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貿易)과 주역(周易) 사이
 
무역을 하려면, 주역(周易) 같은 역학 공부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봤다. 무슨 뜬금없는 소리인가 하실 독자들이 계실 터이다.
 
무역을 하다 보면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 또한 여러 연령층의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들과 비즈니스를 하려면 많은 지식은 물론 현명한 철학도 필요하다. 
 
변덕스러운 상대방과 협상을 잘하는 것이 때로는 신용장(L/C) 규칙보다 더 중요할 때가 많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에 대하여 대다수 사람들은 관심이 없다.
 
주역이 대체 어떤 책이기에…
 
그렇다면 주역이 대체 어떤 책이기에, 하는 궁금증이 생길 것이다. 
 
초아(草阿) 서대원 선생에 의하면, 주역은 첫째, 난해한 책으로서 기본적으로 그 내용이 철학적이고 비유적일 뿐만 아니라 형식과 내용 모두에서 비약과 반전이 난무한다. 
 
둘째, 주역의 주석이나 해설서들은 주역 자체보다 더 난해하다. 
 
셋째, 주역은 점을 치기 위한 책이 아니다. 즉 주역은 보편타당한 진리를 말한 책이지 장래의 개인적 길흉화복을 예견한 책이 아니다. 
 
넷째, 주역은 단순한 유교 경전이 아니다. 주역은 유학의 가르침을 뛰어 넘어, 도교적 이상과 유학의 경세(經世)원칙을 동시에 포괄하는 책이다. 
 
다섯째, 주역은 심오한 동양철학을 바탕으로 한 처세의 책이다. 주역은 일종의 철학서이며, 음양의 원리와 자연의 법칙 등이 내포되어 있다.
 
필자는 초아 선생의 정의가 매우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심오한 동양철학을 바탕으로 한 책’이라는 데에 크게 동의하는데, 이 책의 내용이 국제 비즈니스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임에 틀림이 없다는 생각에서다.
 
심리학이 인간의 마음을 다스려 밝히는 학문이라면, 주역은 이를 더 확대한 것으로 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주역학자인 김승호는 심리학으로는 찾을 수 없고 해결이 되지 않는 것들은, 주역을 통하여 다 풀 수가 있다고 하였다. 
 
이러한 견해들을 정리하여 보면, 국제무대에서의 주역은 얽히고설키어 이해관계가 어려울 때 특히 효과를 발휘하는 학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매우 복잡하고 난해한 경우가 많은데, 무역을 할 때 주역의 큰 뜻을 이해하고 있다면 비즈니스 결과도 좋아질 것이다. 
 
공자나 아인슈타인이 죽을 때까지 주역을 공부하고자 하였다고 하니 평범한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현대사회에서도 주역의 중요성은 더 높아질 것이다.
 
동양철학의 근간을 이루는 주역이 서양으로 처음 전해져 소개된 곳은 중세 독일이었다. 
 
중국에 파견된 가톨릭 신부에 의해 전파가 되었고, 그 이후 여러 나라에서도 주역을 접하게 되었다. 
 
또한 수학자 라이프니치는 주역에서 영감을 얻어 오늘날의 컴퓨터의 기본이 되는 2진법을 개발하기도 하였다. 
 
 
▲중국 산동성 공자 탄생지 취푸(曲阜)에 조성한 거대한 공자 동상. 높이가 무려 72미터에 달한다. <사진=필자 제공>
공자는 말년에 주역을 잠시도 손에서 놓지 않고 열심히 읽었다고 한다. 
 
<사기>에 ‘위편삼절(韋編三絶)’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공자가 주역을 늘 가까이 두고 즐겨 읽어 책을 엮은 죽간의 끈이 세 번이나 끊어졌다는 데서 오는 고사성어다. 
 
그만큼 주역을 많이 읽었고, 또 난해하다는 말이다. 
 
공자는 주역을 읽으면서 후세 사람들에게 “50세부터라도 역(易)을 읽기 시작한다면 그 이후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 큰 잘못을 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주역이 매우 중요하고 귀중한 정보를 담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기도 한데, 삶의 지혜를 많이 주는 것 같다.
 
주역으로 풀어본 무역의 의미
 
필자가 박사과정을 공부할 때 지도교수였던 박승락 청주대학교 교수님은 주역에 입각하여 무역의 의미를 풀어 주신 적이 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무역을 한자로 쓰면 ‘貿易’인데 무(貿)자의 윗 부수의 의미는 집토끼이다. 집토끼는 번식력이 강한데, 이것은 번영 및 번창을 의미한다. 
 
그리고 밑변은 조개패(貝)자인데 우리가 이미 알고 있듯이 화폐를 의미한다. 또한 역(易)자는 교역(Exchange) 또는 변화(Change)를 의미하며, 이를 통하여 가치를 창조하는 것이다. 
 
박 교수님은 이어 현대무역에서 역(易)의 의미를 크게 4가지로 정리하여 설명하였다. 
 
