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차이나테크 굴기 논쟁이 뜨겁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차이나테크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교수님, LCD는 이미 중국이 추월했고, OLED도 중국이 3~4년 내 추격해 올 것으로 보입니다.”
2019년 광둥성 선전에서 만난 삼성디스플레이 엔지니어가 필자한테 던진 말이 5년이 지난 지금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 5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개최된 세계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 Society for Information Display)가 주최한 ‘2024년 SID 디스플레이 위크(Display Week)’ 행사장은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의 약진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SID는 매년 개최되는 학술대회 및 전시회로 세계 디스플레이 기술의 현재와 미래변화를 알 수 있는 세계 최대, 최고 권위의 디스플레이 행사로 6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올해는 전 세계 디스플레이업계 관련자 8000명 이상이 참석하고 총 788편의 디스플레이 관련 논문이 발표돼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우수 논문상을 받으며, 세계 디스플레이 기술 강국의 자존심을 지켰지만, 중국의 추격 가속화와 차이나테크의 약진이 두드러졌다는 평가다.
발표 논문 수와 참석 인원 절반 이상이 중국인으로 양적인 측면에서 한국을 압도했고, 질적 수준도 결코 만만찮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LCD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중국은 이미 한국을 제치고 세계 1위 국가로 자리매김했다.
2023년 시장점유율을 보면, 중국이 60.8%로 대만(26.2%), 한국(10.1%), 일본(2.3%)과의 격차를 벌리며 LCD 시장의 중국 독점화가 굳어지고 있다.
한국은 2017년 중국 LCD 패널의 글로벌 공습으로 인해 세계 1위 자리를 빼긴 이후 삼성과 LG디스플레이 모두 TFT-LCD가 아닌 초격차 기술력으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OLED 디스플레이 기술영역에서의 중국 추격도 심상찮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글로벌 OLED 시장점유율은 한국 95.9%, 중국 3.2%로 큰 격차를 보였지만, 5년이 지난 2023년 시장점유율은 한국 74.2%, 중국 25.1%로 격차가 점차 축소되고 있다.
디스플레이 전문 영국 시장조사기관인 옴디아 자료에 의하면, 폴더블 스마트폰 OLED 시장의 경우 2021년 90%였던 삼성디스플레이 점유율이 2024년 상반기 47%로 줄어든 반면, BOE·CSOT 등 중국기업들이 53%를 차지했다.
첨단산업 바짝 추격해오는 차이나테크
대한민국을 먹여 살렸던 반도체·디스플레이·조선·철강·석유화학 등 8대 주력산업 중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제외하고 중국이 한국을 추격한 상태에서 이제 LCD를 넘어 OLED 기술 영역까지 따라오면서 우리 경제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발표한 2022년 주요 상품 시장점유율 조사 결과를 보면, 63개 조사 분야 가운데 미국(1위, 22개), 중국(2위, 16개)에 이어 한국과 일본은 6개 기술영역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스마트폰과 반도체 D램·OLED 패널·낸드플래시·초박형TV·조선 등 6개 품목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2년 만에 조선산업은 이미 중국에 뒤처졌다는 평가가 내부에서 흘러나온다.
산업연구원이 2024년 5월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조선산업 가치사슬 종합경쟁력(R&D 설계·조달·생산·유지보수·수요)에서 중국(90.6)이 한국(88.9)을 추월하고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또한,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2024년 1분기 폴더블폰 시장에서 화웨이가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한편, 중국 OLED 패널과 함께 TCL·하이센스 등 가전기업들의 초박형TV 성장세가 빨라지면서 우리를 위협하고 있어 자칫 잘못하면 6개 품목에서 반도체를 빼고 대부분 중국에 추월당할 위기에 놓여 있다.
특히, 초박형TV에서 가장 중요한 부품인 디스플레이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하면서 공급망 리스크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기존 기간산업과 장치산업을 넘어 중국의 미래 첨단산업 경쟁력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기차·자율주행·지능형 로봇 등 미래산업 분야에서 막대한 자본력과 인적자원,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빠르게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국내 운행되고 있는 전기차 버스의 중국산 비중이 2023년 기준 약 48%를 차지하고 있다.
버스, 트럭 등 국내 상용차 시장에서 중국 전기차 침투율이 더욱 빨라지는 추세다.
국내 전기차 버스 신규 등록된 비중을 보면, 2022년 41.8%에서 2023년 54.1% 늘어나는 등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가성비를 앞세운 비야디(BYD)와 지리자동차의 전기 승용차도 한국시장 진출이 가시화되고 있다.
서비스 및 산업용 로봇시장의 침투도 만만치 않다. 이미 국내 식당, 카페 등 서빙용 서비스 로봇뿐만 아니라 물류창고, 제조 등 산업용 로봇도 가성비를 갖춘 중국산 로봇이 국내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가정용 로봇 중 하나인 로봇 청소기 시장의 경우 미국 주간지 타임 및 데이터 전문기관인 스태티스타(Statista) 자료에 의하면, 에코백스와 로보락 등 중국 브랜드가 글로벌시장의 95%를 차지할 정도로 독보적이다.
이미 한국시장 점유율에서도 2023년 기준 로보락(35.5%)이 삼성전자(15%)와 LG전자(15%)보다 훨씬 앞서 있다.
차이나테크 만든 중국식 규제개혁도 주목
우리가 차이나테크 진격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막강한 자본력과 인적자원, 내수시장보다 중국식 규제개혁이 만드는 차이나테크의 성장이다.
첨단기술의 집약체로 불리는 자율주행차가 대표적이다. 자율주행차는 AI·센서·통신 등 ICT 첨단기술이 집약된 결정체로 스스로 환경과 인간을 감지하고 경로를 결정해 주행하는 차를 말한다.
자율주행차의 성공과 보편화를 위해서는 결국 주행데이터를 누가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국내 자율주행 1위 기업인 오토노머스에이투지의 운행 데이터가 약 40만 km인 반면, 중국 자율주행 1위 기업인 바이두 아폴로의 총 시험주행 거리는 약 9000만km(2024년 1월 기준)로 한중간 225배 차이가 난다.
중국정부는 현재 10여 개의 자율주행 허용 도시를 2025년까지 65개 도시로, 2030년에는 100개 도시로 확대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실험실 주행데이터가 아니라 실전 공공도로에서의 주행데이터 경쟁에서 이미 우리와 경쟁이 되지 않는다. 정부의 정책지원과 규제개혁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차이나테크의 진격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시간이 없다.
AI, 빅데이터 및 소프트웨어, 첨단산업 인프라, 법제도 개선, R&D 등에 대한 정부 주도의 지원과 규제개혁이 진행되어야 한다.
데이터의 수집·처리·가공 및 학습에 있어 첨단기술 규제의 사각지대를 찾아내야 한다.
산관학의 복잡한 이해관계자 그물망 속에 숨어 있는 산업규제를 과감히 찾아내고 해결해야만 차이나테크의 역습에 대응할 수 있다.
과감한 규제개혁 없이는 미래의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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