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인도로 공급망 전환 서두를 때다
 
 
미국과 중국의 21세기 세계 정치·경제 패권을 둘러싼 대립이 격화하면서 대중국 교역과 투자 대체점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현재 일고 있는 베트남 이전 열기를 넘어, 세계 1위 인구 대국이자 이미 G3로 부상한 인도로 우리 기업 투자와 공급망 전환을 서둘러야 할 때다. 
 
●전 세계 연간 수출액 20조 달러의 40% 내외를 6만 다국적기업이 주도 = 세계무역기구(WTO) 추계에 따르면 2021년 전 세계 상품수입액 22조 달러 중 10% 정도가 농산물이고, 20%인 4조 달러 정도가 광물 및 광물성 원료다. 나머지 70%, 16조 달러가 공산품 교역이다. 
 
전 세계 공산품 교역 중에서도 중간재(Intermediate Goods)의 연간 교역액은 이미 10조 달러를 훌쩍 넘어 전체 공산품 교역액의 60%를 넘어섰고, 이 중간재 비중은 2010년대 이후 지속 확대 추세에 있다. 
 
유엔무역개발협의회(UNCTAD)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 외국인직접투자 누적 금액은 40조 달러를 넘어섰다. 이중 미국으로의 유입이 10조 달러 내외이고, 대중국 직접투자 누적액이 2조 달러 규모다. 
 
대인도 직접투자 누적액도 2010년대 이후의 급증세를 반영 5000억 달러 수준까지 도달해 있다. 이 금액은 본국에서 해외로 송금, 유출된 기준으로 투자한 다국적기업이 현지 조달 금융 분을 합하면 외국인 투자의 영향력은 더욱 커지게 된다.
 
민간조사기업 Statista 추계에 따르면 전 세계에 3억3000만 개의 기업이 있다. 이중 다국적기업(모기업 기준) 수는 약 6만 개로 이들이 전 세계에 걸쳐 있는 50만 개 이상의 자회사를 관리, 통제하고 있다. 월마트, 토요타, 지멘스, 삼성전자 등 우리에게 친숙한 국내외 기업 모두가 이 다국적 기업군의 선두그룹에 속한다. 
 
이들 다국적기업이 주도하는 연간 수출액은 2002년 기준 10조 달러 이상으로, 현재 전 세계 교역의 특성과 규모, 전망은 이 다국적기업과 이들이 전 세계에 걸쳐 거미줄처럼 짜 놓은 글로벌 공급망 체계를 벗어나 설명할 수 없다. 아이폰 시리즈의 애플이 대만, 중국, 한국, 미국 등 전 세계 200개 사와 넘게 구축해 놓은 1차 공급망은 애플 경쟁력의 원천이었지만, 최근에는 중국 리스크가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중국의 연간 3조5000억 달러 수출 중 중국진출 외국투자기업 수출 비중 40% 넘어 = 중국의 연간 수출액은 3조5000억 달러다. 이 중 1억 달러 전후가 전 산업의 핵심 부품, 소재로 쓰이는 전자 관련 분야다. 이러한 수출의 힘을 통해 지난 20여 년간 중국은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기지 역할을 해왔다. 
 
중국 상무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수출액의 20% 가까운 중국의 대외 수출액에서 중국진출 외국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7년 무렵 60%였고, 최근 들어 비중이 감소 추세임에도 40%를 넘었다. 중국의 전체 수출액 3조5000억 달러 중 1조5000억 달러 전후가 중국에 진출한 외국 투자기업의 기여분이라는 의미다. 
 
●대인도 수입액, 대중국 수입의 17분의 1, 베트남수입의 3분의 1 수준에 머물러 = 2022년 우리나라 총수출 6836억 달러 중 대중국 수출액은 1558억 달러로 약 23% 비중에 달한다. 3위 수출국으로 부상한 대베트남 수출도 610억 달러로 전체 수출의 9%를 차지해, 대중국 수출 비중의 4할 수준까지 급성장했다. 
 
