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감·미나리가 디자이너 손을 통해 ‘뷰티 상품’으로
 
 
‘K-뷰티’ 인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디자인’이다. 김인배 피트케이 대표는 코스메틱 전문 디자이너 출신 기업가다. 우연한 기회에 원브랜드 화장품숍 브랜드 아이덴티티(BI) 개발을 맡았는데, 그게 바로 ‘더페이스샵’이었다. 
 
20년 동안 화장품 기획 경험을 살려, 2018년 피트케이를 창업했다. 피트(Feat)는 음악계의 ‘피처링’에서 인용했다. 김 대표는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과 콜라보로 세계적인 화장품 회사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디자인 떠나니 디자인이 보여 = 디자인을 전공한 김 대표는 기획사를 거쳐 화장품 회사에서 디자인했다. 업무가 익숙해질 즈음 일본 출장 중 거리에 있던 푸드트럭이 눈에 확 들어왔다. 
 
김 대표는 “도쿄 시내에서 케밥 푸드트럭을 봤는데, 국내에서 해보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며 “같이 출장 같던 동료와 뜻이 맞아 함께 창업했다”고 말했다.
 
2002년 중고트럭을 산 김 대표는 디자인 능력을 발휘, 먼 곳에서도 눈에 확 들어오는 푸드트럭으로 변모시켰다. 판매 아이템은 일본에서 본 것을 벤치마킹한 ‘케밥 형 샌드위치’. 소고기를 회전하는 쇠꼬챙이에 꽂아서 익혀, 샌드위치에 넣어 팔았다. 
 
처음에는 경기도 평택에서 장사했는데 하루에 100개 정도 팔렸다. 목표치 이상이었다. 바로 서울에 진출했다. 
 
첫 장소는 강남역. 문제는 여기서 터졌다. 기존 노점상들이 막아섰다. 대부분 리어카 노점상이었다. 화려한 푸드트럭이 등장하자 대놓고 방해했다. 강남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장사했지만, 매번 상황은 비슷했다. 
 
김 대표는 “노점상 자체가 불법이다 보니 신고조차 할 수 없었다”며 “사전 시장조사가 왜 중요한지 제대로 깨우쳤다”고 말했다.
 
●더페이스샵 탄생 주도 = 힘든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이전에 근무하던 화장품 회사의 대표가 불쑥 찾아왔다. 김 대표를 포함 두 동업자의 우수한 디자이너 능력을 높이 산 것. 
 
제안은 솔깃했다. ‘원브랜드 화장품숍’을 개발하고 싶다며 경쟁사가 눈치채지 않게 비밀리에 개발하자는 것. 회사 건물 옥상의 10평 남짓한 옥탑방에서 조용히 개발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김 대표와 동업자는 8개월간 옥탑방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브랜드 개발에 매진했다. 그렇게 탄생한 화장품숍 브랜드가 ‘더페이스샵’이다. 
 
김 대표는 “간이침대를 갖다 놓고 추우면 근처 사우나에 가서 몸을 녹이며 상품을 개발했다”며 “먹고 자는 시간을 빼고 하루에 18시간은 일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 열정이 어디서 나오느냐는 질문에 “새로운 브랜드를 제가 만든다는 자부심에 열심히 했던 것 같다”고 답했다. 
 
8개월 만에 개발한 제품은 약 50개 카테고리에 140개에 달했다.2004년 12월 더페이스샵은 탄생했다. 
 
시작부터 ‘대박’이었다. 첫 매장은 서울 명동에 위치했다. 오픈 하루 전날이었다. 상품 진열을 마치고 쇼윈도에 커다랗게 ‘자연주의 화장품 3300원’을 붙여 놓는 순간, 손님들이 밀물처럼 들어왔다. 
 
결국, 하루 일찍 개업했다. 기존 화장품과 비교해 절반 이하의 가격인데도 고급스러운 디자인이 고객의 눈을 사로잡은 것. 
 
