여 장쑤성, 상하이, 장시성, 안후이성 등 남방지역 중심으로 발달한 지방 공연예술이다. 특이한 것은 경극은 일반적으로 남성이 여성분장(男扮女装)을 하고 주인공을 맡지만, 월극은 여성이 남성으로 분장(女扮男装)하여 주인공 역할을 하는 특징이 있다.


사실 과거 중국 봉건사회에서는 여자가 무대공연에 오를 수가 없었기 때문에 생김새가 여성스러운 남자가 여성 역할을 했다. 그러나 1930년대부터 중국 여성들도 여성해방운동에 따라 지방 희극에서도 공연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경극의 경우 여성 주인공을 ‘단(旦)’이라 부르는데, 이 역할을 남자가 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영화 <패왕별희>에서 고인이 된 홍콩 영화배우 장국영이 맡은 역할이 바로 ‘단’이다. 한편 월극의 경우는 초창기에는 남자배우가 주인공 역할을 하다가 1930년대에 들어와서는 거의 대부분은 여성이 월극의 주인공을 맡고 있다.

 

재미있게도 이러한 중국 남방과 북방 희극의 특징들이 현대 중국사회에서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중국인들은 남방지방의 여성 파워가 북방지역보다 훨씬 강하다는 얘기를 하곤 한다.

 

 

중국에서는 일반가정의 대부분 경제적 파워를 거의 여성이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 마케팅에서 이른바, 쉬코노미(She-Economy)를 최대한 활용해야 하는 이유다. [이미지=아이클릭아트 제공]


필자가 과거 중국 칭화대에서 강의할 때의 이야기다. 수업 중 중국 대학원생들에게 “중국에서 결혼한 남성이 아내 허락을 받지 않고 스스로 살 수 있는 물건이 3개밖에 없다고 하는데, 그게 무엇일까요?”라고 물은 적이 있다. 학생들은 웃으면서 “술과 담배 그리고 내가 보고 싶은 책”이라고 말했다.


중국에서 여성 구매력 파워를 잘 보여주는 우스운 농담이지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금의 중국은 근대화 시기를 겪으며 남녀평등을 넘어 여성 상위 시대라고 볼 수 있다. 그만큼 여성의 권력과 지위가 높아진 것이다.


일반가정의 대부분 경제적 파워를 거의 여성이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상하이를 중심으로 하는 남방지방의 경우 그런 현상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중국 마케팅에서 이른바, 쉬코노미(She-Economy)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쉬코노미는 ‘여성(She)’과 ‘경제(Economy)’의 합성어로, 여성이 경제의 주체로서 자신을 위한 소비를 점점 늘리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를 중국어로 하면 ‘타징지(她经济)’가 된다. 고가 제품이나 부동산, 자동차, 가전제품 등 다양한 제품의 결정권을 남성이 아닌 여성이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대표적인 여성 경제학의 사회이자 문화를 가진 나라이기 때문에 이를 중국 사업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세계 부호의 자산을 평가하는 포브스 자료에 의하면, 2018년 현재 세계 여성 억만장자(10억 달러, 1조2000억 원 이상 자산가)는 모두 184명이며, 이중 거의 80%가 중국인이다. 실제 중국 내 기업 경영층의 여성 비율은 35%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중국 여성 사업가들은 다양한 경제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며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글로벌 럭셔리 명품 브랜드가 중국시장을 집중 공략할 수밖에 없다. 중국이 1인당 GDP가 1만 달러밖에 안 된다고 생각하면 안 되는 이유다. 아직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개도국 수준인 중국이 향후 지속해서 성장할 경우 이러한 신흥 여성부호들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중국의 이러한 여성부호의 한 축을 이루는 계층이 있다. 이른바, 중국의 ‘홍색귀족(红色贵族)’이라고 불리는 여성들이다. 홍색귀족은 중국의 개혁개방과 함께 새로 탄생한 신흥귀족으로 공산당 고위층과 군 출신 원로의 자제나 손녀 등으로 대를 이어 권력과 부를 누리고 있는 계층을 의미한다. 지금은 중국 고위직 공산당 자녀를 일컫는 말로 통용되고 있다, 중국판 ‘정치 금수저’인 홍색귀족은 이러한 정치적 후광 속에 비슷한 부류의 자녀들과 같이 성장하면서 자신들만의 독특한 “홍색귀족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중국 비즈니스 격언 중 ‘여성에서 시작해서 여성으로 끝난다’는 말이 있다. 결국, 우리 소비재 기업들의 경우 중국 타징지 비즈니스를 어떻게 최적화할 것인지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중국 남방지역의 여성 소비를 우선해서 잡는 노력이 필요하다.(다음 호에 계속 이어집니다)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했다. 대한민국 주중국대사관에서 중소벤처기업지원센터 소장을 5년간 역임하며 3000개가 넘는 기업을 지원했다. 현재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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