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에이치앤엔코퍼레이션(HNN)

kimswed 2020.10.28 08:05 조회 수 : 7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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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프랜차이즈 식당이나 동네 음식점에 가면 주인이나 종업원이 물을 먼저 가져다준다. 이 물은 수돗물일까, 아니면 생수일까? 정답부터 얘기하면 ‘정수된 물’이다. 스타벅스나 탐앤탐스 같은 커피 체인점에서 커피를 내릴 때 쓰는 물은 수돗물일까, 아니면 생수일까? 역시 ‘정수된 물’이다. 수도배관이나 싱크대 어딘가에 정수 필터가 설치돼 있다. 혹은 커피 전문점의 에스프레스 커피머신이나 온수기, 제빙기 등에 직접 장착돼 있다.

 

상업용 정수 필터 분야 신흥 강자

 

충북 청주시에 소재한 (주)에이치앤엔코퍼레이션(이하 HNN)은 바로 이런 정수 필터시스템을 국내에 공급하고 해외에도 수출하는 회사다. 사업 초기엔 가정용 정수 필터 중심이었는데 지금은 상업용 정수 필터를 메인으로 삼고 있다. 상업용 정수 필터란 위에서 언급한 대로 외식사업 전반에 사용하는 고유량 정수 필터시스템을 말한다.


HNN은 대표가 두 명이다. 한준수(COO), 나교문(CFO) 두 공동대표는 사업을 시작하기 전까지 같은 회사에 다니던 동료였다. 퇴사 6개월 전 쯤 한 대표가 사업 아이템을 발굴해 창업 이야기를 꺼냈고 둘은 쉽게 의기투합 했다. 그 아이템이 바로 가정용 정수 필터였다.


두 사람은 회사를 그만두고 공동창업의 길로 나아갔다. 2012년의 일이다. HNN은 처음부터 해외시장을 노렸다. 국내 가정용 정수 필터 시장은 정수기와 생수가 많이 보급돼 있어 확대 여지가 적었기 때문이다. 또 두 사람 모두 이전 직장에서 해외마케팅을 담당했던 터라 내수보다 수출이 익숙했다.


사업을 시작하고 처음 1년은 그럭저럭 잘 나갔다. 하지만 곧바로 예기치 못한 상황에 맞닥뜨렸다. 하필이면 이 무렵 중국 업체들이 시장에 뛰어들었던 것이다. 2013년의 일이다. 중국 업체들은 거의 ‘인해전술’이었다. 동시에 수십 개 업체가 유사한 제품을 만들어 시장에 쏟아냈다. 공포였다. 이들과 싸울 자신이 없었다. 가정용 정수기 사업을 확대하려던 계획을 접어야 했다.


이듬해인 2014년, 그동안 개인사업자 형태로 운영하던 회사를 법인으로 전환하면서 주력 아이템을 상업용 정수 필터로 바꿨다. 당시 국내 외식시장의 정수시스템은 걸음마 수준이었다. 언젠가는 미국이나 서유럽처럼 시장이 발전할 것이므로 기회가 있을 것이란 판단이 섰다. 미국 P사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그 회사의 제품을 반제품 형태로 들여와서 재조립 및 재포장 하고 HNN 브랜드로 판매하는 형태였다.

 

처음에는 힘들었으나 내수시장에서 점차 자리를 잡아갔다. 특히 커피전문점 시장에서는 현재 점유율 2위에 올랐다. 최근에는 식당 전문 정수시스템 및 급수장비에 사용되는 전문 정수시스템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자체 기술개발 등을 통해 독자적인 제품 라인업에도 성공했다. 향후 기술연구소를 설립할 계획도 갖고 있다.

 

반복적인 해외전시회 참가 ‘성과’

 

이제 해외시장 공략에 나설 차례였다. 해외마케팅은 두 대표의 이전 직장 ‘전공분야’였다. 게다가 사업 초기 가정용 정수 필터로 해외시장을 개척한 경험이 있어 나름의 노하우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해외마케팅은 상대적으로 비용이 많이 든다. 해외 전시회에 독자적으로 한 번 참가하는 데 적게 잡아도 천만 원 단위의 비용이 소요된다. HNN이 국내 시장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성공을 담보할 수 없는 해외마케팅에 많은 비용을 들이기는 어려웠다. HNN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에서 지원해주는 해외마케팅 사업을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여기저기 검색 등을 통해 지원 사업을 찾았으나 지금은 대부분 충북글로벌마케팅시스템(CBGMS)을 이용한다. 충북도의 지원 사업은 여기에 다 있다. 외국어 카탈로그나 홍보동영상도 이곳에서 신청해 만들었다. 해외전시회나 수출상담회 참가도 이곳을 통해 선정됐다. KOTRA의 시장조사나 지사화사업도 이용 중이다.


HNN이 상업용 정수 필터의 해외시장 개척에 본격 나선 것은 불과 2~3년 전이다. 주로 해외전시회 참가를 통한 대면 마케팅이다. HNN의 전략은 ‘꾸준히, 그리고 반복적으로’ 전시회에 참가하는 것이다. 해외마케팅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전략은 나름 성과를 가져온다.

 

HNN의 한준수, 나교문 공동대표가 충북 청주에 소재한 HNN 본사 사무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석경 기자]


이런 일이 있었다. 2018년 10월 충북도와 한국무역협회 충북지역본부의 지원을 받아 홍콩에서 열린 메가쇼에 참가했다. 전시회 마지막 날 폐막 시간이어서 부스를 정리하고 있는데, 마침 근처를 지나던 홍콩인이 HNN의 제품에 관심이 있다고 해 명함을 주고받았다.