바로 맞은편에 있던 ‘더바디샵’도 영향을 미쳤다고 김 대표는 귀띔했다. 브랜드명이 유사하다 보니 새로운 브랜드임에도 친근하게 느껴진 것이다.
 
이후에는 말 그대로 승승장구다. 첫해에만 50개 이상의 가맹점을 열었다. 내부 인테리어를 총괄한 김 대표는 “1~2년 동안은 신규 오픈 매장을 챙기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스토리’에 눈 뜨다 = 페이스샵이 자리를 잡은 후, 대기업 출신 임원이 전문경영인으로 왔을 때의 일이다. 김 대표에게 디자인 콘셉트를 재정립하자며, 세계적인 회사와 함께 진행할 것을 제안했다. 
 
김 대표는 해외 시장 조사로 콘셉트가 일치하는 미국 D회사를 찾았다. D사와 함께 일하며 김 대표는 디자인에서 ‘스토리’와 ‘촉감’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김 대표는 “예쁜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이를 소비자에게 각인시키기 위해서는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또한, 화장품 용기를 만졌을 때의 첫 촉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이후 중견 화장품 회사로 옮겨 BI를 개발했다. 지금도 많이 보이는 I 브랜드다. 
 
이 BI는 세상에 나오지 못할 뻔했다. 김 대표가 야심 차게 만들었는데 회사 경영진이 부정적이었던 것. 그런 와중에 글로벌 화장품 기업 회장이 회사를 찾았는데, 우연한 기회에 새로운 BI를 보고 극찬을 했다. 결국 경영진은 새로운 BI를 채택했다.
 
 
▲디자이너 출신 김인배 대표가 이끄는 피트케이 제품은 디자인이 눈에 띈다. 피트케이의 곶감과 미나리 추출물로 만든 화장품인 ‘필플로 멜라-페이드 인퓨즈드 곶감 토닝 세럼’(왼쪽)과 ‘필플로 캄-클레라 인퓨즈드 미나리 카밍 세럼’(오른쪽) 소개 이미지. [출처=필플로 홈페이지]
●영업력 키우며 회사 키워 = 2018년 피트케이 창업 후 바로 영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김 대표가 부족한 부분이다. 
 
김 대표는 “영업을 옆에서 지켜봐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실제로 해보니 매우 달랐다”며 “영업망 확보에 3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2021년에서야 상품 기획에 본격 돌입했다. 그리고 2022년 4월 필플로(filflo) 브랜드를 개발했다. ‘필(Fill)과 플로우(FLow)’의 합성어다. 충만함이 넘쳐흐른다는 의미로 소비자들에게 만족감을 채워, 주변 지인들에게 나누고 싶은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첫 제품은 순한 클렌징 상품이다. 김 대표는 “너무 과하게 씻으면 피부 각질이 벗겨지는 등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상품 개발 배경을 소개했다. 
 
다음 제품은 아침용 클렌저다. 일명 모닝 클렌징 세럼. 물로 제거되지 않는 피지와 침구류 먼지를 없앤다. ‘아침 전용 세안제는 국내 유일’이라고 김 대표는 소개했다.
 
●토종 특산품으로 글로벌 도전 = 피트케이는 외국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그것도 미국과 유럽 등 선진시장이다. 과도한 경쟁으로 마케팅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인정받은 후 국내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이 전략에 맞춰 개발한 상품이 토종 특산품으로 만든 4종 세럼이다. 연천 율무, 가평잣막걸리, 안동 미나리, 상주 곶감 등이 사용됐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우리나라 특산품에도 관심을 보인다”며 “외국인에게는 하나의 스토리로 다가와 호기심을 유발한다”고 소개했다.
 
최근 미국 인터넷쇼핑몰 아마존에 론칭했다. 인스타그램·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마케팅에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피트케이는 전문가와의 콜라보로 K뷰티 인기를 이어간다. 김 대표는 “콘텐츠가 무기인 시대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손잡고 차별화된 콘텐츠의 화장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계속 발전하는 회사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준배  kjb315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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