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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세대 구분은 보통 10년 단위다. 1970년 이후에 태어났으면 ‘치링허우’, 1980년 이후에 태어났으면 ‘빠링허우’, 1990년 이후에 태어났으면 ‘지우링허우’, 2000년에 태어났으면 ‘링링허우(零零后)’가 된다. 10년 단위의 이 구분이 가장 유효한 때는 연령대별 마케팅을 할 때다. 그래서 새로운 10년을 맞을 때마다 유독 ‘허우(后)’라는 용어가 많이 등장한다.


연말을 맞은 중국에서 최근 가장 눈에 띄는 기사는 지우링허우가 30세가 된다는 것이다. 물론 링링허우는 20세가 된다. 한국으로서는 이 두 허우 세대를 놓칠 수가 없다. 우선 지우링허우는 10세가 되던 해에 중국이 WTO에 가입하면서 어느 정도의 여건만 갖추면 유학을 생각할 수 있게 됐다. 28세에는 베이징 올림픽이 열려서 나라에 대한 자긍심을 가질 수 있었다. 22세이던 2012년 시진핑 시대가 시작됐다. 청춘의 시기에 가장 많이 본 인물이 시진핑이었다.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는 슈퍼주니어 M 헨리(1989년생), 미스에이 지아(1989생), EXO M 크리스(1990생)와 레이(1991생), 루한(1991생), 타오(1993생) 등이 대표적인 지우링허우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은 선배인 슈퍼주니어 한경, 미스에이 페이, F(x) 빅토리아보다는 늦었지만, 한류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대륙에 정착하기 시작한 때의 세대다.


이들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돈에 관해서 걱정하지 않아도 될 가능성을 가진 세대라는 것이다. 중국 대도시는 2010년을 기점으로 아파트 가격이 폭등했다. 베이징이나 선전, 상하이, 광저우 같은 도시는 10년 만에 10배 이상 올랐고 칭다오나 난징 등지도 5배가량 폭등했다. 대도시의 후커우(호적)를 가진 집은 보통 몇 채의 아파트를 가지고 있었는데, 자산이 순식간에 우리 돈 수십억 원에 달할 정도로 급등한 것이다. 전체 지우링허우에 해당하는 건 아니지만 엄청난 숫자의 하이엔드 소비층이 탄생한 것이다.

 

지난 10월 중국 베이징의 한 고급 쇼핑몰에서 한 여성이 친구가 구입한 핸드백을 살피고 있다. 1990년 이후 태어난 중국의 젊은이들은 이전 세대와 매우 차별화된 소비행태를 보이고 있는데 특히 씀씀이가 크다. ‘지우링허우’로 불리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 포인트가 중요한 이유다. [베이징=AP/뉴시스]


소황제 2세대에 속한 지우링허우는 당연히 소비에서 명품 브랜드를 소비하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게 됐다. 소비 액수에서도 이제 지우링허우는 상당한 주력 세력이 됐다. 올해 광군제(11월 11일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에 샨시, 허난, 하이난에서 팔린 탈모방지제품의 구입자 중에 지우링허우가 차지하는 비중은 58%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이제 밤을 새워서 자기를 가꾸는 세대라는 의미다.


이들 세대의 특이점 가운데는 건강에 관심이 많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광군제와 더불어 가장 큰 쇼핑 축제인 ‘6·18 쇼핑데이’에서 나타난 큰 특징 중 하나는 청년 화이트칼라의 주 소비 시간이 밤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라는 것이다. 이런 소비에서도 더 특징적인 것은 건강식품에 대한 선호가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그냥 맥주보다는 구기자가 함유된 맥주가 인기를 끈다. 6·18 쇼핑데이에 한 쇼핑몰의 매출에서 구기자, 제비집, 웰빙차의 소비는 전년 대비 각각 365.1%、942%、2343%씩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다른 경향은 개인적 소비를 중시한다는 것이다. 이들을 중심으로 수면용품의 매출이 급증하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한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따르면 2019년 1~8월 사이 수면용품 구매에서 지우링허우의 소비 증가 폭은 118%였다. 전체 소비액에서 이들 세대가 차지한 비중은 62%로 자신들이 절대적인 소비층이라는 것을 확인시켰다.