수입 측면을 보면 2002년 우리나라 전체 수입액 7314억 달러의 21%에 달하는 1545억 달러를 중국으로부터 수입했으며, 베트남으로부터는 전체 비중의 3.6%에 달하는 267억 달러어치를 수입했다.
 
우리나라 연간 해외직접투자 금액은 최근 3년간 연평균 700억 달러(2021년 788억 달러, 2022년 772억 달러)를 넘어서 외국인직접투자의 3배 가까운 규모다. 이중 대중국 투자액은 지난 5년 연평균 57억 달러, 대베트남 직접투자는 같은 기간 연평균 32억 달러 규모였다. 우리 기업의 대베트남 직접투자가 대중국 투자의 60% 가까운 수준까지 증가한 것이다. 
 
이렇게 우리나라 수출입과 해외투자의 약 4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중국과의 상호 경제관계가 강화된 상황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혼란기를 겪고, 특히 미-중 간 헤게모니 전쟁이 격화되면서 우리 정부와 기업들도 중국을 대체할 보완지역 물색 및 구축에 골몰하게 됐다. 대표적인 지역이 이미 수출과 직접투자 금액이 중국의 60% 수준까지 근접한 베트남이다. 
 
●인도로 몰려드는 다국적기업 = 현재 인도에 대한 외국기업의 직접투자는 연 800억 달러를 넘어 중국의 70% 수준까지 올라와 있고, 특히 코로나 이후, 미중 분쟁이 격화되면서 급속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거의 중국에 ‘올인’했던 미국 애플은 인도 남부 해안지역에 협력기업 폭스콘(Foxcon)과 페가트론(Pegatron)을 통해 지난 2~3년부터 중국 생산시설을 옮기기 시작했다. 올해 안에 전 세계 아이폰 공급량의 4분의 1 정도를 인도에서 조달할 계획이다. 
 
외국기업의 투자를 인도로 유도하려는 인도 정부의 야심 찬 인센티브 정책에 댜한 애플, 삼성전자의 호응에 따라 지난해 인도의 핸드폰 수출은 전년 대비 100% 넘게 늘어난 112억 달러에 달한 것으로 추계되고 있다. 
 
대만계 폭스콘은 인도계 베단타(Vedanta)그룹과 협력해 인도 북서부 구자라트주에 반도체 후공정 분야에 200억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인도 부동의 1위 자동차 기업 스즈키사는 2025년까지 전기차 설비 8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하기로 했다.
 
벤처 및 IT분야에 대한 투자도 본격화되고 있는데, 미국 구글이 이미 인도 통신 대기업 릴라이언스 지오(Reliance Jio)에 지분 7.7%로 100억 달러를 투자한 바 있다. 일본계 소프트뱅크의 대인도 벤처투자 평가액은 코로나 여파로 많이 하락했음에도 110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우리도 대인도 투자를 서둘러야 한다 = 올해부터 중국을 제치고 세계 제1위 인구 대국으로 올라선 젊은 인구구조의 인도지만, 인도시장에 대한 우리 기업의 직접투자는 기아차 공장진출 여파로 11억 달러로 급증했던 2018년을 제외하면 아직도 연평균 4억 달러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중국과 비교하면 15분의 1, 베트남에 비하면 8분의 1 정도 수준이다. 
 
2022년 대인도 수출액은 189억 달러로 대중국 수출액의 8분의 1, 대베트남 수출의 약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인도로부터의 우리나라 수입액은 89억 달러로 중국 수입액의 17분의 1이자 베트남 수입액의 3분의 1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반면 최근 미국, 일본, 유럽을 필두로 한 외국기업의 대인도 투자 진출 및 중국 대체지로서의 인도 중심의 공급망 재편이 활발한 데 비해 우리 기업의 대인도 진출과 공급망 재편 노력은 미약한 수준이다.
 
우선 GDP 시장규모 면에서 보면 중국이 18조 달러로 인도의 3조4000억 달러 대비 5배 이상 크다. 그러나 최근 인도의 실질 경제성장률은 전 세계 대국 중 가장 높은 6~7% 전후대로 2020년대 말까지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중국은 이미 성장률이 4%대로 접어들었다.
 
