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식도락의 도시’ 일본 오사카에서는 ‘친(チン!·조리시간이 끝났음을 알리는 전자레인지 소리) 하는 레스토랑’이 오픈해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이 레스토랑은 점심식사 가격이 성인 기준 2000엔이며 90분 동안 150여 종의 냉동식품과 50여 종의 아이스크림을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었다. 또한 제조사가 추천하는 조리법과 먹는 방법 등을 참고할 수 있어 엔터테인먼트 기능까지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냉동식품이 기피 대상은커녕 고급 식품으로 대접받은 대표적인 사례다.
 
○확대되는 냉동식품 시장=일본 냉동식품 시장은 코로나19로 외출 기회가 줄어들면서 새롭게 수요가 확대된 시장 중 하나다. ‘맛이 없다’는 냉동식품의 이미지는 이제 과거의 이야기다.
 
인기 음식점과 협업해 개발한 냉동식품은 현장의 맛을 그대로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냉동식품의 이미지를 바꾸고 장기 보관이 가능해 식품 손실을 줄일 수 있어 소비자 심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술력 향상과 함께 고품질 냉동식품이 판매되기 시작하면서 일본에는 냉동식품 전문 슈퍼까지 등장했다. 프랑스에서 탄생한 냉동식품 전문점 피크르드는 일본 수도권을 중심으로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 6월에는 오사카에도 진출했다.
 
한국 냉동식품도 인기다. 대표적인 제품은 비비고 만두로, 일본 대형 마트에 가면 전용 코너가 있을 정도로 한국을 대표하는 냉동식품으로 자리 잡았다. 
 
또한 오사카의 한국계 식품업체 K사가 수입하는 냉동 국밥은 1000엔 미만으로 한국에서 먹는 요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맛으로 유튜브에서 화제가 됐다. 이 제품은 한동안 냉동식품 코너에서 품절되는 등 한국 냉동식품의 이미지 제고에 일조하고 있다.
 
일본 냉동식품협회가 회원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2022년 일본 냉동식품 소비량은 전년 대비 3% 증가한 298만1483톤이다. 이 중 국내 생산량이 159만8808톤, 수입 냉동채소가 114만9097톤, 조리된 수입 냉동식품이 23만3578톤이다. 
 
소비량을 1억2494만7000명인 총인구로 나눈 국민 1인당 연간 소비량은 전년 대비 3.5% 증가한 23.9kg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액 기준으로도 10.5% 확대된 1조2065억 엔에 달했다.
 
○가격 인상에도 변함없는 수요=일본 냉동식품협회가 만 25세 이상의 남녀를 대상으로 코로나19로 냉동식품 이용이 증가했는지를 물었는데 2022년에는 ‘그렇다’는 대답이 22% 증가했고 작년에도 비슷한 증가율을 보였다. 이는 잇따라 가격이 인상되는 상황에서도 냉동식품 수요가 줄지 않았다는 뜻이다.
 
냉동식품 이용 횟수를 남녀별로 살펴보면 여성 소비자는 ‘주 2~3회’(31.2%)가 가장 많았고 ‘주 1회’(23.8%), ‘월 2~3회’(20.6%), ‘월 1회’(12.3%), ‘거의 매일’(12%) 순이었다. 평균적으로 ‘1주일에 2회’ 냉동식품을 먹는 셈이다. 남성은 ‘주 1회’(31%), ‘주 2~3회’(29%)가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주간 평균은 ‘1.7회’였다.
 
구매 장소로는 남녀 모두 ‘슈퍼마켓’이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구매 목적은 ‘집에서 저녁으로 먹기 위해’, ‘집에서 점심으로 먹기 위해’, ‘도시락용’ 순이었다. 제품가격 상승으로 구매가 감소했는지 물었는데 과자, 빵 등은 ‘그렇다’고 한 비중이 높은 반면 냉동식품은 가격 인상의 영향이 적게 나타났다.
 
○냉동 판매되는 갓 빚은 일본주=냉동식품의 품질이 향상됐다고는 하지만 육류나 생선회 등은 얼리면 맛이 없어진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특히 냉동 회는 냉장 회에 비해 가격이 싼 만큼 맛도 떨어진다는 소비자들이 많다. 하지만 테쿠니칸의 액체 급속 냉동 기술을 사용하면 냉장 제품과 동일한 품질의 식감을 즐길 수 있다.
 
액체 급속 냉동이란 영하로 얼린 알코올에 포장된 식품을 담가 냉동시키는 기술로, 200g의 스테이크 고기라면 3분 만에 딱딱하게 얼어붙는다. 일반적으로 냉동실에서 회나 고기를 얼리면 해동할 때 ‘드립’으로 불리는 육즙이 나오는데 액체 급속 동결은 세포벽을 파괴하지 않고 신선한 상태로 보관할 수 있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양조장에서만 마실 수 있는 갓 빚은 술을 집에서도 편하게 즐길 수 있다. 일본주는 원래 냉동하는 문화가 없고 냉동 보관을 하려고 해도 기존 기술을 쓰면 물과 알코올 성분이 분리돼 맛이 크게 떨어질 뿐만 아니라 냉동 시 수분이 팽창해 병이 파손될 수 있다. 하지만 이 기술을 통해 가열 처리되지 않은 신선한 일본주를 일본 전역에 판매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수출도 가능할 것으로 보여 일본주 업계의 기대도 크다.
 
○우리 기업 시사점=코로나19로 일본 내 냉동식품 수요는 확대됐지만 시식회 등 신제품을 홍보할 수 있는 자리는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친! 하는 레스토랑’ 사례는 두 번의 한정 오픈에 이어 세 번째 오픈도 예상되며 상설 운영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일본 냉동식품 시장은 앞으로도 확대될 전망이어서 우리 기업들은 제품뿐만 아니라 관련 냉동 기술이나 냉동창고 시장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만 엔화 약세가 지속되고 있어 냉동식품 시장에서도 원자재 가격 상승의 영향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냉동식품 수입업체인 F사 담당자는 KOTRA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1엔이라도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큰 영향을 받는다. 아직은 도매가격에 전가할 수 있지만 달러당 150엔 정도까지 오르면 상당히 어려워진다. 우리 회사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업소용 냉동 식재료에서 가정용 냉동식품으로 수입 제품을 전환하면서 실적 악화를 피할 수 있었지만 엔화 약세가 지속될 경우 소비 자체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KOTRA 오사카 무역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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