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베문화교류센타

kimswed 2011.05.16 13:47 조회 수 : 2596 추천: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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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록수의 여주인공 채영신을 기억하는지. 일제시대 형편이 어려워 학교에 못가는 아이들을 모아, 열과 성을 다해 공부를 가르치던 젊은 여학생. 한베문화교류센터의 김영신 원장은 환갑이 가까운 나이임에도 상록수의 채영신에게서와 마찬가지로 열정과 계몽의 아우라가 느껴진다.

 

그가 남편 심상준 박사와 하노이에 들어온 것은 1993년, 1992년 12월 한베수교가 막 이루어져 자유롭게 베트남을 오갈 수 있게 된지 얼마 안 되어서였다. 베트남어를 전공한 심상준 박사와 역사를 전공한 김영신 원장은 베트남에서 봉사의 삶을 살자는 마음을 먹고 한국에 비해 사람살이가 무척이나 불편하던 하노이로 이주했다. 몇 년 동안, 무엇을 해야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없었다. 아이 두 명을 데리고 도착한 하노이는 한국의 70년대 모습이었다. 한국인 가정은 10가구 정도에 불과했다고.

 

지금은 백화점에 대형마트에 시장도 많이 발전을 했지만 그때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저 구멍가게 하나에 계단처럼 단을 진 진열대위에 설탕 한 봉지, 과자 두세 개, 수세미, 우유 한 봉 이렇게 놓여 있는 게 전부였던 시절이었어요.

 

아이들은 다행히 그런 환경에 잘 적응했고 김영신 원장은 활동을 시작했다. 거창한 일은 아니었다. 하도 가난해서 먹고 살기 힘든 아이들을 한국인 가정에 가정부로 취직시켜주는 일을 했다. 그러기 위해서 청소하는 법, 김치 담는 법을 가르치고 한국어도 간단히 가르쳤다. 한국 사람들이 무엇을 싫어하고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알려줬다.

 

 옛날 우리나라의 70년대에 시골 여자애들이 도시의 부잣집에서 식모도 하고 애보기도 하면서 자기 집 입을 덜고, 조금이라도 돈을 벌어 가정에 보탰던 것과 같은 일이었다. 가난한 아이들을 돕기 위해 그렇게라도 일자리를 갖게 해주고 싶었던 마음이었다. 또 베트남 여성들에게 콩나물 재배법과 쇠꼬리 판매에 대해서도 가르쳐주었다. 당시 조금씩 늘어나는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해 자립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준 것이다.

 

작은 일이었다고 김영신 원장은 기억한다. 가난은 나라도 못 구한다는데 그런 일들로 하노이의 가난하고 힘든 사람들의 형편이 썩 나아졌다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작은 불씨들이 오랜 세월을 두고 모이면 큰 불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작은 실천 하나하나에 힘을 주었다.

 

처음에 가정부로 가려는 베트남 여성들을 모아 한국어를 가르쳤는데, 소문이 나서 자꾸 대학생들이 오더라구요. 하노이인문사회과학대학교에 한국학과가 막 생기면 조금씩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생겨났을 때지요. 거실 한 가득 한국어 배우려는 학생이 모이길래 나중에는 학생반과 일반반을 나누어서 가르쳤습니다. 그런 한국어 교육이 지금 ‘한베문화교류센터’에서 하는 한국어 번역반의 기초가 된 것이지요.

 

사단법인 한베문화교류센터는 2004년 문을 열었다. 특별한 이름을 내걸지 않고 해왔던 활동에 공식적인 이름을 입힌 사건이었다. 시작한 지 8년. 어려움도 있고 오해를 받아 마음을 다친 일도 있었지만 기쁨과 보람이 더 큰 세월이었다.

 

한베문화교류센터의 주요 활동은 크게 두 가지다. 한국어교육과 다문화가정 교육이 그것. 한국어교육을 위해 매해 한국어 번역클럽을 선발해 1년간 꾸준히 번역교육을 시킨다. 올해로 벌써 10기 회원을 받았다. 번역이라는 것이 말만 알아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국의 문화와 정치경제에 대한 교육도 함께 이루어진다. 북부 베트남의 한국어과 학생 중 상위권 학생들만 지원할 수 있는데, 평균 경쟁률이 3대1에 달한다. 번역클럽을 마친 뒤에는 유학을 가거나 상위학교에 진학해 공부를 계속하는 학생들이 많다. 그들을 가르치는 일이 지한(知韓), 친한(親韓)파 베트남 엘리트를 길러내는 일이기에 더욱 보람 있다.

