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양회 이후 ‘신질생산력(新質生産力)’ 이라는 단어가 산∙학∙연을 관통하는 핵심키워드로 등장하며 향후 중국경제발전과 기술자립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작년 9월 시진핑 주석의 헤이롱장성 시찰시 처음 언급된 이후 12월 중앙경제공작회의, 올해 1월 공산당 중앙정치국 단체학습, 3월 리창 총리의 전인대 정부업무보고 및 보아오 포럼 등 국가중대회의 때마다 등장하면서 전국적으로 신질생산력 학습 열풍이 불고 있다. 
 
이미 중국 매체에서는 2023년 10대 핫키워드로 선정되었고, 신질생산력을 주제로 한 포럼 및 연구기관들이 생겨나고 있다. 최근 중국전자과기대학(선전) ‘신질생산력 발전연구센터’가 설립되었고, 이우에서는 ‘중국 디지털무역 신질생산력 CEO 포럼’, 샤먼에서는 ‘신질생산력과 디지털 경제포럼’이 개최된 바 있다. 
 
그러나 신질생산력에 대한 경제적 해석과 향후 중국 성장방식 변화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신질생산력이 가지는 함의와 그에 따른 향후 중국성장방식에 어떠한 변화가 일어날지 심도 있는 논의와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
 
▲중국 저장성 후저우(湖州)시 우싱(吳興)구에 위치한 저장한나(漢納)신소재테크회사 직원이 4월 22일 탄소나노튜브 마이크로모형(오른쪽)과 신에너지차 배터리팩 보온에 사용되는 탄소나노소재(왼쪽)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 수년간 우싱구는 기업이 인재 유치∙양성을 늘리고 기술 혁신을 강화하도록 이끌며 제조업의 고품질 발전을 촉진하고 있다. (중국 후저우=신화통신/뉴시스)
●핵심은 첨단기술 중심 경제성장 = 신질생산력의 핵심방향은 지난 40년간 전통제조중심의 경제 성장방식에서 벗어나 첨단기술중심의 스마트화∙디지털화∙네트워크화 경제성장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경제성장률이 점차 둔화되고 있지만, 총요소생산성(Total Factor Productivity)을 올려 향후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성장을 하겠다는 속내다. 
 
총요소생산성은 노동생산성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업무능력∙자본투자금액∙기술혁신역량 투입을 통해 생산량을 증가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시 주석이 정권을 잡은 2013년 요소별 중국 GDP 성장의 공헌도를 보면 노동투입 50%, 자본투입 30%, 총요소생산성 20%인 전통제조 중심의 개도국형 경제발전이었다. 2013년 이후 매년 기술혁신역량 투입이 확대되면서 2018년 공헌도를 보면 노동투입 42%, 자본투입 26%, 총요소생산성 32%의 혁신경제 성장방식으로 빠르게 전환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2019년부터 본격화된 미중 전략경쟁과 코로나 봉쇄 3년을 거치며 중국 총요소생산성의 GDP 공헌도와 증가율이 점차 하락하고 있다. 결국, 떨어지는 요소생산성을 다시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적 접근에서 나온 개념이 바로 신질생산력이라고 볼 수 있다. 
 
●‘신(新)’과 ‘질(質)’에 대한 이해가 필요 = 여기서 핵심인 ‘신(新)’과 ‘질(質)’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우선 ‘신(新)’이 가지는 의미는 크게 2가지 개념을 내포한다. 첫째, 신기술∙신업종∙신영역∙신성장동력의 새로운 성장방식과 모델을 의미하고, 둘째, 신노동자(기술인재), 신노동대상(전통제조가 아닌 첨단장비 제조), 신노동도구(AI∙가상현실∙자동화 제조설비 등), 신형기초시설(신흥산업과 미래산업)의 요소 생산력 변화와 재배치를 의미하고 있다.
 
‘질(質)’은 물질(物質)∙본질(本質)∙질량(質量)∙품질(品質)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좀 더 구체화하면 ‘물질’은 유물론적 관점에서의 물질 생산력과 정보화∙스마트화를 통한 생산방식의 전환을 의미한다. ‘본질’은 혁신추동형에 기반한 생산력으로 과거 에너지 및 자원 낭비의 전통적 생산력에서 탈피하는 것을 말한다. ‘질량’은 고품질 발전의 생산력으로 우수한 기술인재양성과 노동자의 질적 제고를 의미한다. 마지막 ‘품질’은 고품질 발전이 가져올 고품질 생활의 생산력을 말한다. 중국정부는 신질생산력의 구체화를 위해 ‘신질생산력 = (과학기술+생산요소+산업) x (노동력+노동도구+노동대상)’ 라는 이론적 공식 개념도 제시하고 있다. 
 
