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사기

kimswed 2018.02.15 14:11 조회 수 : 141

얼마 전 한국 방송에서 보이스 피싱 및 인터넷 사기수법과 사건사고를 다루는 프로그램을 인상 깊게 본 기억이 있다. 프로그램에 출연한 한 경찰에 따르면 이러한 사기수법들이 매우 교묘해서 심지어 경찰 중에서도 사기를 당한 사례가 있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이런 수법들은 개인을 상대로 한 소규모 사기를 넘어 수천만 원 이상을 거래하는 무역업체들 사이에서도 성행하고 있다. 이에 한국 기업들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바람에서 필자가 직접 목격한 사례와 유형을 공유하고자 한다.

 

공교롭게도 인터넷 사기사건들의 전말은 매우 유사하다. 수출대금을 받지 못한 수출업자가 필자가 근무하는 법률회사에 찾아와 해외의 수입업자로부터 회수하지 못한 수출대금을 받아달라고 의뢰한다. 이때 수출업자는 한국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미국의 수출업자가 한국 수입업자를 상대로 한 사례도 있다.  

 

수입업자에게 변호사가 작성한 서신을 보내 대금 지급을 요구하면 사기사건에 연루된 수입업자들은 하나같이 모든 대금을 지급했다고 주장한다.  

 

수출업자와 수입업자에게서 은행계좌 내역이나 통장사본, 송금 영수증을 취합해 대조해보면 양측의 말이 모두 진실인 듯 보인다. 수출업자는 분명히 수출대금을 받은 적이 없지만 수입업자는 분명히 대금을 지불했다는 증거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수입업자가 제출한 송금 영수증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취인의 은행계좌가 기존에 거래하던 계좌가 아닌 새로운 계좌임을 확인할 수 있다.  

 

수출업자 입장에서는 수년간 같은 계좌로 거래해왔는데 갑자기 은행계좌를 변경한 이유를 이해할 수는 없지만 수입업자가 자신들의 거래처 중에 유사한 이름의 다른 업체와 혼동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수입업자들은 공통적으로 수출업자들이 먼저 은행계좌 변경을 요청했다고 대답했다. 과연 누구 말이, 어디까지가 진실이며 일련의 과정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에 대한 답은 수출업자도 수입업자도 아닌 은행계좌 변경을 요청하는 이메일을 보낸 누군가에게 있다. 다시 말해 누군가 수출업자로 가장해 수입업자에게 은행계좌를 변경해줄 것을 메일로 요청했고 수입업자는 별다른 의심 없이 수출업자로 가장한 사기꾼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필자의 경험을 종합해보면 이런 사건들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수출업자의 메일 주소를 미묘하게 변경한 계좌로 혼동을 일으킨 경우다. 의뢰받은 한 사건에서 수출업자가 수입업자에게 보냈다는 메일을 자세하게 검토한 결과 메일 주소가 기존에 수출업자가 사용하던 주소와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수출업자의 원래 메일 주소는 ‘e’로 끝나는 데 반해 수입업자가 받았다고 하는 메일은 ‘e’가 하나 더 붙어 있었던 것이다.  

 

예를 들어 ‘susanlee@gmail.com’이 원래 수출업자의 메일 주소였다면 수입업자가 은행계좌 변경을 요청하는 메일을 받은 주소는 ‘susanleee@gmail.com’이었던 것.  

 

이와 유사한 또 다른 사례에서는 메일 주소의 알파벳 철자의 순서를 교묘하게 바꾼 것도 있었다. ‘susanlee@gmail.com’을 ‘susnalee@gmail.com’으로 바꾸면 얼핏 보기에 같아 보일 수 있어 아무런 의심을 하지 않게 된다.

 

두 번째는 지메일, 야후, 핫메일 계정을 사용해 수출업자와 유사한 메일 주소를 만든 경우다. 수출업자는 항상 자기가 속한 회사의 주소로 된 메일을 사용해왔는데 수입업자가 받은 은행계좌 변경 요청 메일의 발신자 주소는 회사 이름을 가장한 지메일, 야후, 핫메일 등의 개인 메일 주소였다.  

 

예를 들어 수산물을 취급하는 회사의 수출 담당자 주소가 ‘kyle@koreaseafood.com’이었다고 가정할 경우 수입업자가 수출업자로부터 받은 주소는 ‘kyle.koreaseafood@gmail.com’이었다. 수출업자를 가장한 누군가가 수출업자의 회사와 개인 이름까지 들어간 매우 유사한 메일 계정을 개설해 수입업자에게 메일을 보내고 본인의 계좌로 수출대금을 송금하도록 한 것이다.

