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7월 물가는 전년 같은 달보다 3.2% 증가하는 데 그쳐 그간의 감소세를 이어갔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미국 소비자들은 쇼핑이나 여행, 외식 등을 줄이고 반드시 소비해야 하는 경우에는 선구매 후지불 방식을 사용하거나 구매한 영수증으로 포인트를 적립하는 ‘짠테크’를 활용하는 식으로 고물가 시대를 헤쳐나가고 있다.
 
▲미국 뉴욕의 크리스마스 쇼핑객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필수품도 ‘BNPL’(Buy Now Pay Later·선구매 후지불)로 구매=BNPL은 말 그대로 물건을 살 때 돈을 내지 않고 나중에 지불하는 것을 말한다. 일종의 외상인 이런 방식은 미국에서 오래전부터 사용돼왔다. 주로 비싼 가구나 운동용품, 고급 의류 등 고가의 물건을 구입할 때 한 번에 결제하는 대신 몇 달에 나눠 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의류나 식료품처럼 소액의 생필품 구매에도 BNPL 사용이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 몇 달간 미국의 물가 상승률은 4~5%였으나 식료품 가격은 7~10%나 올라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 이에 따라 식료품과 같은 필수품 구매에도 BNPL 방식의 결제를 사용하는 빈도가 늘었다.
 
온라인 마케팅 분석업체 어도비어낼리틱스에 따르면 올해 1~2월 BNPL을 사용한 전체 온라인 주문은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했으나 같은 기간 온라인 식료품 주문 가운데 BNPL로 결제한 비중은 40%나 급상승했다. 또한 BNPL 매출액은 오히려 19% 감소해 BNPL을 통해 구매하는 물품의 평균 금액이 낮아졌다. 이는 물가 상승으로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미국 소비자들이 적은 금액도 지불을 미루기 때문으로 보인다.
 
소액 결제에서 선구매 후지불 방식을 채택하는 경향은 ‘애플페이 레이터(ApplePay Later)’와 같은 서비스로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 3월 말 출시된 애플페이 레이터는 기존의 애플페이에 BNPL 기능을 추가한 서비스다. 이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은 50달러에서 최대 1000달러까지 빌릴 수 있으며 이를 이용해 구매한 물건의 금액을 6주 동안 4번에 나눠 지불할 수 있다. 
 
애플페이 레이터는 앱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며 별도의 이자나 수수료가 없어 호응이 크다. 특히 미국 내 소매업체의 85% 이상이 애플페이 가맹점이어서 애플페이 레이터는 BNPL 활용 증가에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도 BNPL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과 제휴해 50달러 이상 구매 시 수수료 없이 최대 48개월까지 나눠 지불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고 있으며 월마트도 BNPL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미국 최대의 소매 및 유통업체 아마존과 월마트가 BNPL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유는 매출 때문이다. 고물가 시대를 맞아 미국 소비자들이 계속해서 돈을 쓰도록 유도하기 위해 BNPL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원래 이런 서비스는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젊은 층과 인플레이션으로 경제가 어려워진 저소득층에게 어필했다. 신용카드 회사들은 이미 할부결제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지만 미국에서 신용카드는 신용등급과 소득에 따라 발급기준이 까다로워 신용등급이 낮은 젋은 층과 저소득층에게는 발급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신용카드 대출은 이용 수수료와 이자율이 높아 부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BNPL 서비스는 소액 결제는 별도의 수수료가 없고 이자도 없거나 낮은 수준이어서 적은 부담으로 사용할 수 있다.
 
실제로 미 소비자금융보호국이 지난 3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이 적을수록 BNPL을 사용하는 비율이 높았으며 연간 소득 2만1000달러에서 5만 달러의 응답자가 가장 많이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나이가 어릴수록 BNPL 사용 비율이 높았으며 35세 이하 연령층에서 가장 많이 이용했다. 예상대로 BNPL 사용자의 신용점수는 비사용자보다 낮았다.
 
