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커피브랜드 ‘블루보틀(bluebottle)’이 3일 성수동에 1호점 문을 열었다. 블루보틀은 주문을 받으면 로스팅한 지 48시간이 지나지 않은 원두를 갈아 핸드드립 방식으로 일일이 커피를 내려준다. 사진은 3일 시민들이 매장에 입장하기 위해 줄 지어 서있는 모습. 【서울=뉴시스】
‘커피계의 애플’로 알려진 미국 커피브랜드 ‘블루보틀(bluebottle)’이 최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1호점 문을 열었다. 이날 8시 오픈 전부터 매장 앞은 인파로 북적였다. 첫 손님은 0시 25분쯤부터 기다린 20대 여성 손님이었다. 오전 11시부터는 사람이 더 몰리기 시작했으며, 시간당 100명 정도가 매장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실제로 오전 11시부터 줄을 선 김모(32)씨는 4시간 30분 만에 블루보틀 커피의 맛을 볼 수 있었다. 김씨는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에서 블루보틀 매장에 방문한 적이 있는데 한국에 생긴다고 해서 와 봤다”며 “오래 기다린 만큼 드립 커피 맛은 만족스러웠다”고 전했다.
 

블루보틀은 커피 고급화 전략으로 강력한 마니아층을 형성한 미국 커피 체인점이다. 프리랜서 클라리넷 연주자이자 커피광이었던 제임스 프리먼이 2002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의 작은 창고에서 직접 원두를 볶아 커피를 만들어 팔던 것이 시작이었다. 블루보틀이 미국 외 국가에 점포를 낸 것은 일본에 이어 우리나라가 두 번째다.
 

◇블루보틀은 어떻게 ‘커피업계의 애플’로 불리게 됐을까 = 심플한 디자인과 최고의 품질을 추구하는 가치관, 이로 인해 생긴 마니아층은 블루보틀과 IT기업 애플의 닮은 점이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미국 언론이 “스타벅스가 마이크로소프트라면, 블루보틀은 애플”이라고 보도한 것을 시작으로 블루보틀은 ‘커피업계의 애플’로 불려왔다.  
 
블루보틀은 갑자기 어딘가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브랜드가 아니다. 창업한 지 17년이 지나는 동안 천천히, 지속적으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가다듬었다. 초기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를 만들어 즐기고 싶었던 프리먼은 한 번에 5파운드씩만 로스팅 해 한 잔의 커피를 만들어냈고, 현재까지도 매장에서는 로스팅한 지 48시간 이내의 원두만을 사용해 커피를 추출한다. 최근 들어 스페셜티(Specialty) 커피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급증하면서 블루보틀에 열광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났다. 이에 따라 블루보틀은 커피산업 ‘제3의 물결’의 선두주자로 각광받게 됐다.
 
블루보틀은 커피업계에서는 매우 드물게 몇 차례에 걸쳐 벤처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자의 면면을 살펴보면 인스타그램과 트위터의 공동 창업자, 구글 벤처, 우버 등 혁신적인 실리콘밸리 투자자가 주를 이루고 있다. KOTRA는 창업자의 커피 맛에 대한 완벽주의와 디테일에 대한 집착을 투자자들이 높이 평가했다고 분석했다. 블루보틀의 매장 또한 애플 매장과 어딘지 모르게 비슷하다는 느낌을 들게 하는데, KOTRA는 이런 느낌이 단순히 인테리어와 로고 디자인 때문은 아니라고 전했다. 블루보틀 매장은 전체적으로 테이블 높이가 낮고, 핸드드립 커피를 내리는 동안 바리스타는 고객을 보면서 커피의 맛과 제조방법에 대해 대화를 건넨다. 이는 애플 매장의 지니어스바를 연상케 한다.
 
또한 브랜드가 말하고자 하는 스토리를 소비자가 직관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창업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시선을 거스르는 오브제가 없고, 미니멀한 가구를 사용해 고객이 제품 자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오프라인 매장뿐만 아니라 온라인 사이트, 제품 패키지에서도 고급스럽지만 미니멀한 브랜드 아이덴티티(BI)가 그대로 적용돼 소비자들에게 일관된 경험을 제공한다. 특히 웹 사이트는 이커머스 기능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 브랜드를 해치지 않고 직관적으로 구매로 이어지는 매우 진화된 형태를 선보인다.
 
