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52.8원으로 거래를 마무리했다. 지난 7월 초 연중 최고치인 1555.8원을 기록한 이후 약 석 달 만에 200원 넘게 내려앉은 수치다.
만일 지난 7월 환율 1500원대를 기준으로 단가를 산정해 수출 계약을 체결한 업체가 있다면 어떻게 됐을까?
계약 체결 후 바로 수출대금이 입금되는 것은 아니지만, 달러당 1300원 대인 상황에서 대금을 받는다면 이 업체는 매우 큰 환차손을 입었을 것이다.
수출입 기업들은 거래에 성공하고도 자칫하면 환차손을 입을 위험에 항상 노출돼 있다. 환위험은 무역업체의 숙명이다. 따라서 환리스크 관리는 수출 기업의 최우선 경영 현안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기업 현장에서는 아직 환리스크 관리를 어려워하고, 또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문제나 이유가 있다. 모든 기업에 공통적인 것도 있고, 개별 기업의 상황에 따른 것도 있다.
●문제에 대한 인식 = 가장 큰 문제는 환리스크의 실체나 환리스크 관리의 의미를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알고 있더라도 잘못 알고 있거나, 부분적으로 이해가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환율이 변동하면 원화 매출액이 변하고 추가로 환차손익이 발생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매출액이 변동하는 부분은 간과하고 있다. 환헤지를 하여 손실이 날 경우 매출액이 증가했는데도 불구하고 거래 손실에만 관심을 갖는다.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데 환리스크 관리가 제대로 될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중소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경영진과 실무자가 환율이 변동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헤지 거래의 손실이나 이익이 어떤 의미인지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 환리스크 관리를 제대로 하는 출발점이다. 잘 모르기 때문에 자신감도 없고 시작조차 못하게 되는 것이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환리스크 관리도 문제를 제대로 인식한다면 80% 이상 해결된 것이다. 기업이 스스로 처음부터 공부해서 이해하고 방법을 찾기란 시간이나 비용측면에서 쉽지 않을 뿐더러 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된다.
●경영진의 마인드 = 만일 어떤 기업이 ‘정확한 환율 예측을 통해 이익을 보자’는 목표를 설정했다면 백전백패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환율 변동의 기본 원리와 역사적 맥락을 이해한다면 실패 확률은 줄이고 그 만큼 성공 확률은 커지게 된다.
올바르고 합리적인 목표는 ‘미래 환율 변동에 적응해서 실패확률을 줄이는 것’이 돼야 한다.
모든 경영관리가 그렇지만 특히 환리스크 관리는 경영진의 관심과 실천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환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환리스크 관리는 환율 변동에 대응하기 위한 회사의 경영관리 방침이나 전략의 문제이지 금융공학 등의 방법을 이용하거나 환율 예측을 잘해서 이익을 얻자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환리스크 관리에서도 진화의 가장 중요한 메커니즘인 모방이 필요하다. 환리스크를 인식하고 헤지 의사결정을 하기 위한 분석 방법 및 사후 피드백 방법 등에 있어서 표준적이고 유용한 방법을 모방해서 처음에는 잘 모르더라도 무작정 따라하다 보면 이해하게 된다.
●환리스크 출발은 ‘헤지’ = 환리스크 관리는 한마디로 ‘환율을 선택하는 것’이다. 환율이 오를 때는 분위기가 항상 더 오르는 쪽으로 쏠리게 마련이다.
여기에 기대심리 또한 상승한다. 수출대금으로 받은 달러 중 여유자금을 외화당좌예금에 입금해 놓고 환율이 더 오르기를 기다린다.
이 때 한 발쯤 더 나가서 이 좋은 환율에 앞으로 수출해서 들어올 자금을 미리 팔아놓자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거래 은행과 선물환 매도계약을 하는 것이다. 이것이 환위험 관리, 즉 좁은 의미로 ‘헤지’인 것이다.
그러나 당시에는 환율이 더 오를 것이란 기대심리에 사로 잡혀서 ‘헤지’를 하지 못하게 된다.
경제 뉴스나 기관들의 전망도 모두 상승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미래의 환율이 불확실하므로 사전에 좋은 환율일 때 미리 팔아서 환율 변동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고정’시키는 것이 ‘헤지’의 본질이다.
●‘해피’한 환율 선택이 중요 = 그렇다면 ‘헤지’의 성공 요인은 당연히 해피한 환율을 선택하는 것이 된다. 충분한 수익이 예상되는 환율에 매월 유입될 달러를 미리 팔아(고정) 놓았다면 이후 하락한 환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수출 성과를 고스란히 향유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너무나 자명한 성공요인에도 불구하고 실제 현실적으로 실행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환율이 오를 때는 더 오를 것 같아서 못하고, 환율이 하락하면 더 내릴 것 같아서 지금이라도 뭔가 해야 할 것 같아서 뒤늦게 ‘헤지’를 하게 된다.
실제로는 ‘해피’한 환율이 아니라 해피하지 않은 환율에서 헤지를 하게 되는 것이 더 일반적이다.
헤지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해피한 환율을 선택하는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하루아침에 느닷없이 잘 할 수는 없는 법이다.
환율의 변동 추세를 정확히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노력하고 공부하면 중장기적인 추세 변화는 예측이 가능하다. 그리고 환변동보험 가입 등 환위험 헷지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