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소비의 변화, 도파민 경제

kimswed 2023.11.11 06:39 조회 수 :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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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군제(솽스이) 소비의 변화, 도파민 경제를 잡아라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중국 광군제(双十一, 솽스이) 등 11월 글로벌 쇼핑시즌이 시작되며 플랫폼기업, 브랜드사 및 소비자 모두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광군제로 유명한 중국 최대의 쇼핑축제 11월 11일 솽스이는 리오프닝 이후 처음 맞이하는 행사로 침체해 있는 중국 소비가 얼마나 회복될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과거 11일 당일만 진행되었던 솽스이가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이 참여하면서 사전구매 기간 포함 2~3주간 진행되는 대형 쇼핑이벤트로 자리 잡았다. 지난 10월 18일 숏클립 영상 플랫폼인 콰이쇼우(快手)를 시작으로 20일에는 더우인, 웨이핀후이, 샤오홍슈가 광군제 사전구매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본격적인 솽스이 행사를 알렸다. 
 
한편, 온라인 매출 2위인 징둥과 핀둬둬는 23일 저녁 8시, 절대강자인 알리바바의 티몰은 24일 밤 8시부터 사전판매를 개시했다. 티몰은 사전판매 개시 후 10분 만에 로레알, 랑콤, 에스티로더 등 12개 화장품 브랜드가 1억 위안(약 185억 원)의 매출이 일어났고, 1시간 만에 위노나, 프로야 등 20개가 넘는 중국 로컬 화장품브랜드가 작년 하루 매출액을 돌파했다. 
 
티몰은 올해 솽스이에 10억 명의 소비자가 참여하고, 4만6000개가 넘는 해외브랜드업체가 참여해 규모 면에서 역대 최고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최대의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는 매출기록 경신을 위해 타오바오 라이브를 통해 10억 위안(약 1850억 원)의 소비 쿠폰을 지급하며 중국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중국 IT 전문조사기관인 신튠(星图数据) 자료에 의하면, 광군제 1차 쇼핑 기간(사전예약 후 10월 30일~11월 1일 결제 완료) 매출액이 1963억 위안(약 36조 원)으로 플랫폼별 매출 점유율을 보면 역시 티몰이 59%로 징둥(32%) 및 기타 플랫폼(9%) 대비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제품별로 보면, 가전(321억 위안), 스마트폰·디지털 제품(277억 위안), 패션의류(256억 위안), 화장품(172억 위안) 등 4대 품목이 전체 매출의 52.3%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 15회째를 맞이하는 솽스이는 침체한 중국인의 소비심리 회복을 판단하는 가늠자로서 4분기 중국경제 성장의 중요한 견인차 구실을 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올해 솽스이의 특징과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자상거래 플랫폼 간 가격 경쟁 심화
 
매출을 확대하고 소비자를 자사 플랫폼에 묶어 두기 위해 전자상거래 기업 간 치열한 가격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티몰은 처음으로 ‘솽스이 매일 굿딜(双十一天天低价)’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고, 징둥은 올해 솽스이 쇼핑 테마로 ‘정말 싸다(真便宜)’는 문구를 내걸었다. 지난 코로나 봉쇄 영향과 그에 따른 소비위축으로 내수시장 회복이 그만큼 더디다고 판단한 것이다. 
 
솽스이의 최대 관전 포인트로 꼽혔던 당일 판매현황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전광판과 총 판매금액의 대외공개가 작년부터 사라졌다. 침체한 소비심리를 자극하기 위해 티몰, 징둥 등 이커머스 기업들이 저가마케팅을 대대적으로 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다. 
 
나아가, 이커머스 기업 간 매출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트래픽 유입량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이벤트 및 프로모션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과거 타오바오·티몰과 징둥의 양대 플랫폼 간 경쟁 시대에서 도우인, 콰이쇼우 등 다양한 흥미커머스 채널이 생겨나고 진화되면서 현재 중국은 전자상거래 백화제방 단계에 진입한 상태다. 
 