◆포인트 적립을 위한 앱테크 이용자 증가=미국인들은 인플레이션을 계기로 소비를 줄여 한 푼이라도 모으려는 경향이 강해졌다. 이에 앱을 활용해 포인트를 모아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앱테크 사용자가 증가하고 있다. ‘게임을 하거나’(Play to Earn) ‘공부하거나’(Learn to Earn) ‘운동’(Move to Earn)을 통해 심지어 ‘숙면’(Sleep to Earn)을 취하는 것으로 포인트를 적립하는 ‘엑스 투 언(X to Earn)’이 유행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많은 인기를 얻었던 캐시워크(Cashwalk)는 ‘무브 투 언(Move to Earn)’의 대표적인 사례로, 사용자가 걷는 만큼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는 앱이다. 포인트는 월마트, 아마존, 스타벅스 등 유명 브랜드의 상품권으로 교환해 바로 사용할 수 있다. 매일의 운동습관을 데이터로 측정해 확인할 수 있고 친구 초대나 퀴즈 풀기 등을 통해 사용자가 재밌고 꾸준하게 운동할 수 있도록 해주는 무료 건강관리 앱의 기능을 하는 동시에 상품권도 받을 수 있어 인기다.
 
생활필수품을 구입한 뒤 영수증을 스캔하는 등의 간단한 방법으로 포인트 적립이나 할인 혜택을 받는 캐시백 앱을 사용하는 사람도 늘었다. 경제매체 마켓워치에 따르면 전 세계 캐시백 앱 시장 규모는 2022년 약 32억 달러였으며 2031년까지 57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대표적인 캐시백 앱 가운데 하나인 펫치(Fetch)는 쇼핑몰이나 레스토랑, 주유소 등을 이용하고 결제한 영수증을 카메라로 스캔해 올리면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다. 포인트는 스타벅스, 타겟 등 인기 매장의 상품권으로 바꿀 수 있고 기부금으로도 교환이 가능하다. 특정 브랜드를 구입하거나 친구 추천 등으로 추가적인 포인트를 획득하는 방법도 있다. 식료품 구입 같은 필수적인 소비활동 후 영수증만 스캔하면 포인트를 쌓을 수 있어 인기가 많다.
 
업사이드(Upside)는 미국 전역에 있는 5만 개 이상의 주유소와 식료품점, 식당 등 제휴 업체를 활용해 캐시백을 받을 수 있는 앱이다. 자동차가 주요 교통수단인 미국에서 주유는 피할 수 없는 지출인데 이 앱을 사용하면 제휴 주유소의 갤런당 가격을 확인할 수 있고 주유 영수증 사진을 제출하면 캐시백이 된다. 위치정보와 연계해 내가 있는 곳 주변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제휴 업체를 바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포인트 적립이 쉽다.
 
앱테크는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설문에 참여하거나 간단한 퀴즈게임을 풀어 포인트를 적립하고 학습, 운동, 식료품 구매와 같은 일상적인 활동을 통해서도 가능해 따로 시간을 내지 않고도 절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 기업 시사점=물가 상승세와 경기 침체 우려 속에 합리적으로 지출하려는 소비자 심리와 새로운 마케팅 전략으로 고객을 유인하려는 기업의 욕구가 맞물리면서 미국에서 캐시백 앱 이용이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에 진출한 한국의 대형 식료품 업체 M사는 물건을 결제할 때뿐만 아니라 결제가 끝난 영수증으로 또 한 번 적립할 수 있는 다양한 포인트 적립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이 업체의 조지아점 L 대표는 KOTRA 무역관과 인터뷰에서 “휴대폰으로 포인트를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앱을 최근 개발해 도입했으며 삼성페이나 애플페이 등 소비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결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절약하려는 소비자에게 도움을 주는 동시에 소비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에게 이런 앱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 잡아가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미국 소비자들은 또한 얇아진 지갑 사정 때문에 필수품 등의 소액 결제에도 BNPL 방식을 선호하며 핀테크 업체들도 BNPL 결제 시스템에 집중하고 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글로벌 BNPL 시장은 2022년 1억3700만 달러로 평가됐으며 2028년까지 1억5400만 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핀테크는 미국 스타트업 시장에서 가장 관심이 높은 업종이자 벤처캐피털 업계의 투자가 집중되는 분야다. 스타트업 클라르나(Klarna)는 BNPL 결제 시스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 세쿼이아캐피털로부터 8억 달러의 투자를 받았다. 미국 시장 진출을 계획하는 우리 스타트업도 미국의 소비 트렌드와 핀테크 산업을 눈여겨볼 만하다.
 
KOTRA 애틀랜타 무역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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