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대 권역별 시장구분법의 남아 있는 2개는 바로 서남 및 서북지역시장이다. 일반적으로 우리기업들은 중국 서부지역시장은 적은 인구와 낮은 소비수준으로 진출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만나본 네이멍구 및 닝샤회족자치구에 진출한 우리기업 대부분은 위안화를 벌고 있었다. 중국 어느 지역이든 기업은 위안화를 버는 게 중요하다. 이제 중국 서부 내수시장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버려야 한다. 과연 중국 서부지역시장의 키워드는 무엇일까? 간단히 살펴보고자 한다.


8대 권역 중 일곱 번째인 서남지역시장은 쓰촨성, 충칭, 윈난성, 구이저우성, 광시 장족자치구 5개 지역 인구 2억5000만 명의 내륙시장이다. 서남지역시장은 각 지역별 기후 및 문화, 시장규모 등 특징에 따라 산업의 경쟁력과 특화된 산업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윈난성의 경우 열대몬순기후로 인해 커피원두산업이 매우 발달되어 있다. 중국에서 생산되는 커피원두의 90% 이상이 윈난성에서 생산되는데 그 중에서 절반 이상이 윈난성 남서부에 있는 푸얼(普洱)시에서 재배된다. 푸얼시는 우리가 잘 아는 보이차의 산지로 유명한 곳이다. 보이차를 중국어로 푸얼차라고 하는데, 그래서 도시 이름도 ‘푸얼시’라고 명명되었다. 현장을 가보면 보이차 밭을 뒤엎고, 돈 내는 커피원두를 심고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중국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서 마시는 스타박스 커피의 경우 일부분은 윈난성 푸얼시에서 나오는 커피원두를 사용하고 있다.


광시 장족자치구의 경우는 중국 중서부 지역 내 유일하게 연해지역에 위치하여 중국과 아세안 자유무역협정(FTA)의 교두보 역할을 하는 지역이다. 매년 중국-아세안 EXPO가 광시자치구 소재지인 난닝에서 개최된다. 따라서 중국과 아세안 국가를 연결하는 비즈니스를 할 경우 난닝지역 진출도 의미가 있다.


한편, 구이저우성은 2014년 중국 내 최초로 빅데이터 종합 시범구로 지정된 후 현재 ‘중국 빅데이터의 수도(中国大数据之都)’, ‘중국의 데이터 밸리(中国数谷)’ 등으로 불리고 있는 지역이다. 과거 구이저우는 중국에서 못살고 낙후된 지역으로 유명한 지역이었으나, 지금은 4차 산업도시로 변모하고 있다. 구이저우는 빅데이터 산업 관련 제도적 장치를 강화하고 정보 인프라 등을 개선하며, 점차 중국 빅데이터 사업의 핵심도시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중국정부의 정책지원 아래 글로벌 주요 대기업의 투자와 데이터센터 중국진출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아마존의 AWS는 베이징과 닝샤회족자치구에 데이터센터 리전이 있고, MS의 애저 데이터센터 리전도 4개나 중국에 있다. 이처럼 거의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에 데이터 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지역이 바로 구이저우성이다. 국가급 구이안 신구에 빅데이터 센터를 설립하는 기업에 대해 2년간 법인세 면제, 법인세 감면기간 종료 후 3년간 세율 50% 감면 혜택 등 각종 투자유인책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의 경우 첫 번째 데이터센터가 구이저우에 있고, 중국 내 아이클라우드 사용자를 위한 두 번째 데이터 센터를 2020년 네이멍구 자치구에 설립할 예정이다. 현대자동차그룹도 글로벌 빅데이터 센터를 구이저우에 설립했다.


서남지역시장 5개 지역군 중 핵심은 쓰촨성 청두와 충칭으로 집약된다. 그 중 거점지역으로 가장 중요한 곳이 바로 쓰촨성의 청두시장이다. 청두는 상주인구 1500만 명 이상의 거대도시로 2300여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문화의 도시이자, 중국 서남지역의 과학기술, 금융, 교통, 유통물류의 요충지 역할을 하는 지역으로 소비구매력이 매우 높은 지역이다. 따라서 서남지역시장 진출은 청두로부터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포춘지 500대 기업 중 인텔, IBM, 마이크로 소프트(MS) 등 약 250여 개 글로벌 다국적기업들이 중서부 진출의 거점으로 청두시장을 활용하고 있다.
 

 

한편, 충칭은 중국 서남부의 유일한 직할시로 동부와 서부를 연결하는 결합부에 위치해 있으며, 중심지역을 기준으로 몇몇 위성도시와 공업지역을 포함하는 다중심 조직형 구조를 가지고 있는 인구 3200만 명의 거대 도시이다. 중국에서 단일시장으로 가장 많은 인구를 보유한 도시로 향후 성장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수로와 철로의 장점을 활용한 제조물류기지로서도 각광을 받고 있는 이른바, ‘실크로드 물류’ 거점지역이다. 즉, 충칭 내륙보세구역 및 장강수로를 활용한 중국 내 제조가공무역이 발달되어 있고, 위신오우(渝新欧: 충칭-신강위그루-유럽구간) 철도를 활용해 중앙아시아, 러시아, 독일 등 여러 국가로 수출이 가능하다. 충칭에서  생산되는 IT 제품의 40% 이상이 유럽으로 수출되고 있으며, 그 중에서 노트북의 경우는 90% 이상이 충칭에서 유럽으로 수출되고 있다. 위신오우 철도는 충칭을 기점으로 카자흐스탄, 러시아, 밸라루스, 폴란드를 거쳐 독일까지 총 6개국을 통과하는 국제열차이다. 충칭은 유럽행 중국횡단철도(TCR; Trans China Railway)가 지나는 중국 서남부의 주요 길목이자 동남아로 통하는 도로운송이 발달한 물류 중심지이기도 하다.


충칭시장은 중국 내 다른 도시와 비교해 지형이 매우 특이하여 산을 배경으로 시내에도 구릉지대가 많아서 산비탈에도 아파트가 줄줄이 들어서 있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래서 충칭을 ‘산의 도시(山城)’라고 부른다. 이런 특징 때문에 충칭은 자동차와 오토바이 산업이 매우 발달되어 있다. 우스운 애기로, 충칭에서 만약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 충칭 로컬사람들은 그 사람을 보고 2가지 유형으로 판단한다고 한다. 첫째 ‘저 사람은 잘못을 저질러 지금 벌을 받고 있다. 둘째, ’저 사람은 운동선수로 체력단련 중이다.‘ 지형이 오르락내리락 구릉지대가 많으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지형이 이렇다 보니 충칭 지역 내 아파트를 간통하는 경전철이 있다. 아파트를 지을 때부터 그렇게 설계가 된 것이다.

 

충칭 산비탈에 있는 아파트 

 

 

아파트를 관통하는 충칭 경전철

 

 

또한 충칭에만 있는 직업군이 있다. 이른바, ‘빵빵쥔(棒棒君)’ 이라는 사람들이다. 우리말로 하면 ‘지겟꾼’, ‘짐꾼’ 들이다. 과거 충칭지역이 산간지대가 많고 언덕이 높다 보니, 차량이 갈 수 없는 지역이 많았다. 그렇다보니 자연스럽게 생겨난 직업군이다. 지금은 많이 사라졌으나 충칭지역을 거닐다 보면 길거리에 대나무를 매고 있는 빵빵쥔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다음 호에 계속 이어집니다)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했다. 대한민국 주중국대사관에서 중소벤처기업지원센터 소장을 5년간 역임하며 3000개가 넘는 기업을 지원했다. 현재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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