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기업, 바이오폴리텍

kimswed 2020.12.28 07:59 조회 수 : 59

한국의 식품과 화장품은 최근 수년 사이 ‘K-푸드’, ‘K-뷰티’로 불리며 세계시장을 주름잡고 있다. 이런 흐름은 반도체나 조선, 자동차처럼 한두 개의 대기업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수많은 중소기업들의 피와 땀이 만들어냈다.


충북 청주시에 자리 잡은 (주)바이오폴리텍도 이런 중소기업 중 하나다. 2004년 설립 이래 키토산, 피쉬 콜라겐, 저분자 한천 등 천연물질을 직접 만들고 또 이를 원료로 식품과 화장품을 제조해 국내외 시장에 내놓으며 K-푸드, K-뷰티 물결에 힘을 보탰다.

 

대학 지도교수의 권유로 시작한 사업

 

이 회사 이정훈 대표는 대학 졸업 후 직장에 다니다, 어느 날 대학 때 지도교수를 만나 키토산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지도교수는 그에게 키토산을 아이템으로 한 사업을 권했다. 2004년의 일이다. 당시는 국내에서 키토산 열풍이 불었다가 점차 식어가던 시점이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덥석 창업의 길로 접어들었다. 자본도 경험도 없던 이 대표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던 창업보육센터에 둥지를 틀었다.


그로부터 이 대표는 식품, 의약품, 화장품 등의 원료인 수용성 키토산, 키토산 올리고당, 피쉬 콜라겐, 연잎혼합추출물 등을 개발하고 생산해 국내에서 판매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2014년 이 원료들을 가지고 직접 완제품을 생산하는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이 대표의 말에 따르면 “원료만 가지고는 돈이 안 돼서”다.


이때부터 바이오폴리텍만의 K-푸드, K-뷰티 제품들이 세상에 선을 보였다. ‘먹는 화장품’으로 불리는 식용 콜라겐 제품들은 벌크 형태의 분말 제품부터, 알약, 캡슐, 스틱 등 소비자 취향에 맞춰 먹을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또 바쁜 현대인들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건강식인 데일리 밀(시리얼)과 프로바이오틱스, 다이어트보조제 등도 있다.


화장품으로는 ▷눈과 목, 피부의 노화를 막아주는 아이크림과 앰플 ▷코코넛을 원료로 만들어 피부 자극이 없고 보습력·흡수력이 좋은 바이오 셀룰로오스 마스크팩 ▷황금의 유효성분과 저분자 피쉬 콜라겐, 아데노신을 원료로 한 스파케어 마스크팩 ▷콜라겐, 스네일, 알로에, 진주 4종의 데일리 마스크팩 ▷눈가 주름개선 효과가 있는 아이 마스크 외에 ▷미스트 ▷클렌저 ▷선크림 등 다양한 제품군을 갖추고 있다. 이밖에 목욕용품과 유아용 바디워시, 샴푸, 로션 등이 있다.

 

완제품 사업 시작부터 해외시장을 겨냥

 

이 대표는 완제품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해외시장을 염두에 두었다. 아무래도 내수시장에서는 기존 제품들, 특히 대기업 제품들과 경쟁하기가 어렵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렇지만 해외시장이라고 만만할 리가 없었다. 무엇보다 그는 ‘수출의 시옷자도 모르는’ 상태였다. 완제품을 만들어 세상에 내놓을 준비를 하던 2014년 어느 날 우연히 관공서에 들렀다가 게시판에 붙어있는 공고문을 봤다. 청주상공회의소에서 베트남무역사절단을 모집한다는 내용이었다. 우리 회사 같은 ‘초짜’들이 신청해도 되나 싶었지만 제품에 대한 자신감만 가지고 신청했고, 사절단의 일행으로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휘뚜루마뚜루 준비를 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난생 처음 바이어와 상담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첫 상담부터 무슨 소리인지 당최 알 수가 없었다. FOB가 뭔지, MOQ가 뭔지 들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 무슨 상담이 되겠는가. 마침 사절단에 동행한 관세사가 있어서 그의 도움으로 용어도 배우고, 어깨 너머로 다른 회사들의 상담과 준비 상황, 분위기 등을 익히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무역사절단에서 첫 수출 성공의 기쁨

 

그 때 이후 이 대표는 기회만 있으면 지자체 등에서 지원하는 해외전시회나 전시상담회, 무역사절단 등에 참가 신청을 했다. 현장에서 해외마케팅을 배우고 익히자는 뜻도 있었다.


