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에서 살아남기

kimswed 2018.08.19 06:27 조회 수 : 1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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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추위가 오지 않은 약간은 쌀쌀했던 2017년 11월 12일. 나는 비교적 얇은 점퍼 하나를 걸치고 집을 나섰다. 그리고 덤덤한 표정을 지으며 마치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성큼성큼 공항버스 정류장으로 걸었다. 하지만 사실은 문을 나서기 전부터 나의 마음은 무척이나 설레고 긴장을 하고 있었다.
문득 2005년 11월이 생각났다. 그해 그달에 나는 대한민국의 모든 남자들은 반드시 가야만 하는 군대에 입대를 했다. 그렇다! 당시 나의 심정은 바로 그때 훈련소 입영을 앞둔 훈련병의 마음과 똑같았다.
‘베트남!’ 하면 나에겐 제일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바로 ‘공산주의국가’이다. 그리고 곧이어 자연스럽게 북한이 연상된다. 그래서인지 순간 의미심장한 야릇한 긴장감이 내 마음을 휩쓸고 지나갔다. 그래서 나는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흡연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바지 뒷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한껏 심지를 높인 일회용 라이터가 길게 붉은 혀를 내밀고 날름거리는 불에다가 담배를 붙였다. 나는 깊게 그리고 아주 천천히, 담배 한 모금을 빨아들였다가 힘껏 ‘후욱~!’ 하고 내뿜었다. 순간 나의 이러한 부질없는 불안과 걱정스런 마음은 담배 연기에 담겨 저 멀리 훨훨 날아가 버렸다.
드디어 나는 출국수속을 마치고 베트남 호치민 행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 안에는 나의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베트남 사람들이 먼저 들어와 앉아 있었다.
‘저들은 분명 나와 다른 상반된 느낌이겠지?’ 아직은 나의 귀에 전혀 익숙하지 않은 베트남어로 왁자지껄 떠드는 사람들을 보며 생각했다. 그들은 그리운 자기의 고향으로 또는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돌아가는 아주 즐겁고 무척 행복한 여정길이었을 것이다. 나처럼 두근거리는 베트남 행은 아니었을 거다.
순간 왠지 모를 외로움과 쓸쓸함이 내 마음 속을 쓰윽하고 훑고 지나갔다. 나는 이러한 장면을 쳐다보면서 어쩌면 내가 한 편의 베트남 관련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이 된 듯했다. 그래서 거울 속에 비친 내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며 울고 웃고 있는 것 같은 묘한 느낌이 들었다.
어쨌든 나는 보딩패스에 적힌 번호대로 내 자리를 찾아갔다. 그리고는 배가 볼록 나오도록 우겨넣은 나의 배낭을 비행기의 선반에다 집어넣고 앉았다. 그러자 곧 있어 나의 옆자리에 건장한 체구의 한 남성이 와서 앉았다. 그 남자는 자리에 앉자마자 곧바로 걸쭉한 경상도 사투리로 비행기 복도 건너의 바로 옆의 좌석과 그리고 앞좌석의 사람과 떠들기 시작했다.
‘여행객인가?’ 혼자 생각해봤다. 내 옆자리의 건장한 사내는 쉴 새 없이 베트남과 관련된 행사에 대한 이야기를 해댔다.
그러다 어느덧 4시간이 흘렀다. 지루했다. 하지만 옆 사람은 정말이지 전혀 지치지도 않는지 계속 호치민에서의 행사 계획 이야기에 몰두하고 있었다. 놀라운 일이었다. 저절로 속으로 엉뚱한 감탄마저 나왔다. ‘교민인가?’ 궁금증이 들었다.
“교민이세요?” 드디어 내가 나의 궁금증에 못 이겨 슬쩍 말을 건넸다. “아닙니다. 저는 경상북도 문화체육부 소속 OOO입니다” 기다렸다는 듯 곧바로 그의 대답이 돌아왔다. 그리고 이어 “경상북도와 호치민 시가 교류를 위한 행사를 1달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라는 친절한 설명도 덧붙였다. 나는 얼떨결에 나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그 남자의 베트남 행사에 관한 이야기를 자세히 듣게 되었다. 정말 원하던 바가 아니었지만 그나마 지루했던 시간을 잠시나마 멈출 수가 있었다.
옆자리의 남자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어느덧 비행기가 호치민 턴선녁 공항에 무사히 도착했다는 기장의 멘트가 안내방송으로 흘러나왔다. 그렇게, 드디어 나는 베트남 호치민에 도착했다.
나는 좌석 안전벨트 등이 꺼지기 전까지 자리에 앉아서 비행기 창문을 통해 호치민의 공항을 살펴보았다. 그전부터 자주 방문했었던 태국의 수안나폼 공항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었다. 순간 나의 마음 속에 경이로움이 일면서 갑자기 베트남에 대한 도전의식이 올라와 가슴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이제는 입국수속을 할 차례. 나는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 베트남 사람들 무리에 섞여 입국장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랜딩비자를 받는 곳에 이르러 가져온 서류들을 베트남 공안에게 제출했다. 그곳에는 다양한 국적의 많은 외국인들이 입국비자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베트남 공안의 국방색 제복은 마치 TV에서 보던 북한의 경직된 그리고 왠지 위압감이 드는 낯선 모습이었다. ‘이것이 바로 말로만 듣던 굉장히 무섭다는 베트남의 경찰이라는 공안인가!’ 순간 본능적인 긴장감이 돌았다. 정말 태국과는 사뭇 달랐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경찰과는 확실히 달랐다. 그래도 무뚝뚝하고 불친절한 듯하지만 업무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처리하는 모습이었다. 사실 내가 긴장했던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여권 사진이 10년 전에 촬영한 사진이라 현재의 내 모습과 많이 다르지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이었다. 그래서 혹시나 공안이 당신의 여권이 아니라고 할까 봐 속으로 은근히 걱정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나의 염려와는 상관없이 나의 비자가 아무런 문제 없이 발급되었다.
드디어 나는 공항에서 나의 짐을 찾아들고 밖에 나와서 택시를 잡아탔다. 그리고 내가 가야 할 사무실이 있는 7군 푸미흥으로 향했다. 1군을 지나가던 도중 차창 밖으로 웅장하고 화려한 호치민궁이 눈에 들어왔다. 그 전에 베트남 소개 TV 프로그램에서 본 적이 있었던 곳이다. 호치민 독립궁 주위에는 수많은 외국인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길거리에서 청소하고 있는 청소원들과 깔끔하게 정리정돈된 간판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 정말 다른 동남아 국가보다 각이 잘 잡혀있구나! 역시 공산주의 국가라서 질서 있는 모습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 북한에 관련된 뉴스나 영상을 보면 평양의 길거리가 깨끗하지만 의도적으로 짜여진 듯한 모습이라고 느꼈는데 여기 베트남이 바로 북한의 그 느낌 그대로였다. 이처럼 베트남의 안정되고 차분한 모습은 시끌벅적하고 소란스럽고 혼돈스러운 태국과 전혀 다른 느낌, 다른 모습으로 첫인상에 각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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