●중국의 혁신 방향 세 가지 = 신질생산력이 꿈꾸는 중국혁신의 방향은 결국 3가지로 귀결될 것이다. 
 
첫째, 서방 선진기술의 개량과 파괴적 혁신 가속화이다. 고양이를 보고 호랑이를 그리면 된다는 사고방식으로 기술개량을 가속하고, 이와 동시에 중국식 파괴적 혁신을 통해 미국 첨단기술을 캐치업하겠다는 것이다. 
 
둘째, AI∙5G∙빅데이터∙사물인터넷∙스마트팩토리 등 첨단기술을 통해 전통산업의 업그레이드를 가속하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올해 2월 기준 5G 기지국이 13만2000개가 추가되어 현재 중국에는 350만 개가 넘는 기지국이 있고, AI 관련 기업수도 4,400개가 넘는다. 
 
셋째, 서방 선진국보다 앞서 뇌과학 기반의 지능기술, 광자 컴퓨팅, 핵융합 등 미래기술 영역인 이른바, ‘블랙(Black) 테크놀로지’를 선도하겠다는 것이다. 
 
신질생산력이 빠르게 확산되며 중국 지방정부도 바빠지기 시작했다. 이미 학계 차원에서 ‘신질생산력 발전지수’가 발표되면서 지방별로 신질생산력 지수를 올리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시작되었다. 
 
신질생산력 발전지수 평가방식도 ①기술혁신과 생산 융합정도 ②고품질 혁신의 생산력 발전기여도 ③전통산업 업그레이드를 통한 전략적 신흥산업 발전 정도 ④신+질+생산력의 유기적 융합을 통한 경제지표성적의 4가지 형태로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전자과기대학의 ‘중국 신질생산력 지역발전 평가보고서(2024년)’, 샤먼대학의 ‘신질생산력 발전지수보고서(2024년)’ 등이 발표되면서 지역 맞춤형 신질생산력 발전을 위한 관련 정책들도 쏟아지고 있다. 2024년 발표된 신질생산력 지역발전 평가결과를 보면, 베이징∙광동성∙장쑤성∙상하이∙저장성∙산둥성 등 6개 성급 지역이 1그룹에 포함되었다. 
 
한편, 도시별 평가를 보면, 베이징∙ 상하이∙선전 등 3개 지역이 A+등급을 받았고, 광저우∙항저우∙우한∙청두 등 7개 도시가 A등급을 받았다. 지역특화형 신질생산력을 살펴보면, 베이징은 AI∙생명공학∙6G 영역, 안후이성 허페이는 양자정보기술∙융합에너지 분야, 쓰촨성 청두는 항공우주∙ 스마트제조, 저장성 후저우는 배터리 분야, 허베이성 탕산시는 로봇산업, 광둥성 주하이시는 첨단드론산업 등 지역 첨단산업 클러스터와 연계해 신질생산력 발전지수를 높여 나간다는 방침이다. 
 
산둥성 정부는 이미 전자기적인 힘을 이용해 물체를 들어 올리는 자기부상 산업육성을 위한 18개 조치를 발표했고, 랴오닝성은 항공장비 및 선박∙해양장비산업육성을 본격화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지방정부의 신질생산력 발전방향과 목표를 구체화하기 위해 선진 제조업 클러스터 육성과 국가급 신형공업화 시범구 조성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중국기업들도 신질생산력 학습과 도입을 두고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2023년 3월 발표된 호주전략정책연구소 보고서에 의하면, 44개의 핵심중점기술 중 37개 영역에서 중국이 이미 미국을 앞섰다. 
 
한편 최근 발표된 보고서에서는 64개 첨단기술 국가별 경쟁력에서 중국이 53개 기술에서 1위를 차지했고, 미국이 11개 분야 1위를 차지했다. 반면 한국은 단 1개 영역도 1위를 차지한 기술이 없다. 신질생산력이 향후 어떠한 변화를 몰고 올지 좀 더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박승찬 |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대사관 경제통상관·중소벤처기업지원센터 소장을 5년간 역임하며, 3000여 개가 넘는 기업을 지원했다. 듀크대학 교환교수(2012년)를 지냈고, 미주리주립대학에서 미중 기술패권을 연구(2023년)했다. 현재 사단법인 한중연합회 산하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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