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가 중매… 아직도 머나 먼 인도의 연애결혼
 
 
●신부 측이 결혼비용 전액을 낸다… ‘허리 부러지는’ 인도 결혼식 = 세기가 바뀌던 1999년 10월 어느 날로 기억된다. 
 
당시 KOTRA 뉴델리 무역관에 근무하면서 친해진 기업인 2세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2박 3일 일정으로 휴가를 내고 뉴델리 인근 자이푸르(Jaipur)로 갔다. 
 
자이푸르가 속한 라자스탄(Rajastan)주는 인도는 물론 전 세계에 보석으로 유명하며, 인도 상인의 본류인 마르와리(Marwari)의 본고장이자 힌두 문화의 중심 지방이다.
 
결혼식 첫째 날 안내를 받아 가 본 결혼식장은, 우리로 치면 시내 한복판에 자리 잡은 공설운동장이었다. 
 
마주 보며 관중석 양쪽에 자리 잡은 수십 명 군악대가 서로 질세라 뿜어내는 트럼펫, 북소리로 옆 사람의 말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운동장 가운데에 펼쳐진 수십 개의 천막 아래는 인도 전통 남성 옷인 도티(Dhoti)와 부인용 사리(Saree)를 입고 온갖 보석들로 치장한 수천 명의 하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 결혼식은 3일 동안 이어졌다. 
 
당시 물가로 우리 돈 최소 수십억 원이 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막대한 결혼식 비용 모두는 신부 측이 부담했다.
 
인도 근무를 마칠 무렵인 2001년 말, 그동안 왕래가 잦았던 집주인 아주머니가 우리 집, 정확히는 바로 옆집에 마실 차 건너왔다. 
 
남편이 딸 셋을 남기고 먼저 가면서 자신에게 남긴 큰 집의 구조를 변경해 반쪽을 필자에게 세주고 있었다. 
 
이야기가 결혼식으로 넘어가자 이 아주머니, 갑자기 눈물바다의 하소연을 이어갔다. 딸 셋을 둔 자신의 현실이 너무도 힘들고 억울하다는 것이다. 
 
몇 년 전 첫째 딸 결혼식 때, 막대한 결혼식 비용과 지참금(인도에서 지참금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음)으로 큰 출혈이 있었다. 
 
지금은 둘째 결혼식을 준비 중인데, 예비 사위가 벨기에 유학파에 다국적기업 회계사여서 그에 상응하는 집 마련은 물론 결혼식 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는 이 현실이 너무나 힘들고 불합리하다는 게 골자였다. 
 
그녀는 만약 셋째가 아들이었다면 첫째, 둘째 때 출혈을 어느 정도 만회라도 할 텐데 대학 다니는 셋째도 딸이어서 앞길이 캄캄하다고 울먹였다.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하기 직전 KOTRA에서 인도 근무를 재차 지원하면서 20여 년 전의 그 집을 다시 찾아가 보았다. 
 
예전의 단층집은 4층의 번듯한 고급빌라로 재건축되어 있었다. 주인아주머니와 두 딸·사위들이 빌라 한 칸씩을 차지해 살고 있었다. 
 
그녀로부터 남편이 물려 준 집을 지켰고, 뉴델리의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그 빌라 값이 우리 돈 100억 원을 넘는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인도에서 사위에게 집은 사주어도 집 명의는 예외 없이 딸 앞으로 하는데 이 집도 그러할 것이다. 
 
▲2021년 2월 코로나19 팬데믹 와중에 뉴델리 메리어트호텔에서 개최된 KOTRA 인도 뉴델리 무역관 현지 직원의 결혼식 사진.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무관함. 필자 직접촬영.
●인도의 같은 카스트 내 결혼비율 94%… 연애결혼, 아직은 먼 이야기 = 인도 인간개발조사(India Human Development Survey)에 따르면 인도 내 카스트 간 결혼 비중은 1970년 5%에서 2012년 6%로 소폭 증가 추세다. 
 
그러나 40년간 일어난 인도의 교육과 경제발전, 국제화 진전에도 불구하고 이종 카스트 간 결혼 비중이 불과 1%p 증가에 그쳤다는 것은 많은 것을 상징한다. 
 
인도 결혼 중 94%가 아직도 같은 카스트(좀 더 정확히는 같은 직업을 뜻하는 Jati) 내 결혼이란 의미로 인도인의 일상과 문화에서 카스트가 미치는 영향력이 막강함을 의미한다.
 
반대의 통계도 있어 조심스럽지만, 이 IHDS 통계에서 흥미로운 사실은 신분을 중시하는 카스트, 특히 최상위 브라만 계층 내 이종 카스트 간 결혼 비중이 6.3%인데 반해 최하위의 Scheduled Caste(SC) 및 차하위(OBC : Other Backward Caste : 인도 인구의 약 절반 정도 차지) 계층의 비중은 각각 4.7% 및 4.8%에 불과하다. 
 
