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허브’로 도약하는 베트남

kimswed 2024.04.13 06:47 조회 수 : 7

최근 미국과 중국의 정상이 연이어 베트남을 방문하면서 동남아시아의 전략적 교두보 베트남을 끌어안기 위한 미중 양국의 경쟁이 격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은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 기간 중 베트남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베트남을 차세대 반도체 공급망으로 육성하기로 해 눈길을 끕니다. 
 
5세대 이동통신(5G), 인공지능(AI) 등의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반도체 수요가 커지는 가운데 삼성전자 등 주요 IT 기업의 글로벌 생산기지가 소재한 베트남이 차세대 반도체 생산기지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에는 반도체의 핵심 원료인 희토류 광산이 대거 분포돼 있어 관심이 더욱 고조되고 있습니다.
 
베트남 통계청에 따르면 반도체를 포함한 전자통신산업은 이미 수년 전부터 베트남의 최대 수출 산업으로 부상했으며 비중도 계속 확대되고 있습니다. 베트남 전자통신산업의 2022년 수출액은 1143억 달러로, 2018년의 796억 달러에 비해 44%나 증가했습니다.
 
전자통신산업 중에서도 핸드폰 및 부품 수출은 글로벌 핸드폰 시장의 침체 여파로 2018년 500억 달러에서 2022년 593억 달러로 증가세가 완만했지만 같은 기간 전자 및 컴퓨터 부품은 296억 달러에서 555억 달러로 2배 가까이 늘어 새로운 수출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의 전기전자산업이 완제품 조립 위주에서 반제품, 패키징, 설계 등으로 점차 고도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미국 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미국으로 수입된 베트남의 반도체는 작년 2월 기준 5억6000만 달러인데 이는 1년 전 같은 기간의 3억2000만 달러보다 75% 많은 것입니다. 베트남의 미국 반도체 수출액은 말레이시아, 대만에 이어 아시아 3위에 해당하며 반도체 수입시장에서 11.6%의 비중을 차지합니다.
 
지난 2000년 베트남이 미국과 무역협정을 맺고 2006년 미 의회가 항구적 정상무역관계(PNTR)을 승인하면서 베트남에 대한 해외직접투자(FDI)와 베트남의 수출이 급증한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이런 점에서 글로벌 교역구조 변화의 핵심인 반도체의 미국 수출이 크게 늘어난다는 것은 눈여겨볼 만한 대목입니다. AI가 고도로 발전하고 데이터 센터와 통신, 컴퓨터 장비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디지털 전환의 시대에 베트남이 글로벌 생산과 교역의 중심지로 발돋움할 수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두드러지는 외형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반도체 산업의 근간이 탄탄한 것만은 아닙니다. 반도체 밸류체인을 설계, 제조, 패키징, 테스트로 분류할 베트남의 밸류체인은 설계와 패키징, 테스트에 한정돼 있으며 반도체 칩 제조는 100% 해외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에서 반도체 설계에 관여하는 기업도 군사 통신그룹인 비엣텔의 자회사 VHT와 FPT뿐이며 패키징, 테스트 관련 기업도 외자기업이거나 외국과 합작한 일부 기업에 한정됩니다.
 
설계와 패키징, 테스트 분야는 초기에 큰 투자가 필요하지 않고 대부분 인력에 의존하기 때문에 초기 진입이 쉽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 설계는 대부분 외국 파트너사의 주문에 따른 아웃소싱으로 이루어지며 이러한 아웃소싱이 베트남 반도체 산업 설계 부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0%가 넘습니다. 지금까지 한국, 미국, 일본, 중국, 대만, 인도 등 주요국 기업 40여 개사가 베트남 반도체 산업에 투자했으며 인텔, 삼성을 비롯해 세계 유수 기업이 현지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 방문은 양국 간 경제 협력 확대의 새로운 시대를 연 것으로 평가됩니다. 그해 12월 팜 민 친 베트남 총리는 미국 엔비디아의 회장 겸 총괄이사인 젠슨 황을 만나 베트남 반도체 분야 협력에 관해 논의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엔비디아의 베트남 생산 기반 구축, 글로벌 인재의 베트남 유치 등에 대한 논의가 있었고 궁극적으로 반도체와 AI 생태계 구축 및 개발, 스타트업 육성, 슈퍼컴퓨터 설계와 개발 등을 베트남에서 진행하는 방안도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금까지 구체적으로 밝혀진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베트남 투자 진출 계획도 많습니다. 
 
