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기업, 미스플러스

kimswed 2020.12.21 07:40 조회 수 : 52

2008년 당시 대학 4학년 유미진 학생은 고민이 많았다. 영문학을 전공했지만 영어를 잘하지 못해서 영문학이나 영어로 밥을 먹고 살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런데다 피부 알러지가 있어 한창 나이에 화장품을 바를 수가 없었다.


자취방에서 혼자 번민하던 유미진 학생은 어느 날 일단 내 손으로 화장품을 만들어 쓰기로 했다. 마침 시중에 핸드 메이드 관련 서적들이 나오기 시작해서 혼자 공부하며 천연화장품을 만들 수 있었다. 제법 쓸 만했다.


내친 김에 직접 만든 화장품을 인터넷 쇼핑몰에서 팔아 봤다. 생각보다 인기가 좋았다. 개인사업자 등록을 하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회사 이름도 지었다. 미스플러스(MISSPLUS). ‘아름다움(美)에 무언가를 더하다’는 뜻과 ‘나(Me)를 더하다’는 뜻, 그리고 ‘여성(Miss)에게 무언가를 더하다’는 뜻을 담았다.


틈틈이 관련 자격증도 따고 ‘연구개발’을 하며 더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는 사이 유미진의 고민은 한꺼번에 해결됐다. 취업 대신 사업을 시작했고 피부 알러지가 있어도 화장을 마음껏 할 수 있게 됐다.

 

 

유미진 대표(왼쪽 두 번째)는 그동안 참관객으로만 방문했던 홍콩코스모프로프에 2016년 참가업체 자격으로 처음 참가했다. [사진=미스플러스 제공]

 


신혼여행을 해외전시장으로 간 사연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2020년, 미스플러스는 어떻게 됐을까.


수십 명의 청년 종업원을 고용하고, 관련업계에서 나름 이름을 날리고 있으며, 해외시장도 넘보고 있다. 1인 청년 창업 기업이 어엿한 중소기업으로 탈바꿈했다.


하지만 주력제품은 바뀌었다. 비누, 화장품, 캔들, 방향제 같은 초기 제품들은 ‘선택과 집중’에서 탈락하고, 대신 나중에 추가한 입욕제가 주력제품이 됐다.


미스플러스가 입욕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신혼여행이 계기가 됐다.


2010년 가을 결혼식을 끝낸 유미진 대표는 신혼여행지로 해외 유명 관광지 대신 홍콩코스모프로프(Cosmoprof)를 선택했다. 세계 3대 뷰티전시회로 꼽히는 홍콩코스모프로프는 전 세계 화장품 산업의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는 행사로, 화장품 관련 사업을 시작한 유 대표로서는 신혼여행으로라도 꼭 가보고 싶었던 것이다.


“아마 일생에 한 번뿐인 신혼여행을 산업전시회장으로 가자고 한 신부는 제가 유일하지 않을까 해요. 그래도 참 좋았어요. 당시 임신한 몸이어서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붓고 힘들었는데, 볼 것이 정말 많고 시간이 너무 아까운 거예요. 그래서 힘들면 잠깐 쉬고 또 쉬면서 그 넓은 전시장을 계속 돌아다녔어요.”


유 대표는 이곳에서 입욕제를 처음 접했다. 목욕제품들이 그렇게 많은 줄 몰랐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유 대표는 연구를 거듭한 끝에 천연 입욕제를 만들었다.


홍콩코스모프로프에서 비즈니스 영감도 얻고 시야도 넓힌 유 대표는 이후 2년마다 그곳을 찾았다. 참관할 때마다 많은 것을 보고 배웠다.


그리고 마침내 2016년 그녀는 이제 참관객이 아닌, 참가업체의 대표로서 홍콩코스모프로프를 찾았다. 감회가 새로웠다. 직원을 7명이나 데리고 참가한 것은 그들의 시야도 넓혀주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유미진 대표가 2020년 5월 22일 오송 국가비전선포식에서 미스플러스를 방문한 문재인대통령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미스플러스 제공]

 


입욕제로 ‘선택과 집중’을 하다


유 대표는 이 무렵 중요한 결정을 했다. 입욕제에 집중하자는 것이었다.


입욕제의 국내 시장은 성장단계에 있었다. 해외시장도 노려볼만 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무엇보다 제품에 자신이 있었다. 직접 손으로 천연화장품을 만들며 쌓은 노하우가 있었다. 공장에서 생산한 화학제품이 아니라 직접 손으로 만드는 천연 입욕제 시장은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기계 하나로 만들 수 있는 아이템이 아니어서, 대기업도 따라오기 힘든 블루오션이다.


“보통 수제품이라고 하면 모양이나 중량, 색 등이 균질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들을 하는 것 같아요. 또 온도나 습도에 따라 제품이 잘 안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요. 하지만 우리 회사는 매뉴얼에 따라 제조하고 철저하게 품질관리를 하면서 손으로 만들어도 모양이나 중량, 색, 품질이 일정하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수작업인 만큼 인건비 부담이 크지만 청년고용지원제도 등을 활용해 덜어낸다. 직원들의 평균 나이가 20대 후반이다.


이제는 10년 업력이 쌓인 입욕제 업계에서 미스플러스는 제조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대기업들까지 미스플러스에 OEM 공급을 의뢰하기 시작했고 어느 덧 입욕제 최대 생산업체가 됐다.

 

 

 

2017년 10월 말레이시아 미용전시회에 참가한 미스플러스 부스에서 바이어 상담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미스플러스 제공]


해외전시회 참가 후 국내 거래처 급증

 


미스플러스는 특이하게도 해외전시회 참가를 통해 국내 매출을 올리는 효과를 봤다.


