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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수산업이 한국의 미래 산업임을 중국에서 확인하다’라는 제하의 글을 기고했다. 한중 간 식품·약재 가격이 근접하고 있고, 중국 고급소비층이 늘어나고 있으므로 중국과 협력 통해 산업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필자는 전라남도 해남군에 있는 대규모 프로젝트(솔라시도 구성지구)의 투자유치와 홍보를 맡고 있었다. 아쉽게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그만두게 되었고 지금은 춘천시 시민소통담당관으로 일하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 필자가 생각했던 프로세스가 실현됐다. 바로 해남군 친환경 단지에서 생산된 ‘가바쌀’의 중국 수출이 성사된 것이다.


가바쌀은 2018년 국내 처음으로 중국 유기인증을 획득했고, 오는 11월부터 중국에 ‘관해미(觀海米)’라는 브랜드로 30t이 수출된다. 수출된 쌀은 농수산식품유통공사를 통해 베이징 인근에서 판매된다. 상대 파트너는 중량그룹(中糧集團, COFCO)이다. 이 쌀의 수출가는 1kg 당 1만4000~1만5000원이다. 일반적으로 우리 쌀이 시장에서 1gk 당 5000원에 거래되고 있고, 유기농 쌀의 경우도 7000원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2배나 비싼 가격에 팔리게 된 것이다.

 

 

10월 22일 전라남도 해남에서 유기농 ‘가비쌀’의 중국 첫 수출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려 관계자들이 테이프컷팅을 하고 있다. [사진=신경숙 한중학술문화교류협회 이사장 제공]


이 과정에서 가장 많은 공을 들인 분은 한중학술문화교류협회 신경숙 이사장이다. 신 이사장은 지난해 중국을 방문하면서부터 이 부분에 공을 들여왔는데 드디어 결실을 본 것이다. 가바쌀의 중국 수출을 기념하는 행사가 10월 22일 해남에서 열렸는데 이 자리에 신 이사장은 주빈으로 초대되어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 등과 자리를 같이했다.

 

싱 대사는 기념식에서 중국의 사기(史記)에 나온 ‘민이식위천(民以食爲天 : 백성은 먹는 것을 하늘로 삼는다)’을 인용한 뒤 “천혜의 자연과 선진 기술로 만들어진 맛있는 해남쌀이 중국 소비자에게 큰 사랑을 받으리라 확신한다”고 축하했다. 이어 “중국은 올해 GDP 성장률 플러스를 달성한 유일한 국가이고, 한국 또한 효과적인 코로나 방역으로 경제대책에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코로나 이후 계속해서 중국의 대외 수입 확대가 예상되는 만큼 해남을 포함한 한국에 큰 호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싱하이밍 대사의 이번 해남 방문 일정에는 필자가 지속적으로 스토리텔링 한 ‘황조별묘’도 빠지지 않았다. 싱 대사는 황조별묘를 참배하고, 해남과 중국의 오랜 인연에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 황조마을은 정유재란(1597년 8월~1598년 12월) 당시 수군 도독으로 출병해 이순신 장군과 함께 왜군을 물리친 진린 장군의 후손들이 이주·정착해 광동진씨 집성촌을 이루고 있다. 황조별묘는 진린장군의 사당으로, 중국과의 400년 우정을 상징하는 장소로 부각되고 있다.


싱 대사는 해남의 주요 투자유치 대상지 중 하나인 기업도시 조성현장과 유명 관광지인 땅끝마을, 문재인 대통령이 고시공부를 했던 대흥사, 고산 윤선도의 흔적이 있는 해남윤씨 유적지 등도 골고루 둘러봤다. 필자가 일했던 솔라시도와 오시아노 관광단지도 꼼꼼히 둘러본 만큼 중국 자본의 해남 투자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이번 행사를 멀리서 지켜보면서 나는 속이 시원함을 느꼈다. 우선 우리 쌀을 중국에 수출할 수 있다는 나의 주장이 맞았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그런데 쌀만 그럴까. 다른 농산물도 해남 쌀과 같은 과정을 밟는다면 성과를 낼 수 있다. 샤인머스캣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춘천시에서 일하게 된 필자는 시민소통이라는 본연의 업무도 있지만 투자유치 등의 다른 업무에도 많은 공을 들인다. 실제로 국내 굴지의 데이터센터 투자기업을 춘천 수열에너지 단지인 ‘K클라우드파크’에 연결하기도 했다. 이 사업은 이미 첫발을 땐 만큼 춘천의 미래 사업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다. 춘천은 농업과 산림에서 탁월한 자원을 갖고 있다. 춘천 전체의 95%가 산과 수면이기 때문이다. 올해 춘천을 대표하는 상품이 된 것은 명품대추다. 춘천시 농업기술센터 등이 공을 들인 명품대추는 맛이나 약성에서 탁월하다는 것을 인정받았다. 샤인머스캣이 인기를 끌 듯 대추도 인기를 끌 수 있다. 중국에서도 대추는 전 지역에서 나온다. 대추의 종류도 계란대추(鸡蛋枣), 배대추(梨枣), 진대추(晋枣) 등과 같이 크기나 생산지 등에 따라 다양하다. 하지만 필자는 중국에서 한국 쌀이 가치를 인정받았듯 대추도 비슷한 대우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춘천 명품대추는 맛이나 약성에서 탁월하다는 것을 인정받았다. [사진=춘천시 제공]