 

필자가 목격한 가장 교묘한 마지막 유형은 아예 수출업자의 메일 주소와 동일한 주소에서 은행계좌를 변경할 것을 요청한 사례였다. 다만 수출업자는 회사의 서버를 별도로 사용하지 않고 야후 계정을 사용하고 있었으며 아마도 야후 메일 계정을 해킹하는 것이 별도의 보안 서버를 갖춘 회사의 서버를 해킹하는 것보다 비교적 쉽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런 사건은 아무래도 수출업자의 메일이 해킹당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수입업자의 책임을 추궁하기가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사기성 메일의 내용을 상세히 들여다보면 놀랍도록 공통적인 사실이 있다. 메일을 보낸 사람이 수출업자(담당자)의 이름뿐만 아니라 주문한 물품과 품목에 대해서도 비교적 구체적으로 알고 있고 수출 담당자와 유사한 영어식 표현을 쓴다는 것이다.  

 

따라서 수출업체나 수입업체의 직원 중에 혹시 내부사정을 잘 아는 누군가의 소행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해볼 수도 있다. 하지만 돈이 송금된 은행계좌는 공통적으로 홍콩을 포함한 중국 은행으로 돼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또 수출업자를 가장한 메일의 IP 주소를 추적해보아도 이런 사기성 메일은 한국이나 미국이 아닌 중국에서 발송된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 사건에서 미국의 수출업자에게 한국의 수입업자 대금과 관련된 필자의 경험과 사실을 공유하자 미국 수출업자는 최근 한국 수입업자들뿐만 아니라 동남아 수입업자들 사이에서도 이러한 사기성 메일로 인한 문제가 많이 발생하고 있으며 미 연방수사국(FBI)에까지 신고가 접수됐다고 한다.  

 

직원 이름과 거래처, 품목 등을 알고 있는 것으로 봐서는 아마도 수출업자와 수입업자의 메일 중 하나를 해킹해 인보이스 등 내부정보를 입수한 후 수출대금을 기다리는 교묘한 타이밍에 사기성 메일을 보낸 것으로 추정되지만 어느 쪽의 메일 계정이 해킹을 당했는지 정확하게 알아내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한다.

 

필자는 사이버 범죄나 보안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앞에 얘기한 사건들을 방지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우선 야후, 지메일, 핫메일 같은 메일 계정보다는 항상 보안이 갖춰진 회사 계정을 사용하는 것이다(지금까지는 영어를 사용한 사기성 메일이었기 때문에 아직 한메일이나 네이버 계정이 문제가 된 사건은 목격하지 못했다).  

 

수입업자는 특히 대금 지급을 담당하는 직원과는 물품대금은 인보이스에 기재된 은행계좌로만 거래해야 하며 혹시 대금이 지급될 은행계좌 변경을 요청받을 경우 가능한 한 유선통화나 팩스 등 메일이 아닌 수단으로 수출업자에게 이를 직접 재확인하도록 사전에 협조할 필요가 있다.  

 

수출업자에게 은행계좌 변경을 요청한 사실을 재확인할 때는 수출업자가 수입업자에게 보낸 은행계좌 변경 요청 메일을 제공해줄 것을 요청하고 메일 주소를 꼼꼼하게 검토한다면 이러한 사기는 생각보다 쉽게 차단할 수 있을 것이다. 또는 중국에 위치한 은행으로 송금을 요청하는 메일에 대해서는 각별히 유의할 것을 귀띔해 놓으면 좋을 듯하다.

 

정리하면 사기로 인해 벌어지는 무역분쟁은 대금을 받지 못한 수출업자도 대금을 지급했으나 분쟁에 휘말린 수입업자도 모두 억울할 수밖에 없다.  

 

아쉽게도 이런 사건들은 분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비싼 비용을 들인 소송을 추천하기에도 힘들다. 결국 필자가 몸담고 있는 법률회사에서도 이런 사건들은 수임을 거부하거나 결국 해결하지 못하고 종결할 수밖에 없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보다는 소를 잃기 전에 현재 있는 외양간을 튼튼히 하는 것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각인시킨 사건들로 기억하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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