또한, KOTRA는 블루보틀이 ‘대중 감정의 시대(Mass Connoisseurship)’라 불리는 트렌드를 매우 효과적으로 공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즉, 생산에 직접 참여하는 프로슈머 현상과 함께 집단지성에 근거한 소비대중의 권력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말이다. 블루보틀은 소비자들이 직접 스페셜티 커피를 제조할 수 있도록 다양한 용품을 판매하고 있고, 매우 디테일한 How-to 영상 콘텐츠를 제공한다. 이러한 콘텐츠 전략은 키워드 검색 엔진을 장악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소셜 미디어에 노출된 콘텐츠가 구매 사이트로 직접 연결되는 구조를 통해 상당한 언드 미디어(Earned Media) 효과를 거두고 있다. 언드 미디어란 기업이 아닌 주체가 생산하고 발산하는 미디어, 다시 말해 구전 마케팅이다. 
 
이에 대해 온라인 매체 의 e커머스 전문기자인 샘 홀리스는 “‘사람들이 얘기하고 싶어 하는 브랜드’를 지향하는 블루보틀의 전략은 매우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에 1호점을 오픈하면서 돈 한 푼 안 들이고 전 국민이 인지할 수 있을 정도의 마케팅 효과를 거둔 것도 이러한 전략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블루보틀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크게 ▷리테일 매장 ▷온라인 정기 배송 ▷RTD(Ready to drink offering, 캔 포장된 콜드브루 커피) 3가지 영역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단순화하고, 아웃소싱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블루보틀은 매장과 로스터리가 인접해 있어야 하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매장을 브랜드 경험과 철학을 전파하는 쇼케이스로 활용해, 그 자체를 하나의 광고 미디어로 활용했다.
 
정기배송의 경우 오프라인 비즈니스를 고객 데이터 확보와 혁신이 가능한 온라인의 영역으로 옮겨왔다는 점, 예측 가능하고 정기적인 매출원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데, 이 온라인 사이트와 이커머스 기능은 구글 벤처스의 프로젝트팀과 협업해 탄생했다. 또, RTD는 커피의 신선도와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로스터리와 가까운 지역의 유기농 제품제조업체, 맥주 제조사 등의 파트너와 협업해 대량 생산하는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을 취하고 있다. 덕분에 별도의 자체 생산라인 투자 없이 효율이 극대화 됐다.
 
◇블루보틀처럼 작지만 강한 브랜드 만들기 위해서는 = KOTRA는 이러한 블루보틀의 사례를 통해 우리 기업에게 몇 가지 시사점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자사의 브랜드를 시장에서 최고의 전문가, 최고의 제품으로 포지셔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기업은 진정성 있는 제품과 서비스 철학, 기업의 본질에 충실한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새로운 트렌드를 선도하고, 기존 시장을 재해석하는 노력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 비즈니스 규모에 상관없이 강력한 브랜드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명확한 타깃 고객을 설정하고, 거기에 맞는 차별화 된 브랜드 전략이 필요하다. 온·오프라인에 걸친 일관성과 고객 경험 제공은 필수다.
 
세 번째, 고객과의 관계 형성을 통해 마케팅 구전 효과를 극대화하라는 것이다. 전통적인 산업일지라도 소셜 미디어와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네 번째, 스마트한 파트너십을 통해 혁신과 효율을 ‘아웃소싱’하라는 것이다. 특히 사업규모가 커지면서 고객들에게 만족스러운 경험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기 위해서는 전략적인 파트너십이 필요한 시점이 도래하기 마련이다.
 
한국만 하더라도 최근 전통적인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에서 많은 혁신이 일어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나를 위한 작은 사치를 뜻하는 미코노미 트렌드와 함께 신선 제품 새벽배송, 100달러짜리 랍스터 뷔페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들도 속속 등장해 성공을 거두는 추세다. 
 

KOTRA는 “우리 기업들도 기존 시장을 재해석해 전문화된 영역을 개척하고, 타 산업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한 노력을 지속한다면 머지않아 우리나라에서도 소비자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작지만 강한 브랜드들이 많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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