 

즉 정부, 지자체, 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우리 쪽 입장에서 서고, 중국에서는 주한중국대사관, 중국 네트워크 전문가, 중국 농업이나 약재 파트너(중량그룹, 통런탕, 톈스리 등)가 협업을 할 수 있으면 된다. 이런 작업이 중장기적으로 이뤄진다면 다양한 제품의 중국 수출이 가능해진다.


필자가 가장 주목하는 것은 춘천시가 가진 산림자원과 약재자원이다. 필자는 아내가 중의학(中醫學)을 전공해 중국에서 살 때, 또 중국을 방문할 때마다 약재시장은 꼭 챙겨봤다. 베이징 인근에 있는 안궈오시장, 청두의 허화츠시장, 쿤밍 약재시장과 옌지의 약재시장 등이 대표적인 방문지다. 이곳에서 확신이 든 것은, 약재에 ‘친환경’과 ‘메이드인코리아’가 붙으면 확실한 가치를 가지고 중국 시장에서 유통될 것이란 점이다.


춘천시는 이 부분에 관심이 많다. 이재수 시장은 농업 전문가로 박사 과정을 농업으로 했다. 젊은 시절에는 ‘한살림’ 등에 참여해 이 부분에 대한 철학이 확고하다. 다른 지자체가 땅을 팔 때, 이재수 시장은 취임 후 100만평 가까운 땅을 사들여 산림 자원을 육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또 다른 매력은 바로 춘천이 바이오산업의 적지라는 것이다. 춘천시는 산하기관으로 춘천바이오산업진흥원을 갖고 있다. 춘천이 가진 산림자원이나 천연생물 자원을 산업화하는 작업을 오래 전부터 하고 있고,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19로 인해 관련 기업의 매출이 증가해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곳이기도 하다. 이뮨메드, 청도제약, 휴젤 등이 가장 대표적인 기업이다. 


수많은 산림자원도 결과적으로 그것을 가장 유통하기 좋고, 이용하기 좋은 방식으로 가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춘천은 이런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중국인들은 2015년 중국인 최초로 노벨생리의학상을 탄 투유유(屠呦呦) 교수에 대한 깊은 인상을 갖고 있다. 투 교수는 개똥쑥에서 항말라리아 성분을 발견해 이 상을 받았다. 필자는 중국에서 생산한 개똥쑥에 비해 한국에서 생산한 개똥쑥이 휠씬 좋은 약성을 갖고 있다고 자신한다. 은행나무에서 추출되는 징코민이 그러하고, 고려인삼이 그러하듯 한국에서 생산되는 생약은 약성이 탁월하다.


때문에 필자는 머잖아 신경숙 이사장을 춘천으로 초청해 관련 일을 협업할 생각을 갖고 있다. 이런 점에서 춘천은 상당히 유리하다. 우선 춘천은 지자체 가운데 드물게 중국 7개 도시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다. 이 가운데는 항저우, 선양, 따리엔 같은 신1선도시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 도시의 인구만 합쳐도 6000만 명에 이른다. 네트워킹 전문가들이 관심을 가지면 필자 역시 중량그룹이나 톈스리, 통런탕의 기획 관계자들을 알고 있는 만큼 다양한 일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춘천은 중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축구의 최고 스타인 손흥민의 고향이자, 지금도 가족들이 축구학교를 운영하는 곳이다.


거기에 자신의 악업을 씻은 당나라 공주 신화가 있는 청평사, 한나라에 가서 천자가 됐다는 한천자묘, 한중수교의 계기가 된 1983년 어린이날 중국 민항기 착륙 사건의 현장이라는 스토리도 갖고 있다. 문제는 이런 고리들을 잘 연결해 하나로 만드는 것이다.

 

 

조창완 춘천시 시민소통담당관
미디어오늘 기자로 일하다가 중국으로 건너간 1999년부터 중국 전문가로서 언론, 비즈니스, 한·중 교류 분야에서 활동했다. 2008년에 귀국 후 외래교수(한신대), 중국 전문 공무원(새만금개발청), 편집장(차이나리뷰), 기업 임원(보성그룹) 등으로 일했고, 지금은 춘천시 시민소통담당관으로 일하고 있다. 중국자본시장연구회(사단법인) 사업담당 부회장, 문화산업상생포럼(사단법인) 수석부의장도 맡고 있다. 저서로는 <달콤한 중국> 등 13권의 중국 관련서와 <노마드 라이프>, <신중년이 온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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