그렇게 몇 차례 더 해외 경험을 쌓았고, 2015년 일본 오사카 무역사절단을 따라 나섰다. 이곳에서 바이오폴리텍은 처음으로 수출 상담에 성공했다. 바이어가 바이오 셀룰로오스 마스크팩에 관심을 보였다.


일본 바이어는 매우 신중했다. 처음에는 20개의 샘플을 사가더니, 다음에는 50개, 그 다음에는 100개의 샘플 오더를 냈다. 품질 등 테스트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약 6개월이 지난 그해 연말, 정식으로 대량 수출에 성공했다. 이 바이어에게는 지금까지 수출이 이어지고 있다.


해외마케팅 초기의 이런 경험들은 후에 보약이 됐다. 이제는 어엿한 수출기업인으로서 바이어의 눈빛과 말투만 봐도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느 정도 알 수 있고, 상담에도 노련하게 임할 수 있게 됐으며, 일 년에 10여 차례 나가는 해외전시회나 상담회 참가를 준비하는 손길도 익숙해졌다.


그러는 사이 제품군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일본 외에 홍콩, 인도네시아, 베트남, 독일, 필리핀, 터키 등으로 수출시장도 넓어졌다.

 

식용 콜라겐 제품들. 벌크, 알약, 캡슐, 스틱 등 소비자 취향에 맞춰 먹을 수 있도록 구성돼 있으며 데일리밀(시리얼), 프로바이오틱스 등도 있다. [바이오폴리텍 홈페이지 갈무리]

 

콜라겐 화장품들. 마스크팩, 아이크림, 미스트, 선크림 등 다양한 제품군을 갖추고 있다. [바이오폴리텍 홈페이지 갈무리]

 

지자체·유관기관의 지원이 필요한 이유

 

“우리 회사 같은 소기업은 지자체나 유관기관의 도움이 없다면 수출의 꿈조차 꾸기 어려웠을 겁니다. 식품의 경우 유명한 파리 시알(SIAL)이나 상하이 시알, 태국국제식품박람회( THAIFEX) 같은 데 한 번 나가려면 부스비만 1000만 원 가량 듭니다. 여기에 장치비 500만 원, 출장비 500만 원 정도 잡으면 어림잡아 2000만 원이 드는데 소기업들은 엄두를 낼 수 없거든요.”


이 대표는 일 년에 평균 10차례 정도 해외마케팅 행사를 다니는데 대부분 지자체나 유관기관, aT 같은 공기업의 도움을 받는다. 해외마케팅에 필요한 외국어 카탈로그 제작이나 통번역 등도 대부분 지원제도를 이용한다.


해외마케팅 행사를 따라다니다 보니 네트워크도 생기고, 이 분야의 선배들로부터 지원제도나 해외마케팅 노하우도 많이 배우게 된다. 그는 지자체 관계자를 포함해 도움을 준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이 대표는 그동안의 경험으로 봤을 때 같은 전시회를 두세 번 이상 나가야 성과가 난다고 말했다. 처음 나간 전시회에서 상담과 계약이 이뤄졌다면 운이 아주 좋은 경우라고 진단했다. 특히 식품이나 화장품 등은 나라마다 소비자 취향이 달라 그에 맞는 제품을 준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데, 첫 참가에서 이를 완벽하게 준비해 나가기가 어렵기 때문에 처음 참가한 전시회에서는 성과를 내기가 어렵다는 설명이 따랐다.


지난 5~6년 동안 매년 해외전시회 등에 참가하다 보니, 이제는 같은 전시회에서 반복해 마주치는 바이어 친구도 생겼다. 반갑게 인사하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 전시회에 참가한 유사 품목의 신제품에 대한 정보도 귀동냥하고 다른 바이어를 소개받는 등 부수적인 소득도 생긴다.