징둥은 8억 개가 넘는 전 제품에 대해 가격 보장제를 시행하고, 티몰은 8000만개가 넘는 상품에 대해 연중 최저가격 행사를 진행하는 등 플랫폼 기업 간 치열한 가격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도파민 경제, 중국 젊은이들 사로잡아 
 
중국 MZ세대를 잡기 위한 ‘도파민 경제(多巴胺经济, Dopamine Economy)’가 올해 광군제의 키워드로 등장하며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도파민은 행복·의욕·인지·운동 조절 등 뇌의 여러 역할에 관여하는 호르몬으로 중추신경계에 존재하는 신경전달물질로 일반적으로 ‘흥미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초부터 도파민 패션, 도파민 화장 등 도파민 마케팅이 핫이슈로 떠오르며 도파민 소비가 광군제의 주요 소비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샤오홍슈, 더우인 등에 ‘도파민’ 관련 콘텐츠가 500만 개 이상 올라오며 젊은 중국 소비자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코로나 봉쇄와 대내외 경제환경 악화로 인해 삶에 지친 젊은 세대에게 강렬하고 톡톡 튀는 색상을 제품에 접목해 소비자들에게 기쁨·즐거움·행복감을 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도파민이 분비되면 성취감과 자기위안, 기쁨의 감정을 느끼며, 인체를 흥분시켜 살아갈 의욕과 흥미를 느끼게 된다는 의미의 도파민 경제가 급속히 파급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 로컬 커피브랜드인 루이싱커피는 강렬한 색상의 6종 도파민 커피를 출시해 인기를 끌었고, 파격적인 도파민 메이크업 컨셉으로 출시한 퍼펙트 다이어리의 아이섀도도 MZ 여성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 중국 MZ세대 사이에서 e스포츠 열풍이 불기 시작하면서 게임용 제품·고사양 컴퓨터나 모니터·게임용 의자·헤드셋·휴대용 안마기 등 관련 제품이 광군제 기간 매출이 상승하고 있는 것도 도파민 경제효과라고 볼 수 있다. 
 
2023년 항저우 아세안게임 이후 중국 e스포츠 인구가 5억2000만 명으로 더욱 급증하는 추세다. e스포츠용 컴퓨터 자판기의 경우 광군제 사전판매 첫날 매출액이 전년보다 600% 이상 성장하는 등 관련 제품 대부분이 100% 이상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또한, 대표적인 도파민 경제로 떠오른 야외활동 및 캠핑 관련 제품 매출액도 전년보다 200% 이상 성장했다. 스키·스노우 보드 및 라이딩 관련 제품(장비·자전거·고글·헬멧·아웃도어 등)의 매출액이 급성장하는 추세로 백터(VECTOR), 제로썸머(NOBADAY) 등 스키 브랜드와 유토피아(Outopia)와 같은 아웃도어 브랜드의 경우 광군제 행사 개시 후 30분 만에 작년 하루 매출액을 달성했다. 
 
애국 소비 뛰어넘어 통한 ‘중국산’ 가성비 제품  
 
올해 광군제 역시 중국 현지 브랜드의 약진이 심상치 않다. 이는 단순히 중국인의 애국소비라고 불리는 궈차오(国潮) 현상을 넘어 중국 브랜드가 급변하는 중국 소비자들의 페인포인트(Pain Point, 痛点)를 찾아내고, 그에 맞는 제품을 빠르게 시장에 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해외직구 금액이 4조8000억 규모로 전년보다 20.4% 증가했는데, 그중 대중국 직구 규모가 2조221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6% 늘어나며 전체 비중에서 46.4%로 미국(29.1%)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올해 중국이 처음으로 미국을 제치고 한국 직구시장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제품이 시장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이제 도파민 경제를 넘어 중국 젊은 세대의 자기사랑(悦己) 소비,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과 천연진통제로 불리는 엔돌핀 경제로 전환되는 중국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박승찬 |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를 취득한 후, 대한민국 주중국대사관 경제통상관·중소벤처기업지원센터 소장을 5년간 역임하며 3000개가 넘는 기업을 지원했다. 듀크대학 교환교수(2012년)를 지냈으며 미주리주립대학에서 미중 기술패권을 연구(2023년)했다., 현재 사단법인 한중연합회 산하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