반도체 장비산업 분야 설계, 개발, 제조업체인 한국의 한미반도체는 지난해 5월 말 박닌성에 베트남 지점 운영 계획을 발표했고 전력 시스템 및 사물인터넷(IoT)용 반도체 솔루션 기업 인피니온테크놀로지(독일)는 같은 기간 사업 규모 확대 및 개발팀 설립 계획을 내놨습니다. 시놉시스(미국)는 호치민시 하이테크파크 당국과 협력해 반도체 설계와 인큐베이션센터 구축 계획을 밝혔고 전자부품 및 반도체 제조기업 빅토리자이언트테크놀러지(중국)은 베트남 박닌성에 총 4억 달러를 투자해 공장을 지을 예정입니다.
 
한편 베트남은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희토류 매장량이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22만 톤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기타 산업재인 알루미늄 보크사이트의 매장량 역시 약 58억 톤으로 기니의 74억 톤에 이어 세계 2위 규모이며 라오까이 지방에 소재한 신꾸엔 광산의 구리 광석 매장량은 약 1억 톤으로 추산됩니다.
 
베트남 마이크로칩 커뮤니티의 통계에 따르면 베트남에는 현재 약 5500명의 칩 설계 엔지니어가 활동 중입니다. 팜 총리를 비롯한 베트남 정부는 반도체 분야에서 베트남 내 글로벌 기업의 투자 협력 촉진과 산업 발전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베트남 기획투자부, 정보통신부 등은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2030년까지 5만 명의 엔지니어를 육성할 계획입니다.
 
베트남의 중부 도시인 다낭도 반도체 칩 분야 인력 양성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추진 중입니다. 다낭시 정부는 해외 유관 기관과 함께 반도체 칩 인적자원 양성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업과 전문가 유치를 위해 힘쓰고 있으며 현지에 소재한 여러 대학은 마이크로칩 및 전자 교육학과 또는 관련 커리큘럼을 개발하며 추세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다낭시 백과대학교 부총재인 팜홍하이 부교수는 “베트남의 반도체 칩 산업의 인력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국내외 기업 및 전문가와 협력해 단기적인 교육과정을 마련하고 있으며 매년 150~200명의 기술자를 배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반도체 산업은 베트남에서 가장 큰 성장 잠재력을 지닌 분야입니다. 디지털 전환, IoT, AI 등 신기술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견조한 가운데 글로벌 반도체 생산기지로 떠오르는 베트남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최대 수혜국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도체 산업은 미국과의 국교 정상화 이후 ‘넥스트 차이나(Next China)’ 생산기지로 고속 성장했던 베트남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넥스트 차이나를 넘어선 ‘알타시아(Altasia)’에 대한 논의가 활발합니다. 알타시아는 지난해 2월 영국의 경제 매체 이코노미스트가 제시한 신조어로, 중국을 대체할 새로운 공급망 생태계를 지칭합니다. 
 
한국, 일본, 대만, 미얀마를 제외한 아세안 9개국, 인도, 방글라데시를 포함한 14개국으로 구성되며 중국을 대신할 단일 국가가 부재한 상황에서 한국과 일본, 대만의 기술력, 싱가포르의 물류 및 금융 허브 기능, 베트남을 위시한 기타 동남아 국가의 저렴한 노동력과 광물자원 등의 비교우위가 결합해 중국을 대체하는 공급망 생태계가 가능하다는 내용입니다.
 
동남아는 한국, 미국, 일본, 대만 등 반도체 기술 선진국과 새로운 밸류체인을 형성할 수 있는 중국의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동남아는 이미 전 세계 마이크로칩 패키징 생산량의 30~40%를 차지합니다. 다만 동남아 여러 국가 간의 반도체 생태계와의 연계는 필수적입니다. 반도체 생산의 잠재력 차원에서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은 기술 플랫폼과 인프라 측면에서 앞선 반면 베트남은 저렴한 비용과 풍부한 인적자원에서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 등으로 점점 축소되는 비용 절감 효과와 숙련된 노동인력 부족은 베트남 정부가 극복해야 할 과제입니다.
 
이 소식을 전한 KOTRA 다낭 무역관은 “동남아시아에서 반도체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첨단 기술 생태계가 형성 중인 가운데 베트남이 이 생태계에서 어떤 위치를 점할지, 우리 기업에 주는 기회요인과 주의할 점은 무엇인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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