 

턱밑까지 따라온 중국산의 위협

 

이 대표는 바이오폴리텍의 경쟁력으로 ‘빠른 대응력’을 꼽았다. 바이어가 요청하는 사항을 반영한 제품을 1~2주일 내에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액상 제품을 젤리 형태로 바꿔달라든가, 단맛의 제품을 인삼맛의 제품으로 바꿔달라는 요청을 받으면 누구보다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제품에 대한 기술과 레시피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자사제품을 포함해 한국산 화장품의 품질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하지만, 결코 안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상하이와 광저우에서 열린 박람회에 참가했다가 깜짝 놀랐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중국산은 한 수 아래였는데, 박람회에 출품된 몇몇 중국산은 한국산보다 디자인이 뛰어났고 품질도 결코 뒤지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가격은 한국산의 70~80% 수준이었다. 이 대표는 공포를 느꼈다고 말했다.


“반도체도 한국산과 별 차이 없는 수준으로 따라오고 있는데, 식품이나 화장품이야 식은 죽 먹기일 겁니다. 어차피 원료는 거기서 거기고 성분표는 공개되기 마련이니까요. 아무리 신제품이라도 1~2년이면 똑같은 제품이 중국에서 나옵니다. 거기다 몇 년 전 위생허가를 받기 어렵다는 이유로 한국 생산설비와 엔지니어가 대거 중국으로 갔는데, 지금은 부메랑이 되고 있는 거죠.”


그가 빠른 대응력을 경쟁력 중의 하나로 삼는 것은 이와 같은 배경도 있다. 단순한 품질 경쟁력만이 아닌, 바이어가 원하는 사양으로 최대한 빨리, 더 싼 가격에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어려워도 해외마케팅의 길로

 

“세상에 처음 보는 사람, 그것도 외국인을 상대로 물건을 파는 게 얼마나 어렵겠어요. 다 어렵습니다.”


해외마케팅에서 어려운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 대표는 이렇게 답했다. 그는 그 외국인과의 의사소통이 그중 특히 어렵다고 말했다. 영어나 중국어로 상대할 수 있는 바이어는 그나마 낫다. 러시아 바이어나 베트남 바이어, 중동 바이어를 만나면 ‘꿀 먹은 벙어리’ 심사를 알 수 있다. 그렇다고 특수어를 할 수 있는 직원들을 모두 채용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지자체 등에서 지원하는 통번역 서비스가 여러 모로 도움이 되지만, 당장 메일에 답변을 해야 하거나 전화로 응대해야 하는데 통번역 신청을 하고 기다렸다 답신을 받아 응대할 수는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죽하면 구글 번역기를 애용하겠느냐”는 게 그의 하소연이었다.


식품이나 화장품에서 많이 요구되는 인증도 어렵다. 해외인증에 드는 비용도 너무 비싸다.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국내 인증기관을 이용할 때 소요되는 비용이, 해외의 인증지원기관에 직접 의뢰할 때보다 두 배 이상 비싼 경우도 있다.


뭐니 뭐니 해도 요즘은 코로나19로 인한 애로가 가장 크다. 해외 주문의 대부분이 모두 연기됐다. 신규 바이어 발굴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 유관기관에서 화상상담을 많이 지원해주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식품과 화장품은 일반 공산품과 달리 바이어와 직접 대면을 통해 제품의 맛과 향을 느끼게 하고 직접 발라보고 체험하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해외 특송에도 애로가 생겼다. 해외 특송은 그동안 우체국의 EMS를 애용했는데, 코로나19 이후 물량이 몰려서 그런지 수배도 잘 안 된다. 그래서 FedEx를 이용하는데 너무 비싸다. 몇 달 전에는 한 달 동안 샘플 특송비용으로만 200만 원 이상 들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해외마케팅이란 원래 어려운 것이라는 생각으로 털어버린다. 그의 생각은 코로나19 이후에 가 있다. “식품의 경우 저가 제품 2종, 고급 제품 2종을 출시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다이어트 제품 등 품종도 다양화할 생각이고요. 화장품 역시 차별화된 고급고가품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직접적인 해외마케팅이 어려운 때에 신제품을 개발한다는 얘기다. 그래야 K-푸드, K-뷰티의 흐름이 지속될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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