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표브로커’들이 우리 기업의 상표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상당수 우리 기업이 중국에 진출해 있을 뿐 아니라 경제적, 지리적 이유로 우리 기업의 상표를 접하기 쉬운 탓이다. 상표브로커란 인기 있는 타인의 상표를 중국에 미리 등록해 해당 상표의 ‘진짜 주인’이 중국에 진출할 때 양도를 제안하거나 소송을 걸어 합의 명목으로 거액을 요구하는 이들을 가리킨다. 한 마디로 사용이 아닌 돈벌이를 목적으로 상표를 출원하는 자들이다.

최근 중국에서는 우리나라 상표를 무단으로 도용하는 일이 급증하고 있다. 1년 새 3.5배까지 늘어났다. 2020년 중국에서 상표가 도용된 한국 피해기업은 2753곳으로, 2019년보다 24%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업종별 피해현황을 살펴보면 프랜차이즈 업종이 792건으로 가장 많은 비중(22.9%)을 차지했고, 식품(19.0%), 의류(16.8%), 화장품(12.1%) 순으로 피해가 컸다. 최근 KOTRA 광저우 무역관 IP데스크는 ‘중국 상표전략 수립 위한 실무와 사례 (상)’ 보고서를 통해 중국 상표권 관련 이슈와 상표브로커 예방 전략 등을 소개했다.

◇상표브로커가 진화하고 있다 = 중국 당국은 상표브로커를 근절하기 위해 심사와 단속을 강화했으나 상표브로커들의 상표선점행위는 더 대범하고 은밀해지고 있다. 기존에는 주로 개인이나 소기업이 타인의 유명상표를 표절했다면, 최근에는 정보컨설팅회사, 정보기술개발회사 등을 설립해 상표를 출원하고 있다. 이들은 인터넷에 정통하고 기업의 정보를 포착하는 데 능숙하다는 특징이 있다. 일례로 우리 기업을 가장 많이 괴롭혀온 대표적인 상표브로커 김광춘의 경우 개인 명의로만 810건이나 되는 상표를 출원했는데, 이와 더불어 심양신사격림무역유한공사(沈阳绅士格林贸易有限公司)을 비롯해 여러 컨설팅 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지속적으로 상표를 출원하고 있다.

최근 상표브로커들은 전문 상표브로커가 상표를 출원할 경우 심사관에 의해 거절당할 것을 알고, 이를 피하기 위해 여러 건의 상표 출원 시 서로 다른 기업 또는 개인 명의를 사용한다. 또, 출원 후 사용하지 않아 상표등록이 취소되는 것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일부러 사용실적을 만들기도 한다. 이 경우 ‘불사용취소’를 회피하기 위한 상징적 사용이므로 진전성 여부를 조사해 불사용취소 신청이나 심판을 통해 상표등록을 취소시킬 수 있다. 상징적 사용의 예시로는 광고만 하고 실제 제품을 생산하지 않는 경우, 판매하긴 했으나 그 수량이 매우 적은 경우 등이 있다.

중국 당국이 블랙리스트 제도 운영 등을 통해 상표브로커에 대한 조사와 통제를 강화하면서 해외기업으로 위장하는 경우도 종종 나타나는 추세다. 이럴 때는 먼저 조사를 통해 해외 등록기업 명의로 상당수의 상표를 사재기한 정황이나 유명상표를 모방한 상표를 보유한 점을 확인하고, 이의신청을 통해 해외기업이긴 하지만 위장기업일 가능성이 많음을 주장해야 한다. 더 나아가 상표브로커로 의심된다는 점을 적극 부각, 해당 기업의 상표 등록을 저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상표브로커들은 상표 사용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중국 상표매매 전문 사이트에서 상표매매를 시도하기도 한다. 일례로 상표브로커 김광춘은 상표매매사이트인 好标网(https://www.haotm.cn/)에 우리 기업 ‘안동찜닭’의 상표를 9만 위안(약 1600만 원)에 양도하겠다고 올린 바 있다. 이를 반대로 활용해 상표매매 사이트에 접속해 검색란에 상표명, 등록번호, 매매사이트상의 게시번호 등을 입력하면 해당 상표가 거래 중인지 확인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한글상표명은 검색이 불가능하고, 영문이나 중문이 포함된 경우에만 검색할 수 있다.

◇우리 브랜드가 상표브로커에게 당한 걸까 = 우리 기업의 상표를 선점한 중국 기업(개인)이 상표브로커인지 아닌지 파악하는 것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매우 어렵다. 다만 보고서는 ▷단기간에 여러 품목에 걸쳐 수십 건, 수백 건의 상표를 출원한 경우 ▷출원인의 경영범위와 관련 없는 품목을 다수 출원했을 경우 ▷출원상표가 대부분 타인의 유명상표를 모방한 경우 ▷사용하고 있다는 정황은 없고 상표매매 사이트에 양도하겠다고 올린 경우 ▷매우 독창적인 우리 기업의 상표를 그대로 표절한 경우 ▷상표대리사무소가 상표브로커와 유사한 행태를 보인 경우 등은 상표브로커로 의심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독창성이 뛰어난 우리 기업의 상표를 누군가 선점했다면, 일단 악의적인 상표브로커로 의심하고 이의신청이나 무효심판을 청구해볼 것을 추천한다. 이런 경우 상표브로커는 해상 상표를 개발하게 된 합리적인 이유를 대지 못할 것이므로 상표를 되찾을 가능성이 있다. 우리 기업이 중국에서 해당 상표를 사용했거나 일정한 영향력이 있다는 것이 뒷받침된다면 더 좋겠지만, 상표브로커가 확실하다면 이런 근거 없이도 상표를 되찾아올 수 있다.

