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바르마티 강 서안의 강남개발 붐
 
 
●구자라트주의 한강, 사바르마티강 = 인도 북서쪽, 파키스탄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구자라트주에는 우리나라의 한강에 비유할 수 있는 사바르마티(Sabarmati) 강이 있다. 북쪽 라자스탄주의 자이나교 성지 ‘Mount Abu(1220m)’에서 발원해 구자라트의 경제수도 암다바드(Ahmedabad)를 거쳐 남부 캄바타만에 이르는 길이 400여 Km를 굽이치면서 고온 건조한 구자라트주에 생명수 역할을 한다. 
 
구자라트주 출신으로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20년 변호사 생활을 끝내고 귀국한 간디가 힌두 명상수행의 근거지로 세운 간디 아쉬람(Gandhi Ashram)은 이 강 서쪽 뚝방에 자리 잡고 있다. 1930년 3월 초부터 한 달여 진행된 소금대행진(Salt March, Dandi March로도 불림)은 변방의 변호사 간디를 인도 독립운동의 전국구 인물로 부상시킨 역사적 사건인데, 바로 이 소금대행진의 출발지가 간디 아쉬람이다. 열린 공간이라는 간디의 이상을 체화한 이 간결한 기도원과 뚝 아래 사바르마티강이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를 선보이고 있다.
 
구자라트주의 경제 수도로, 인구 800만의 인도 7대 도시인 암다바드는 15세기 초 이 강의 동쪽에 자리 잡은 이슬람계 ‘Gujarat Sultan’ 왕조의 수도로 출발, 현재 동쪽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암다바드가 이 사바르마티 강의 동쪽에, 그리고 간디 아쉬람이 호젓한 이 강 서안에 터를 잡은 것은 인도의 오랜 외침 역사에 기원한다. 알렉산더, 페르시아, 몽골 등 수많은 외침이 오직 서쪽 일변도였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로 1970년대까지도 사바르마티 강 서안은 우리나라 강남 뽕밭과 비슷한 농경지였고, 사바르마티 강도 1960~70년대의 개발 전 한강과 비슷한 상태에 있었다. 필자는 2000년 초 수만 명이 사망한 구자라트 대지진 직후 구자라트주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 강가에 끝없이 이어진 이재민 임시 텐트촌과 썩은 냄새가 구자라트주 방문 첫인상이었다.
 
▲2022년 5월 무더위에 지친 인도인들이 암다바드주 사바르마티(Sabarmati) 강에서 물놀이를 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2023~2027년까지 연 9% 상승 예상하는 인도 부동산 가격 = 그러나 20여년 뒤 구자라트주 암다바드 무역관 개설에 자원하면서 본 사바르마티강, 암다바드는 전혀 다른 세상이 되어 있었다. 마치 강남에 값비싼 사무실, 호텔, 아파트들이 몰려 있듯이 암다바드의 모든 경제활동 중심은 이미 서쪽으로 옮겨 있었다. 
 
이곳을 남북으로 잇는 고속도로, ‘SG Highway’ 주변에는 수십 층 고층빌딩과 사무실, 공장, 아파트들이 줄을 잇고 있었다. 이곳에 지난 20여 년간 인도의 굴지 대기업으로 성장한 Adani, Torrent, Zydus 등 신재생, 제약 바이오 기업 본사 및 공장이 줄을 이어 들어섰고 서쪽, 서쪽으로의 팽창을 계속하고 있었다. 암다바드 너머 사켓(Saket) 지역에는 연 70만대 생산능력의 스즈키 자동차 공장, 연 600만대 생산체제의 혼다 오토바이 공장과 일본계 수백 협력업체들로 인도판 ‘리틀 재팬(Little japan)’을 이루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땅값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우리나라 명동에 해당하는 암다바드 중심 상업구역의 한 평당 값이 당시 우리돈으로 5000만 원가량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당시 암다바드 무역관 공용기사의 할아버지는 인도 카스트 상류계급인 크샤트리아(전사계급)로 이 명동 지역에 큰 땅을 가지고 있었는데 방탕한 생활과 시대변화에 대한 무지로 금싸라기 땅을 처분했다고 한다. 이 기사가 출퇴근길에 이 땅을 지날 때면 옛날의 영화 이야기를 되풀이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사바르마티 강변에 신설된 산뜻한 산책로와 온갖 편의시설은 이곳이 한강을 모델로 개발된 것이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고, 실제로 그렇다고 들었다. 물론 그 수준은 아직 한강과 서울을 따라오기에는 부족하다. 아직은 인도의 1인당 평균 국민소득이 2000~3000달러대임을 감안해야 한다. 
 
필자가 1년 동한 생활하고 근무했던 구자라트주에서만 부동산 바람이 부는 것이 아니다. 전국적 현상이다. 인도 민간 조사기업 Statisca에 따르면 2023부터 2027년까지 인도의 부동산 평균 가격은 연평균 9%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10년간 연평균 7% 전후의 실질성장률과 해외거주 인도인(NRI : Non Resident Indian)의 본국 부동산 투자 붐이 이런 증가세의 배경이다. NRI의 인도 주요 부동산 투자금액은 코로나 이전인 2017년 115억 달러에서, 코로나 기간 중의 정체기를 지나 지난해에는 257억 달러로 급증하는 추세다. 해외동포 본국 송금액 순위에서 세계 제일인 인도 NRI의 본국 송금액 연 800억 달러의 약 3분의 1이 인도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는 것이다. 
 