인도는 올 4월부터 중국을 추월 세계 1위 인구 대국이 되었다. 특히 평균 연령이 중국의 38세 대비 10세 이상 젊은 역동적인 인구구조를 가지고 있고, 이런 추세가 최소 2040년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반면, 중국 인구는 21세기 말 8억5000만 명까지 급감해 인도의 절반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구 1억 명에 불과한 베트남의 경우, 우리 기업 및 일본 등 외국기업 진출 러시로 최근 인력 부족 속에 임금 상승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4000억 달러에 불과한 베트남의 GDP 규모도 중국시장을 대체하기에는 작은 규모로 평가된다.
 
무엇보다 정치적 리스크 측면도 감안해야 한다. 북-중-러와 한-미-일 블록과 그 대결양상이 더욱 공고해지고 격렬해져 가는 지금의 국제 정치, 안보적 측면에서 인도는 경제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국가다. 중국에, 러시아에, 북한에 대해 일정한 지렛대와 조정자 역할을 기대해 볼 규모이고 그런 정치, 외교적 유산을 오랫동안 쌓아왔다.
 
인도는 5000년 만에 하나의 국가로 거듭난 조화와 다양성의 전통과 문화를 지켜온 나라다. 정치적 역학관계도 미국과 유럽의 중간단계라고 볼 정도로 30여 주의 정치, 경제적 권한이 막강해서, 중국 및 베트남 공산당과 같은 중앙 통제기구가 일거에 작동할 여지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구조다. 사드 배치 때 중국이 보여준 적대적 반응이나, 배가 부른 듯한 최근의 베트남 정부 정책과 같이 하루아침에 태도가 급변하는 것이 불가능한 국가다.
 
중국, 일본, 베트남처럼 역사적, 지리적으로 부정적 유산이 없고, 한류와 한글에 대한 호응이 여느 곳 못지않게 뜨거운 곳이 인도다. 1990년 중반부터 진출한 우리 투자기업의 성과는 세계 어느 국가보다 좋았고 앞으로의 전망도 밝다.
 
한반도 주변의 정치, 군사, 경제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대중국 리스크 관리와 포트폴리오 재조정이 시급한 시점이다. 그 대체지이자 보완지로 거의 유일무이하다 할 인도에 대한 우리 기업의 투자, 공급망 구축 그리고 우리 정부의 전략적 접근과 지원을 서둘러야 할 때다.
 

<전 세계 외국인직접투자 동향(누적액 기준)>

 

 

U$

백만

1990

1995

2000

2005

2010

2015

2020

세계

Inbound

1,726,199

2,865,839

6,258,263

11,525,332

19,898,878

26,523,698

41,354,238

Outbound

1,690,082

2,811,007

6,086,428

10,671,889

20,803,747

25,044,916

39,247,013

미국

Inbound

394,911

535,553

1,214,254

2,817,970

3,422,293

5,731,383

10,802,647

Outbound

435,219

709,200

1,293,431

2,051,584

4,809,537

5,982,787

8,128,494

중국

Inbound

24,762

137,435

348,346

272,094

536,882

1,219,930

1,918,828

Outbound

2,489

15,802

25,804

46,311

317,211

1,020,202

2,351,800

인도

Inbound

1,667

5,652

18,916

43,202

205,580

282,617

480,297

Outbound

30

124

311

9,569

96,901

138,967

191,304

한국

Inbound

5,864

9,991

62,786

104,879

135,500

179,441

264,920

Outbound

2,301

7,787

50,552

36,478

144,032

278,395

500,901

자료 : UNCTAD World Investment Report 각연도 자료 자체 집계

 

 

▲김문영은 1998~2002년, 2018~2021년 인도에서만 8년 동안 근무한 인도 전문가다. KOTRA 서남아지역본부장을 지냈으며 현재 우송대학교 SolBridge 국제경영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3,000년 카르마가 낳은 인도상인 이야기(2021)’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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