이밖에도 아이메이 컨설팅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외식 배달 소비층에서 24살 이하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어러머(饿了么)에서는 65.27%, 메이퇀(美团)에서는 52.59%였다. 이들은 걸리는 시간에 상관없이 주문하는 ‘철벽세대(半壁江山)’라는 신조어도 만들었다. 중국의 대표적인 뉴스포털인 <중국망>은 지난 8월 초 지우링허우의 특성을 분석하는 기사를 내놓았다. 이들은 ‘젤리족(젤리처럼 뚜렷한 형태가 없으며, 여러 가지 색깔과 다양성을 띠고 있어 도무지 종잡을 수 없음)’이라고 불릴 만큼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지만 재테크에서는 독특한 특징이 있다는 것이다.


‘사드’로 인해 한중간 자유로운 무역의 플랫폼은 사라졌다. 실제로 화장품이나 마스크팩 업체 상당수가 극심한 매출 하락을 겪기도 했다. 다행히 최근 들어 한중간 무역 장벽은 서서히 낮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우선 미중 무역 전쟁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한국을 멀리하는 것이 자신들에게 위기를 가중할 수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지우링허우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 포인트를 잡지 않으면 안 된다. 예를 들면 국제화된 중국 지우링허우들이 ‘올빼미 투어’처럼 짧은 여행 상품으로 한국을 찾을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그들이 중시하는 웰빙, 헬스케어, 성형 등 다양한 투어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 물론 수도권뿐만 아니라 지방에도 갈 수 있는 여행 정보를 만들고, 이동이 가능한 교통 안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중국 자유여행객들의 대부분이 이용하는 씨트립에는 한국 기차 예약 시스템이 있지만, 중국 본토에서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홍콩에 있는 시스템을 거치다 보니, 결제 등에서 곤란이 있다. 이런 불편을 해소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광군제나 6.18 쇼핑데이를 통해 중국에 마케팅할 수 있는 상품의 다변화도 중요하다. 지우링허우 세대에게 있어서 중요한 쇼핑 포인트는 가격보다는 안전 등이 우선된다. 그러므로 쇼핑할 때 제품의 안전성을 담보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간편한 방식은 QR 코드 등으로 제품의 생산, 가공, 유통과정에서의 선명성을 직접 확인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소비층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도 적극적으로 생산 이력 등을 다양한 정보로 보여주는 제품 생산이력제의 보편화가 필요하다. 우리 정부도 저농약 또는 유기농 방식으로 재배한 친환경 농·축산물에 대해 원산지 종자 비료나 농약 사용 성분, 질병 유무, 수확 시기 등을 공개하기 위해 생산이력제를 도입했지만, 아직 현장 적용까지는 한계가 있다.


마케팅도 이들 세대가 한국을 좀 더 쉽고 가깝게 인지하고, 실제로 방문하도록 유도하는 것들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다양한 업체들이 왕홍 마케팅 등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두 나라 간에 관광, 무역이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상호 발전할 수 있다는 인식을 확산하는 것이다.


사드로 두 나라 간에 갈등이 시작된 지 3년이 됐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은 한국대로, 중국은 중국대로 상대를 불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교류가 활발해진다 해도 이전보다 더 큰 불안요소를 안은 채 지난 일을 덮는 미봉책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중국 지우링허우 세대들이 이 상태에서 한국을 방문할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은 더 복잡하다. 최근 대학가에서 불거지는 홍콩 시위에 대한 지지 표명이 그런 사례다. 중국 유학생들은 한국이 일방적으로 홍콩 입장에서 자국을 비판한다는 불만을 가질 수 있는 요소가 충분하다. 국내에서도 이런 복잡한 어젠다에 대해 다양하게 고민하고, 중국은 물론이고 홍콩까지 공감할 수 있는 위치를 잡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조창완
서남해안도시개발 투자유치본부 상무. ㈜한양 등이 추진하는 솔라시도 프로젝트의 홍보, 스마트시티 저널, 투자유치를 담당하고 있다. 중국, 관광 투자유치, 4차 산업혁명 관련 전문 강사로도 활동 중이다.
저서: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중국여행지 50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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