●인도 해외동포, 연 260억 달러 인도 부동산에 투자 = 지난해 5500여명의 NRI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NRI가 가장 선호하는 지역은 중남부 텔랑가나주의 하이데라바드(Hyderabad) 22%, 북부 NCR(Norther Capital Region : 델리 및 위성도시) 20%, 남부 카르나타카주의 벵갈루루(Bengalulu) 18% 순이다. 이외 서부의 인도 경제수도 뭄바이(Mumbai), 그리고 남부 타밀나두주 해안도시 첸나이(Chennai), 뭄바이 배후산업도시로 성장한 푸네(Pune)도 인기다.  
 
20여 년 만에 다시 방문한 뭄바이는 하늘을 가리는 고층빌딩 건설 붐으로 도시 전체가 건설공사장처럼 느껴졌다. 배 젓는 노 형상의 뭄바이는 유일한 출입구 북쪽이 반원 띠 모양의 슬럼가로 막혀 있다. 해서 뭄바이 임차료는 수도 델리의 1.5배 이상으로, 우리 기업들 사이에 뭄바이 사무소 운영비용이면 선진국 포함 웬만한 곳 3곳을 운용할 수 있을 만큼 임차비용이 비싸다고 회자된다. 인구와 돈이 몰리는 수도 델리 및 주변 위성도시 임차료도 급속한 상승세다, 뉴델리 무역관 임차료는 120여 곳에 달하는 KOTRA 해외 무역관 중 총액 기준 4~5위에 달할 정도로 인도 주요 대도시의 임차료 수준은 2200 달러라는 1인당 평균 소득 기준을 무색하게 한다. 
 
아시아의 실리콘밸리이자 인도 IT창업의 메카인 뱅갈루루에는 넘쳐나는 서구인들과 마치 미국에서 본 듯한 호텔, 몰, 백화점을 곳곳에서 경험할 수 있다. 인도 남부의 대표적인 정치인 나이두(Chandrababu Naidu) 전 AP주 주총리가 뱅갈루루를 롤 모델 삼아 야심차게 개발한 중남부 하이데라바드 신시가지는 이곳이 인도가 맞나 하는 깔끔하고, 산뜻한 곳으로 IT 등 여러 면에서 뱅갈루루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투자 내지 임대료에서 오는 안정적인 소득기반, 은퇴 후의 거주지, 정서적 연대 외에 인도 건축수준의 국제화와 고급화 바람, 도로 등 인프라 개선에 따른 지역 간 이동성 개선으로 기존의 1선(Tier 1) 대도시 위주 투자에서 2, 3선 도시까지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전자지불(Digital Payment)을 포함한 거래의 편리성, 거래 투명성 제고도 NRI의 본국 인도투자를 가속화시키는 요인이다.
 
외국인과 인도 상류층 눈높이 맞는 대도시 사무실과 집 공급이 지체되고 있는 여건에 연 7%대 고성장과 연 900억 달러를 넘어선 외국인 직접투자에서 오는 수요 압력이 상충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Statisca에 따르면 인도의 2022년 Wealth Gini 계수는 82.3으로 빈부격차가 매우 크다. 인도에서도 Rent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의 근원이자 상징적 존재다.
 
●외국인의 인도 부동산 투자는 막혀 있지만 길은 있다 = 아쉽게도 급성장세인 인도 부동산 시장에 대한 개인 자격의 외국인 투자 길은 주식시장과 마찬가지로 막혀 있다. 대영제국 식민경험과 피해 의식, 국익수호 주장이 맞물려 외국인 개인자격의 직접투자 길이 법적으로 막혀 있기 때문이다. 
 
1991년 인도 경제 개방 이후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및 협력기업이 델리 및 첸나이 인근에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이때 선도 대기업의 굳건한 성장세로 동반 진출한 우리기업 대부분이 많은 성과가 있었다. 특히 우리나라 개발연대의 부동산 고성장세를 경험한 우리기업 사장님들이 현지 공장 설립 시, 대부분 공장부지로 임차가 아니라 소유를 택했다. 당시는 뉴델리, 첸나이 접경지역의 한지였지만 도시화와 경제발전에 따른 공장 이전 과정에서 큰 매매 차익을 거둔 수많은 사례들을 남기고 있다. 해서 이곳에 동반 진출한 우리 사장님들 대부분은 “인도 사업이 어떠냐”는 물음에 겉으로는 힘들다 하면서 뒤로는 함박웃음을 짓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지금도 투자진출 기업의 영업용 부동산 투자 길은 열려 있다. 인도 현지에서 거주, 사업하면서 이러한 현지 근거를 사유로 인도 중앙은행의 허가라는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인도 부동산을 사는 우리 교포 이야기도 가끔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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