◇상표브로커로부터 내 상표를 지키려면 = 상표브로커에게 당하지 않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중국 진출 전 미리 출원해 등록을 받아놓는 것이다. 사전에 예방을 못하고 사후에 대처하려면 시간과 비용은 물론 정신적 스트레스까지 감내해야 할 부분이 크다. 그러나 많은 우리 기업이 일단 중국에 진출한 후 상황을 보며 상표를 출원하고자 한다. 보고서는 “이는 늦어도 너무 늦은” 행동이라고 꼬집는다. 중국의 상표브로커는 우리나라 언론이나 방송, 온라인 쇼핑몰 등을 수시로 모니터링하면서 호시탐탐 우리 기업의 상표를 노리고 있다.

중국에서 열리는 전시회에 참가할 때도 반드시 미리 중국에 상표를 출원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다면 중국 기업에 상표가 그대로 노출돼 선점당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미리 출원하지 않은 상태에서 전시회에 참가해 상표를 빼앗겼다면 우선권을 주장해볼 수 있다. 중국 상표법 제26조에는 ‘중국 정부가 주최하거나 또는 중국 정부가 승인한 국제전람전시회에서 전시한 상품에 처음으로 사용한 상표의 경우 전시일로부터 6개월 내에 해당 기업이 상표 출원에 우선권을 가진다’고 돼있다. 전시 제품에 상표를 사용한 증거를 제출해 출원하면 전시회에 출품한 날로 출원일을 소급 받을 수 있다.

온라인 플랫폼에 입점한다면 실시간으로 중국 소비자들에게도 노출되기 쉬우므로 플랫폼 입점 전 반드시 한국과 중국에 상표를 출원해둬야 한다. 중국 플랫폼뿐 아니라 자사몰이나 우리나라 온라인마켓에 입점할 경우에도 미리 출원하는 것이 현명하다.

한편, 보고서는 중문 브랜드 네이밍을 사용하는 것도 상표브로커의 상표 표절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우리 기업들은 중국어 브랜드 네이밍 대신 기존의 한글·영문 브랜드만 가지고 중국에 진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상표는 상표브로커의 표적이 되기 쉽다. 실제로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은 중문 네이밍에 각별히 신경 쓸 뿐 아니라 방어출원도 꼼꼼히 하고 있다.

상표를 출원할 때는 연관성이 높은 상품도 함께 등록할 것을 추천한다. 일부 대기업을 제외한 많은 기업이 대부분 수출하는 상품 또는 취급하는 서비스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상품에만 상표를 출원한다. 물론 실제 수출할 상품에 대해서만 상표를 출원하면 중국 진출이 가능하긴 하나 상표브로커를 염두에 둔다면 연관성 있는 분류의 상품에도 출원해두는 것이 좋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선글라스 제조업체가 ‘A’라는 상표를 제9류인 선글라스에만 출원해 놓았는데, 만약 상표브로커가 연관성 높은 태양광 차단을 위한 양산(제18류), 모자(제25류) 등에 A상표를 등록받았다고 할 경우, 이들 제품이 한 매장에 진열돼 판매가 이뤄진다면 소비자들은 혼동할 수밖에 없고, 이는 우리 선글라스 제조업체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3류인 화장품을 생산·판매하는 기업은 41류의 미용교육업, 44류의 미용업 등에도 함께 출원하는 것이 좋다.

관련 품목 외에 제35류도 간과해서는 안 될 분류다. 중국의 35류 ‘타인을 위한 판매대행업’은 상표브로커 예방 차원에서 등록해두는 것이 현명하다. 화장품 제조·판매 기업이 제3류 화장품에 ‘abc’라는 상표를 등록해 두었더라도 상표브로커가 제35류 타인을 위한 판매대행업에 동일한 ‘abc’ 상표를 등록한다면, 상표브로커가 abc 온라인 숍을 개설해 타 회사의 화장품이나 미용 관련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합법적으로’ 가능하다. 이는 결국 소비자의 오인혼동을 초래, 우리 기업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캐릭터나 독특한 글씨체 등으로 구성된 상표라면 저작권 등록을 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저작권 등록을 해두면 상표브로커의 상표 선점을 예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분쟁이 생기더라도 되찾아올 가능성이 크다. 상표는 출원서에 지정한 특정 품목에 속하는 상품에만 효력이 있지만 저작권은 모든 품목에서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특징도 있다. 저작권은 심사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신청 후 약 2~3개월 내에 등록되며, 비용도 300~400달러 정도로 저렴하다.



민유정 07yj28@kit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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