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경제, 인도 상인 이야기(6)

kimswed 2022.01.30 05:51 조회 수 : 5722

● 포스코의 50억 달러 제철소 투자, 대인도 투자러시 3기의 신호탄 = 지난 1월 13일 포스코가 인도 제1의 인프라, 신재생 에너지기업 아다니그룹(Adani Group)과 협력하여 인도 서북부 구자라트주 문드라(Mundra) 지역에 친환경 일관제철소 등 50억 달러 규모의 포괄적 협력투자협력 양해각서(MOU)를 온라인으로 체결했다.
 
포스코의 대인도 일관제철소 건설은 2000년대 중반부터 추진해 왔으나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고 이번에 새 전기를 마련한 것이다. 포스코는 2005년부터 인도의 철광석과 석탄의 집산지이고 해상 물류여건이 좋은 동부 오리싸(Orissa)주에 해외 최초의 일관제철소 건설을 전사적으로 밀어 붙인 바 있다. 중앙정부의 승인에도 불구하고, 토지수용을 둘러싼 현지주민, 단체의 반발과 오해, 경쟁기업의 반대 로비로 큰 상처를 남기고 추진 6년 만에 계획을 접은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이번 아다니그룹과의 협력을 통해 인도 북서부 문드라 지역에 제철소를 건설키로 한 것은 아다니그룹이 가지고 있는 문드라항과 인근의 토지를 활용함으로써 물류 이점 외에 공장부지를 둘러싼 리스크를 해소하고, 아다니그룹이 구축한 든든한 네트워크를 활용하자는 전략이다.
 
지금까지 한국의 대인도 직접투자는 누적 투자금액 70억 달러, 진출기업 수 700여 개 사에 달한다. 이번 포스코의 50억 달러 일관제철소 투자가 실현될 경우, 우리기업의 대인도 진출은 투자 3기를 여는 대역사가 시작될 것이다. 
 
 
● 광장의 주인공 5명에서 15,000여명, 진출기업 700개사로 늘어 = 분단 한국소설사의 한 획을 그은 최인훈의 <광장>에서 남도 북도 싫은 주인공 이명훈은 3국 인도행 화물선 ‘타고르호’에 몸을 싣는다. 
 
남중국해 인근에서 이명훈은 자살로 삶을 마감하지만, 중공군 12명 포함, 88명의 반공포로를 싫은 ‘아스토리아호’는 2개월여 항해를 거쳐 1954년 2월 인도 동남부 최대항구 마드라스(지금의 첸나이)에 닻을 내렸다. 
 
인터뷰에 따르면 <광장>에서 이야기한 이념적 갈등과 탈출보다는 대부분 젊은 날 갈망했던 자유와 물질적 질곡에서의 탈출이 3국행을 택한 주된 동기다.
 
 
▲최인훈 소설 <광장> 표지
대부분이 예정되었던 브라질, 아르헨티나로 떠나갔지만 미국, 멕시코행이 좌절되었던 지기철 중령, 현동화 중위(옛 인민군 직위) 등 5명만이 인도 땅에 정착하게 되었다. 
 
이들은 의지할 곳이 전무한 인도 땅에서 불모지를 개척해 양계장을 시작했고, 인모(人毛) 수출과 아프가니스탄 섬유공장, 중동 건설붐에 맞춘 인도 인력 송출사업으로 많은 돈을 벌었다. 
 
자선사업, 한인도 교류의 구심점 역할을 했던 지기철 초대 한인회장은 90년대 말 별세했고, 1984년부터 20년간 한인회를 이끌었던 현동화 회장도 91세로 2021년 영면하셨다. 
 
5명으로 시작된 인도 내 한인수는 70년 세월을 넘어 현재 주재원까지 합쳐 1만5000명 수준으로 늘어났다. 
 
우리기업의 대인도 투자가 본격화한 것은 1991년 인도의 시장개방 조치 후인 1995년 전후다. 
 
개방되는 인도의 잠재 가능성에 주목한 대우는 자동차 합작으로, LG전자와 삼성전자는 수도 뉴델리 인접 노이다에 가전공장으로, 이후 현대자동차는 동남부 항구도시 첸나이에 단독투자 형태로 공장을 지었고, 수많은 협력업체들이 동반진출하기 시작했다. 우리기업의 대인도 투자 러시 1기라 할 수 있다.
 
이후 2015년 포스코가 기존 인도 내 4개 철강 가공센터에 더해 서부 뿌네에 연산 180만 톤 규모의 냉연 도금강판 공장을 가동하고, 2019년 효성도 석굴로 유명한 인도 중서부 아잔타 인근의 아우랑가바드에 스판덱스 공장을, 기아자동차는 중남부 아난타푸르에 연산 40만대 규모의 공장을 완공했다. 
 
▲현재 인도에는 한국기업 약 700개 사가 진출해 있다. 사진은 2019년 완공된 기아자동차 인도 현지 공장 전경. [사진=기아자동차 인도법인 제공]
이 시기 인도 삼성전자는 중국과 베트남 생산시설을 일부 옮겨와 월 1000만 대의 세계 최대 휴대폰 생산기지로 발전시켰고, 이에 맞추어 삼성디스플레이도 2021년 7억 달러를 인도에 투자했다.
 
이리해서 인도에는 현재 수도 뉴델리를 중심으로 한 수도권(NCR : Northern Capital Region)에 250여 사, 현대자동차 진출 첸나이 위주의 남부에 250여 사, 푸네와 뭄바이를 포함한 서부지역 100개 사, IT소프트 기업 및 기아자동차와 협력사가 진출한 중남부지역 70개 사 등 약 700여 한국기업이 진출해 있다. 
 
한국의 대인도 투자진출 3기를 열 이번의 포스코 투자가 가시화될 경우 인도 제조업의 중심지인 북서부 구자라트 지역에 대한 우리기업 투자도 본격화될 것이고 인도 내 여타지역에 대한 우리기업의 관심도 급증할 것이다. 
 
지금까지의 우리기업 투자는 매우 성공적이고 안정적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 인도법인의 연매출액은 100억 달러를 훌쩍 넘겨 인도 내 제 1의 외국인 투자기업으로 성장했고, LG전자도 에어컨, 세탁기, 냉장고, TV 등 가전시장을 삼성전자와 양분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진출 5년 만에 기존 투자대금을 회수한 후 꾸준히 본국에 잉여금을 송금하고 있고 2019년 진출한 기아자동차와 합쳐 연 110만 대 생산체제를 인도에 구축해 놓았다. 
 
동반 진출한 우리 중소, 중견기업도 동반진출 대기업의 성장과 함께 꾸준히 성장했다. 
 
인도의 경제 성장세로 분양받은 공장부지 값도 천정부지로 올랐다. ‘살기 힘들다’, ‘사업하기 힘들다’ 하면서도 뒤로 웃음 짓는다는 농담이 많았다. 인도뿐 아니라 해외투자 우리기업 사장님들이 임대보다는 부지구입을 권하는 이유다. 
 
‘안응형(雁應型) 투자’란 용어가 있다. 기러기떼가 이동할 때, 바람의 저항을 피하려 화살촉 모양으로 이동하는 모양을 본 떠 대·중소기업 동반투자를 표현하는 단어다. 이 안응형 투자의 대표지역이 인도다.
 
지난 70여년 인도 진출 한인사, 한국기업사를 되돌아보면, 인도는 소설 최인훈의 ‘가상의 광장’에서 우리 기업들이 안착, 꾸준히 성장해 가고 있는 ‘실재의 광장’으로 변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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