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정보 글/우당의 유목민

kimswed 2008.06.10 06:56 조회 수 : 1791 추천: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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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한 몽골 유목민 삶속으로

 


가는 곳이 길이 되는 초원의 길. 지평선 위로 뜬 구름.  

 

웅깃사원에서 폐허를 만나고

다시 초원의 길을 떠난다.

모래벌판과 초원의 경계는 희미해서

우리가 탄 지프는 분명 모래땅을 달리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초원을 달리고 있었다.

 


초원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만난 첫번째 게르.

 

가도가도 초원이고 지평선인 풍경은

지루하도록 계속된다.

그러나 어쩐지 한참 잘 나가던 차는

초원 한가운데 멈추고 말았다.

“길이 사라졌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초원에선 얼마든지 그럴 수 있는 법이다.

 

게르의 청년이 '올가'(말머리를 잡아챌 때 사용, 초원에서 유목민이 사랑을 나눌 때도 접근금지의 의미로 이 올가를 꽂아 표시한다)를 들고 서 있다(위). 게르의 안주인이 땔감용 말똥을 망태에 담고 있다(아래).


 

누군가 초원의 길을 동강내려는 듯

기나 긴 구덩이를 파놓았다.

난데없이 하수도 공사를 하는 것도 아니고,

구덩이의 실체는 알 수가 없다.

두 대의 지프는 한참이나 구덩이를 따라가다

드디어 멈춰섰다.

 


게르 주인이 손님 접대용으로 아롤(말린 발효우유 덩어리)을 가지고 나왔다.

 

길은 하나였다.

구덩이를 메우고 저쪽으로 건너가는 것.

어쩔 수 없이 한낮의 뙤약볕 아래서

삽질 한판을 해야만 하는 상황인 것이다.

지프에서 내린 사내들은 하는 수 없이

돌아가며 삽질을 한다.

난데없는 초원의 도로공사.

길의 핏줄을 잇는 봉합수술같은...

 


게르 주인이 침대에 앉아 아르히를 마시고 있다.

 

1시간의 삽질 끝에 길이 다시 열렸다.

땀으로 범벅된 얼굴들.

그러나 문제는 한참을 구덩이를 따라가는 동안

우리가 가려는 ‘에르덴달라이’로 가려는 길을

잃어버리고 말았다는 것이다.

운전사는 이제 초원에 없는 길을 만들며 가고 있었다.

사실은 에르덴달라이로 가는 길을

찾고 있는 중이었다.

 


초원을 또다시 헤매다 만난 두번째 게르.

 

1시간, 2시간...

지프는 계속해서 없는 길을 찾아 헤맨다.

그리고 우연히 구원처럼 나타난 초원의 게르 한 채.

길을 물으려 들어간 운전사는

느긋하게 게르 안에서 접대를 받고 있다.

게르 주인은 난데없는 손님에게

딱딱한 ‘아롤’(말린 우유 덩어리)과

‘타락’(우유를 저어 걸쭉하게 만든 요구르트)을 내온다.

 

게르에 모여앉은 대가족 풍경. 주전자에서 아르히(소주)를 따르고 있다(위). 대접에 따라준 아르히. 이 아르히를 연거푸 세잔이나 마셨다(아래).

 

덩달아 나도 운전수가 하는 양으로

아롤을 씹고, 타락을 맛본다.

둘다 몽골 최고의 간식이지만,

어떤 이들에겐 이것이 최악의 간식이다.

순식간에 변비를 치료하는 마술적 간식이라고나 할까.

다시 말해 순식간에 설사를 유발하는 기막힌 음식이랄까.

 


게르의 최고령 할아버지가 가죽부대에 담긴 말젖을 젖고 있다.

 

어쨌든 게르에서 아롤과 타락을 먹고

다시 길을 떠난다.

그러나 차는 다시 초원을 방황하고 있다.

망망대해를 표류하는 한척의 배처럼...

도대체 오늘 안으로 에르덴달라이에

도착할 수는 있는 걸까.

 

말젖을 한참 저으면 몽글몽글 거품이 일면서 발효가 시작된다(위). 말젖 짜는 모습(아래).

 

오랜 표류 끝에 다시 짜잔, 하고 나타난 게르 한 채!

또다시 손님 접대용으로 나온 아롤과 타락.

그리고 아이락(말젖을 발효시킨 우유)과

아르히(아이락을 증류시킨 소주, 마유주라고도 함).

우리 소주의 전통이 몽골의 아르히에서 유래했다고 하던가.

초원의 게르에서 만난 몽골 할아버지조차

아르히를 따라주며 ‘소주’라고 또박또박 발음한다.

 

게르 주인이 내온 양고기와 각종 유제품.

 

할아버지에게 한잔, 아저씨에게 한잔,

또다른 아저씨에게 또 한잔,

빈 속에 연거푸 세 잔(사실은 커다란 대접)의 아르히를 마셨더니

게르 문밖 초원의 지평선이 가물가물하다.

 

두번째 게르의 장남이 말안장을 올리고 있다.

 

친절하고 인정이 넘치는 게르의 대가족 풍경.

식구들은 오며가며 가죽부대와 나무통에 담긴 아이락을 젓고,

말젖을 짜고,

초원에서 ‘올가’(올가미)로 잡아온 야생마를 훈련시킨다.

 


'올가'로 야생마를 생포하는 장면. 물론 이미 잡아와 길들인 야생마다.

 

길을 잃지 않았다면 만날 수 없는

라이브 몽골 체험.

그렇다면 초원에서 길을 잃은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가.

온갖 대접만 받고 게르를 그냥 떠난다는 것이 미안해

우리는 아르히 한병을 샀다.

그냥 돈을 주면 받지 않을 것이므로.

주인도 그것을 알았는지 눈 딱 감고 아르히 한병을 내어준다.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인정과 마음이 담긴...

 


밧줄을 던져 야생마 말머리 낚아채기. 정확하게 한번에 성공했다.

 

아르히 한병을 싣고 지프는 다시 초원을 달린다.

운전사는 멀리 보이는 초원의 수십차선 도로를 가리킨다.

에르덴달라이로 가는 길을 드디어 찾은 것이다.

길을 찾았으므로 좋아해야 하는 것인데,

어쩐지 나는 한번 더 길을 잃어주기를 내심 바라고 있었다.

한번 더 몽골인의 삶 깊숙이 들어가 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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