2016년 한국무역협회에서 진행하는 해외마케팅 관련 교육에 참가했던 유 대표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아 해외전시회에 참가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당시 모집 중이던 홍콩가정용품박람회 참가지원 신청을 했다. 그리고 운 좋게 선정됐다.


“수출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막연히 생각했을 뿐 해외시장에 대해 아는 것도 없었고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였어요. 하지만, 일단 부딪쳐 보자고 생각했죠.”


처음 참가한 이 전시회에 미스플러스는 당시 집중하던 입욕제 외에 기존의 디퓨저, 캔들 등도 잔뜩 가지고 나갔다.


“지금 돌이켜보면 전시기간 내내 디스플레이만 하다 돌아온 것 같아요. 전시품을 세팅하는 데만 하루 종일 걸렸습니다. 운송 도중에 깨져서 전시할 수 없는 것들도 있었습니다. 전시회가 끝나는 날까지 정리만 하다 돌아왔어요.”


하지만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실패를 통해 해외전시회 참가 준비의 중요성 등을 배웠고 동종업계의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었으며 바이어 상담 요령도 어깨너머로 조금씩 터득하게 됐다. 미스플러스는 이후 연간 10회가량 해외전시회에 참가했다.


경험이 쌓이자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2017년 여름 미국 라스베이거스 소비재전시회(Source Direct at ASD)에 참가해 H마트라는 한인 마트와 디퓨저 및 입욕제 납품계약을 맺었다. 첫 성과였다. 전시회가 끝나고 청주로 돌아와 밤새워 제품을 만들어 보냈다. H마트와는 지금도 거래가 지속되고 있다.


이후에도 해외전시회 참가를 통한 마케팅을 지속했고 나름 성과가 있었지만 수출계약 금액이 크지는 않았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했던 반응이 국내에서 나왔다. 미스플러스가 몇 년 동안 같은 전시회에 반복해 참가하자, 전시회를 참관하러 왔던 국내 기업 관계자들이 이를 눈여겨보고 OEM 공급 가능성을 타진해 온 것이다.


“해외 바이어를 찾으려고 전시회에 반복해서 참가했는데, 국내 바이어가 생긴 셈입니다. 아마, 중소기업이 큰 규모의 해외전시회에 계속 나오는 것을 보고 신뢰를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미스플러스의 현재 매출은 2016년에 비해 5배가량 늘었는데, 상당 부분이 해외전시회를 통해 국내 비즈니스가 확대된 데 따른 것이다.


미스플러스는 현재 자체 브랜드 생산 판매와 OEM 공급 비중이 각각 50%로 유지되고 있다. 거래처가 늘면서 미스플러스는 생산 캐퍼를 계속 늘려왔다. 이는 향후 수출이 확대될 때 큰 역할을 할 것이다.


또 다른 성과는 해외전시회를 통해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거나 글로벌 트렌드를 확인해 이를 제품개발에 반영하는 것이다. 이렇게 개발된 신제품들이 현재 주력상품으로 나가고 있는 유아용 입욕제들이다.

 

제일 잘 나가는 ‘구름목욕시간’은 한 달에 2만 개씩 판매된다. 또 연내 새로 라인업 할 예정으로 있는 반려동물 입욕제도 해외전시회를 통해 많은 정보를 얻고 있다.

 

 

아임밤 제품 전국 버터 매장 입점 사진. [사진=미스플러스 제공]


자체브랜드 ‘아임밤’의 탄생과 도전

 


이와 함께 유 대표는 해외전시회 참가를 통해 브랜드화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전시회에 출품한 중국 제품들을 보면서 도저히 이들과 가격경쟁을 할 수 없다는 점을 깨달았고 이는 브랜드화에 대한 의지로 이어졌다.


유 대표는 브랜드를 직접 만들었다. ‘아임밤(I'm Bomb)’이다. 우리말로 굳이 해석하자면 ‘나는 폭탄이다’인데, 입욕제 배쓰밤(Bathbomb)의 ‘bomb’에서 따왔다. 그리고 한글 ‘밤’은 휴식과 치유의 시간이므로 중의적 의미를 담았다. 영문과 출신다운 작명이다.


미스플러스는 지금까지 미국, 홍콩, 독일(OEM)에 수출했는데, 유 대표는 이 브랜드를 앞세워 특히 중국 시장을 적극 공략할 생각이다. 그동안 대리상을 통해 소규모로 수출을 진행했던 중국 시장에 직접 진출할 계획을 세운 것은 그 때문이다. 최근 중국으로부터 인콰이어리가 늘고 있는데, 유 대표는 브랜드화 효과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현재 입욕제 시장의 글로벌 최강자는 영국 핸드메이드 화장품 브랜드인 ‘러쉬’다. 국내 시장도 러쉬가 장악하고 있다. 미스플러스의 꿈은 우선 국내에서 아임밤을 ‘한국의 러쉬’로 키우는 것이다. 이후에 세계무대에서도 아임밤의 영토를 넓혀나간다는 계획이다.


12년 전 ‘1인 기업’이었던 미스플러스는 이제 어엿한 중소기업으로 성장했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아임밤’ 브랜드가 앞으로 12년 후 어떤 모습을 보일지 아직 알 수 없지만, 잠재력과 가능성은 1인 기업 시절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골리앗에 도전하는 다윗’의 용기는 언제나 박수를 받을 일이다.

 

 

2020년 8월 28일자 LA타임즈에 실린 아임밤 소개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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