 

한 달 뒤 HNN은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카페쇼에 참가했다. 이번 참가도 충북도의 지원을 받았다. 그리고 이곳에서 한 달 전 홍콩 메가쇼에서 만났던 그 홍콩 바이어를 다시 만났다. 상담을 진행했다. 하지만 그 후로 바이어로부터 아무 연락이 없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1년 6개월가량 지난 2020년 어느 날 그에게서 깜짝 이메일이 왔다.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계약이 어려운 상황이어서 이메일로 주문이 이뤄졌다. 그리고 지난 6월 샘플오더 1만 달러어치가 나갔다. 이 바이어와는 올해 4만5000달러, 2021년 8만 달러, 2022년 13만 달러를 수출하기로 이메일로 계약했다.


동남아 여러 나라를 순회하며 열리는 충북우수상품전도 바이어 발굴에 큰 도움이 됐다. 2018년 하노이 충북우수상품전과 2019 말레이시아 충북우수상품전에 참가했고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12월 1~2일 온라인으로 열리는 베트남 호치민 충북우수상품전에 참가할 예정이다. 지난해 말레이시아 충북우수상품전에서는 한국무역협회 충북지역본부가 사전에 섭외한 바이어 약 10군데와 상담을 진행했고 그 중 4개 사를 직접 방문했다. 이 4개 사 중 3개 사와 거래가 성사됐다.

 

‘이머징 시장’ 동남아를 타깃으로

 

HNN의 주요 타깃 시장은 동남아시아다. 이곳은 이머징 마켓이어서 선점이 중요하다. 과거에는 고객들의 구매력이 약해서 한국산 구매 결정이 어려웠지만 빠른 경제발전과 함께 현재는 구매력이 생기고 있다.


그런데 ‘미성숙 단계’라는 사실은 기회이면서 동시에 어려움이기도 하다. 가령 일부 나라에서는 아직 커피전문점에서조차 정수필터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냥 수돗물을 연결해 쓴다. 그래서 ‘같이 간다’는 전략을 쓴다. 예를 들면, 현지에서 개최되는 커피 전시회에 참가해서, 혹은 출장을 가서, 정수 필터의 필요성과 효용을 알리고 커피전문점이나 프랜차이즈들이 이를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시장을 만들어 가는 셈이다.


그러다 보니 계약금액이 크지는 않다. 하지만 성장하는 시장을 선점해나간다는 측면에서 미래는 밝다고 믿는다. “우리는 지금이 ‘씨를 뿌리는 단계’라고 생각하고 있다. 향후 5년 후, 10년 후를 본다”는 게 HNN의 설명이다. 현재 HNN이 제품을 수출하고 있는 나라는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 필리핀, 호주, 멕시코, 코스타리카, 루마니아, 남아공 등이다. 모두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이다.


가정용과 달리 상업용 정수필터의 경우 중국은 경쟁자가 아니다. HNN은 미국 기업들을 경쟁자로 본다. 미국 기업들은 세계 시장에서 가장 앞서 나가고 있다. HNN은 자사 제품이 미국 기업들의 제품에 비해 품질 면에서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HNN 사무실에 전시된 각종 인증서. 이 회사 정수 필터의 성능과 안전을 담보하고 있다. [사진=김석경 기자]

 

정수 필터는 기본적으로 필터가 막히지 않아야 하고 맛이나 냄새에 문제가 없어야 한다. 또 물속의 이온성분들이 히터에 달라붙지 않게 해야 한다. 이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기기가 고장 나거나 효율이 떨어진다. HNN 제품은 특히 이 스케일(Scale) 방지 기능이 뛰어나 안정적이고 안전하다. 그러면서도 가격은 미국 제품들에 비해 30%가량 낮다. 이것이 HNN이 마케팅에 자신감을 가지는 배경이다. 상업용 필터 가운데서도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

 

인간과 자연이 하나 되는 기업

 

보통 ‘동업’으로 사업을 꾸려갈 때 이견이나 갈등이 문제가 되는데, 혹시 그런 적이 없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 대표와 나 대표 모두 “둘이어서 오히려 좋다”고 답했다. 한 쪽이 특정 아이템이나 분야를 맡는 식으로 책임을 나누면 한 사람이 모두 맡는 것보다 부담이 덜하고, 전시회 참가 등 해외마케팅의 경우 두 사람이 각각 다른 지역으로 동시에 출장을 갈 수도 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실제로 나 대표는 재무, 총부, 인사, 국내 온라인사업 등을 주로 맡고 한 대표는 국내 B2B 사업을 담당한다. 기획이나 해외영업은 공통 업무다. 맡고 있는 분야가 다르지만 중요한 결정을 할 때는 두 대표가 함께 동의해야 다음 단계로 나아간다. 그만큼 합리적인 결정을 할 수 있다.


HNN이라는 회사명은 ‘한준수 & 나교문’의 이니셜을 따 만들었다. 동시에 ‘Human & Nature’라는 회사의 지향점이자 모토를 상징한다. ‘인간과 자연이 하나 되는 기업’이라는 의미다. HNN이 지구촌 곳곳에 뿌려놓은 씨앗들은 이제 하나 둘 열매를 맺고 있다. 그 열매들은 그곳에서 ‘인간과 자연을 하나로’ 만들 것이다.



김석경  sk.kim@wtrad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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