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님, 저희 회사가 이미 출원한 중국 상표를 다른 중국인이 ‘불사용 취소신청’을 했다고 국제우편물이 왔는데, 어떻게 해야 합니까?”


화장품을 제조 유통하는 국내 중소 화장품 기업인 B사의 CEO으로부터 다급하게 연락이 왔다.

 

이제 겨우 중국수출을 위한 위생허가증(NMPA)을 받고 온라인 마케팅을 통해 본격적으로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B사 입장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힘들게 브랜드를 키웠고, 다양한 마케팅 채널을 통해 이제 좀 중국시장에서 알려지려는 순간 뜻하지 않은 변수가 생긴 것이다.


우선 ‘불사용 취소신청’이 무엇인지부터 이해해 보자.

 

불사용 취소신청은 상표권자(본고에서는 ‘우리 중소기업’으로 가정)가 출원한 상표를 중국 지식산권국(상표국) 직권 또는 개인(중국인 혹은 기업)의 신청에 의해 해당 상표를 취소하는 행정처분이다.

 

중국 <상표법> 제49조 규정에 의하면 ‘등록상표가 정당한 사유 없이 3년간 연속해서 중국에서 사용되지 않았을 경우, 제3자는 상표국에 해당 등록상표의 취소신청을 제기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B사는 중국상표만 출원하고 3년 동안 중국에서 B사 상표가 표시되어 있는 제품을 정식 유통판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국 내 유통판매는 인정되지 않는다.


취소신청을 한 중국인의 의도는 크게 2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B사 상표가 나름 알려졌는데 시장조사 결과 중국 내에서 정식 유통된 제품이 없는 것을 알고 상표를 자기가 직접 활용하기 위한 목적, 둘째는 고의적으로 B사를 곤혹스럽게 만들어 높은 금액을 받고 상표를 양도할 목적일 가능성이다.


어떤 목적이든 중국인이 제기한 불사용 취소신청에 대해 긴급히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중국 <상표법 실시조례> 제66조 규정에 의하면 상표국은 취소신청 서류를 접수한 후, 상표 출원자에게 취소신청 사항을 통지하며 상표 출원자는 통지를 받은 일로부터 2개월 이내 등록상표가 중국 내 유통·판매되고 있다는 증빙자료 또는 상표를 사용하지 아니한 정당한 이유를 제출하는 불사용 취소 답변서를 작성해서 대리기구를 통해 상표국에 제출해야 한다.


만약 2개월 이내 지난 3년간 상표사용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못하거나, 상표를 사용하지 아니한 정당한 이유가 없을 시, 중국 상표국은 해당 등록상표를 취소하게 된다. 힘들게 상표를 출원하고 어처구니없이 중국 상표를 빼길 수도 있다는 애기다.


사실 이런 사례는 과거에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반대로 중국인(기업)이 악의적으로 한국 상표를 선출원해서 높은 비용을 받고 상표양도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브랜드 중 설빙, 삼다수, 동인비, 원할머니 보쌈 등 수없이 많은 브랜드들이 중국인에 의해 상표를 도용당했고, 시간과 비용을 들여 힘들게 상표를 양도받았던 아픈 기억이 있고, 지금도 많은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한국제품에 대한 중국 내 인지도가 상승하면서 이미 출원한 상표 중 3년 동안 중국 내 유통·판매를 하지 않은 한국브랜드를 선별하여 불사용 취소신청을 악의적으로 제기하는 사례가 급증하는 추세다. 무엇보다 우리 중소기업들이 바로 그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국내 중소기업의 경우 매체 및 여러 형태의 강연을 통해 중국상표 출원의 중요성은 이제 어느 정도 알고 있어, 정부 및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중국 내 상표출원을 했거나 출원중인 기업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그러나 대부분 중소 브랜드의 경우는 인지도가 아직 낮아 중국 유통대리상을 통한 판매 혹은 정식수출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 ‘연속 3년간 상표 불사용’ 이슈라는 함정에 빠지기 쉽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그림] 등록상표사용 증거제공 통지문 샘플

*출처: 바이두

 

 

불행하게도 우리 중소기업이 이런 함정에 빠졌다면, 우선 침착히 믿을만한 상표대리사무소를 찾아 불사용 취소 답변서를 작성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주어진 기한 내에 증거자료 답변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만약 기한이 넘어갈 경우 어쩔 수 없이 행정소송으로 진행해야 하는데, 행정소송으로 들어가게 되면 시간과 비용이 훨씬 많이 소요된다.

 

예를 들어, 취소심판 대리비용의 경우 대략 8,000-9,000위안(약 140-150만원) 정도이지만, 행정소송으로 넘어가게 되면 수 백 만원에 이를 수도 있고, 관련 증빙자료가 부족하면 내 상표를 뺏길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반드시 기한 내 등록상표사용 증거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그림] 중국 타오바오 판매자센터 화면

*출처: 바이두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중국내 법인 및 사무소가 없다보니 국제우편으로 한국 주소지로 등록상표사용 증거제공 통지문(샘플그림 참조)을 받게 된다.

 

 

통지문을 받은 날로부터 2달 내 중국사업 증거자료를 제출해야 하는데, 만약 늦게 공지문을 받았다면 국제우편 봉투 직인이 찍힌 날로부터 2달 내 제출해도 가능하다.


핵심은 최근 3년간 중국에서 사업을 했다는 증빙자료, 예를 들어 중문으로 된 브랜드 홍보자료, 제품 판매기록, 수출계약 체결, 수권서, 대리계약서, 세관통관증, 물품수령증, 제품판매영수증 등 다양한 증거자료를 제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는 이러한 제품 판매실적 및 수출계약서 등의 증빙자료가 없다면 내 상표를 방어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럴 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팁이 바로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타오바오’ 입점을 통한 중국 사업 증거자료를 미리 수집해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타오바오는 C2C(Customer to Customer) 오픈마켓으로 개인 및 기업명의 모두 입점이 가능하기 때문에 우리기업이 손쉽게 상점을 개설할 수 있다.  (다음 호에 계속 이어집니다)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대사관에 중소벤처기업지원센터 소장을 5년간 역임하며, 3,000여 개가 넘는 기업을 지원했다. 미국 듀크대학교 경영대학원 교환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사단법인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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