 

두 번째 사업의 줄기는 다문화가정을 위한 활동이다. 먼저 하노이에 있는 한베문화교류센터에서 한국 남자와 결혼해 한국으로 가는 베트남 신부들을 위한 ‘한국어문화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15일 동안 생활 한국어와 한국의 일상예절, 역사, 결혼의 의미 등을 가르치고 특별히 한국음식 만드는 법을 실습한다. 은행 이용법과 가전제품 사용법 등은 실생활 교육이다.

 

이 과정의 첫 시간에는 제가 직접 결혼의 의미에 대해 교육합니다. 똑똑하고 젊은 베트남 아가씨들이 낯선 한국에 나이 많은 한국 남자에게 시집을 가다보니 한국에 가서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도망을 가기도 하고, 불화하기도 하지요. 베트남 아가씨들의 입장에서 말은 안 통하는데 막무가내 한국의 문화만 들이밀며 따르라고 하니 이해할 만합니다. 그래도 결혼은 책임있는 자신 스스로의 ‘선택’이고, 결혼이라는 자체가 남남이 합해사는 것이니 잘 화합하고 살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어려울 때는 한베문화교류센터의 긴급전화로 전화를 걸면 상담해준다고 안심도 시키고요.

이미 몇십년 결혼생활을 한 선배의 입장에서, 그리고 베트남 젊은이들을 오래 가르쳐본 입장에서 돈 때문에 결혼해 한국으로 가는 젊은 아가씨들을 보는 김 원장의 마음은 안쓰러움이 크다. 부디 잘 적응해 살아주기를 바라는 바람으로 베트남 신부 교육을 시작했다.

2007년 처음 시작했지만 2009년에는 예산이 부족해 잠시 문을 닫아야 했는데, 삼성전자 베트남이 프로그램 운영비를 지원해 2010년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한국의 다문화가정을 위한 교육사업으로 올해 3월부터 <다애다문화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교과부로부터 정식 인가를 받은 <다애다문화학교>는 위탁형 대안학교로 다문화가정에서 태어난 2세들 중 학교 공부를 따라가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가르친다. 사랑과 섬김이라는 교훈 아래 한국의 언어와 문화는 물론, 어머니(또는 아버지) 나라의 언어와 역사, 문화도 가르쳐 정체성과 바른 가치관을 갖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한국의 10%의 가정이 이미 다문화(국제결혼) 가족입니다. 필리핀, 우크라이나, 베트남 등 많은 가정의 어머니가 외국인입니다. 그런 가족들을 잘 보듬고, 우리 문화에 녹아내려 함께 살 수 있도록 해야만 사회가 건강해집니다. 지금 다문화가정 자녀들 중 50%가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학습을 따라가지 못하고 가정 형편도 좋지 않은 것도 이유가 되지요. 또 다문화가정 2세 중 80%가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습니다. 중 고등학교를 나오지 않으면 한국에서 제대로 대접받고 취직할 수 있는 곳이 없으니, 그들이 어떤 삶을 살게 되며, 사회에 어떤 감정을 가질 지는 번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다문화가정이 건강해야 우리 사회도 건강해지는 것이니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일로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이외에도 한베문화교류센터는 베트남 전국 한-베말하기대회를 개최하며, 10월 9일 한글날에는 ‘한글, 피어나다’라는 제목의 한글 골든벨 퀴즈대회를 연다. 한국어에 관심있는 젊은이들에게는 축제처럼 자리잡았다.

김영신 원장은 요즘 은퇴를 준비하고 있다. 한베문화교류센터의 정신을 잘 받아서 운영해줄 적당한 인물이 나타나면, 뒤를 맡기고 물러날 생각이다.

 

고생을 많이 해서 그런지 이제 몸이 힘들어서 여러 활동을 다 해나가는 것이 버겁다고 한다. 2-3년의 여유를 갖고 적절한 사람을 기다리며 지금의 일을 해나가겠다는 것이 김 원장의 계획이다. 은퇴 후를 묻자 다문화가정 교육과 문화 사업으로 일을 집중하면서 손주를 돌보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내비친다. 나이가 무색하게 아름다운 김영신 원장에게서 오랜 시간 바른 마음과 행동으로 노력해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진국의 깊은 향이 피어올랐다.

 

* 김영신 원장 약력 : 1954년생. 경희대 사학과 졸업. 90~92년 미국 하와이 거주. 1993년부터 현재까지 베트남 하노이 거주. 2005~2007년 하노이외국어대학 한국문화·음운론 강사. 2004년 한베문화교류센터 원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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