동양계 인종이 대부분이고, 산악 특성을 가진 북동부 7개 주의 이종 카스트 간 결혼 비중이 50%를 넘게 나오는 것도 이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또 다른 IIT, Delhi의 2013년 조사에 따르면 당사자의 학력 수준이 결혼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나, 시어머니 학력이 교육 기간 기준 10년 높으면 이종 카스트 간 결혼 비중이 36%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 시어머니의 학력 수준이 이종 카스트 간 결혼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확인된다. 
 
인도에선 결혼의 94% 정도가 중매로 성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매결혼은 우리가 통상 생각하는 중매 후 당사자 간의 일정 교제가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부모를 중심으로 한 가족(일족)이 결혼 파트너 선택권을 가지고 있고 결혼 당사자들은 오직 이 결정에 대한 선택권만 있다는 의미다. 
 
즉, 결혼 전 결혼 당사자 간 교제의 기회가 거의 없다는 의미의 중매결혼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러한 중매방식을 통해 결혼한 인도인 부부 대부분이 자신들의 결혼생활에 만족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도의 이혼율은 1% 전후로 매우 낮다. 
 
인도 결혼 중개 시장도 과거의 중매인이나 신문광고 방식에서 점차 매치파인더(Matchfinder), 샤디(Shadddi, 힌디어로 ‘결혼’이란 뜻) 등 신종 온라인, 또는 웹 기반 결혼 중개 사이트 비중이 지속 증가하고 있다. 
 
인도 신문의 변치 않는 주 광고 수입원은 결혼 중개 부분이다. 이 광고의 단골 메뉴로 가장 앞서 제시되는 것이 지역, 종교, 그리고 피부색 등 카스트를 암시하는 문구 순이고, 할 수만 있다면 해외 거주 인도인(NRI로 표기됨/ Non Resident Indian) 표기 순이다. 
 
이 순서를 보면 인도인들이 결혼에 있어 가장 중시하고 있는 요인들에 접근해 볼 수 있다. 
 
중매인이나 신문광고에서 온라인 중개 사이트로 수단이 변해갈 뿐 선호 순서는 아직도 유효하다. 1991년 이후의 인도경제의 자유화와 국제화, 도시화 흐름에 따라 조금씩 변한다지만 속 바탕은 아직 그대로인 셈이다.
 
●인도에서 결혼은 일족의 체면이 걸린 인생 대업 = 인도 정부도 이종 카스트 간 결혼을 정책적으로 장려하고 있는데 2017년부터 이종 카스트 간 결혼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돈으로 약 400만 원(25만 루피) 정도의 국가보조금을 주정부를 통해 지급한다. 
 
인도 일반 대중에게는 매우 큰 돈이다. 그러나 이 루트를 활용하는 경우는 아직도 드물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 하는데 한 개인, 그리고 가족과 일족의 선택 중 가장 중요한 결정이 결혼일 것이다. 그래서 이 결혼의 양상과 형태를 보면 한 개인은 물론 그 사회, 문화의 본성과 밑바탕을 볼 수 있다. 
 
앞의 두 예, 그리고 제시되는 각종 결혼 관련 통계는 지위, 신분, 경제력을 불문하고 인도란 땅과 인도인에게 결혼식과 결혼문화가 어떤 의미인지를 드러낸다.
 
인도인에게 결혼과 결혼식은 한 개인, 가족을 넘은 일족 전체의 명예가 달린 이벤트다. 자기 일족의 사회적 지위를 확인시키고, 상승시키고, 주변으로부터 공인받는 연속적인 과정이다. 
 
인도 정부 통계에 따르면 약 65만 인도인이 해외 유학 중이다. 그러나 해외 현지에서 학위과정 중간에 결혼식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조건에 맞는 상대방을 골라 약혼식을 올린 후에 해외에 내보내더라도, 결혼식만큼은 대부분 졸업 후 인도 본토에서 성대하게 해야 한다. 
 
‘멋진 그림’이 나올 때 수많은 사람을 초대해, 수일간 대접하고, 일족의 카스트와 체면을 확인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신분이 높을수록, 그리고 경제적 여력이 있을수록, 더 성대하고 또 우아한 채식 위주로 치른다. 양가 부모 쪽에 전하는 예물도 통상 우리가 생각하는 수준보다 0이 하나 더 붙는다고 보면 된다. 
 
인도 ‘발리우드’ 영화의 변하지 않는 주제인 신데렐라형 결혼과 결혼 전 로맨스는 현실과 거리가 먼 이야기다. 현실과 멀기 때문에 열광하는 것이다. 
 
일생일대의 중대사지만, 촘촘한 네트워크를 거스르면서 어릴 때부터 몸에 밴 습관과 문화를 저버리고 산다는 것은 인도 땅에서 그만큼 힘들다는 이야기다. 
 
그만큼 인도의 카스트, 종교, 문화, 그리고 경제적 여건이 드리우는 구속력과 중력이 현재에도 크다는 이야기다. 
 
결혼 직후 인도 신혼부부의 99%가 시부모와 함께 살고 있고 또 살아야 한다.
 
빚을 내서라도 주변의 기대 수준을 맞추어야 한다. 인도인은 인생에 있어 두 번 크게 돈을 쓴다고 한다. 한 번은 집을 살 때고 다른 한 번은 결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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