첫째는 교역(交易)으로, 이는 가치증대이다. 
 
둘째는 간역(簡易). 이는 서비스(Service)나 이익(Benefits)과 같은 부가가치 제공, 그리고 해법(Solution) 등이다. 
 
셋째는 변역(變易)으로 이는 변형(Transformation)과 혁신(Innovation) 또는 창조이다. 
 
넷째는 불역(不易)인데, 이는 변화하지 않은 가치, 핵심가치 또는 역량(Core Competence)이다. 
 
현대 경영학적인 의미에서 무역의 구성요소는 그 첫째가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인데, 교역(交易)이라는 의미에서 볼 때 관계의 질(Quality of Relation)을 말할 수 있다. 
 
둘째는 신용(Credit)을 말할 수 있다. 무역거래는 신용을 기반으로 하여 교역이 발생되고, 가치가 창출된다. 또 인터넷 등으로 인한 다자간 거래에 있어서도 신용은 매우 중요한 기반이다. 
 
셋째는 몰입(Commitment)이다. 이는 충성을 말한다. 교역할 때 고객들에게 제공되는 질 좋은 서비스는 좋은 몰입(Commitment) 효과, 즉 고객의 충성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역을 하려면 세상 이치를 알아야
 
필자는 무엇보다 주역이 주는 함의적(含意的) 가치가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
 
세상의 이치를 알아야 세계의 사람들과 만나 교역도 하고 좋은 친구도 사귀는 것이 아니겠는가? 
 
주역이 어려운 책인 것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항상 곁에 두고 자주 접하기를 희망한다. 
 
주역을 공부한다는 것은 세상을 살면서 현명한 삶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되는 방책을 갖게 되는 것이며, 기업경영을 하면서 경영철학을 형성을 할 때에도 훌륭한 지침이 될 것이다. 
 
원광대 조용헌 교수는 그의 저서 <그림으로 함께 보는 조용헌의 담화(2007)>에서 주역의 핵심을 두 가지로 보았다. 
 
첫째는 ‘음중양 양중음(陰中陽 陽中陰)’의 이치다. 
 
둘째는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이다. 
 
전자는 ‘불행 가운데 행복이 있고, 행복 가운데 불행이 있다’는 뜻이며, 후자는 ‘좋은 일을 많이 한 집안에는 반드시 경사스러운 일이 있다’는 것이다. 
 
주역의 가치는 개인이나 가정이나 기업이나 모두 마찬가지다. 
 
사람을 만나고 경영을 하고 기업의 이윤이 발생된다면 ‘적선(積善)’을 하는 것이 기업이 장수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혼자만 배가 부르다면 어느 누가 험난한 인생의 여정에서 오월동주(吳越同舟)하겠는가? 
 
전 고려대 부총장이셨던 이광현 교수는 필자에게 “성공하려면 많은 사람들에게 밥을 많이 사라”고 하셨다. 
 
상대가 누구이든 선을 쌓는 일의 중요성을 알려 주신 것 같다.
 
초운 김승호는 <돈보다 운을 벌어라>라는 책에서, 회사의 장수 여부는 주역의 괘상 중 수뢰준(水雷屯)의 의미와 같이 숲 속에서 길을 잃은 사냥꾼과 같다고 했다. 
 
수뢰준은 새로운 시작의 어려움으로 질서를 잡아 나가는 초기를 말한다. 
 
공자는 이러한 괘상을 가지고 군자의 태도를 가르쳤는데 ‘경륜(經綸)해야 한다’고 하였다. 
 
기업운영에 있어서 가장 큰 핵심은 대표자의 마인드이다. 
 
자신만의 경영철학, 다시 말해 어떠한 철학을 가지고 기업경영에 접목시킬 것인가 하는 것이다. 둘째는 직원들의 근무태도일 것이다. 
 
공자가 말한 경(經)은 정신상태이고 륜(淪)은 직원들의 근무태도를 말한 것이다.
 
결국 이런 요소들이 기업의 장수와 밀접한 관계가 있고 또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다. 
 
누구나 장수기업이 되려고 한다. 이 글을 쓰는 필자도 이제까지 22년 동안 회사를 영위하여 왔지만 언제까지 가능할지 예측할 수 없다. 
 
장수기업으로 발돋움하려면 한두 가지만 잘 해서 되는 일은 아닐 것이다. 
 
다만 가장 중요한 리더의 정신상태와 직원들의 근무태도가 좋다면 장수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고 생각한다. 
 
필자도 회사경영에서 항상 주시하고 경계하는 부분이며, 주역이 주는 지혜를 경영에 접목하려 노력하고 있다. <다음 호에 계속>
 
▲정병도 사장은 1999년 4월 인조피혁제조 및 바닥재 수출회사인 웰마크㈜를 창업한 이후 경쟁기업들이 주목하지 않던 아프리카, 중남미 시장을 성공적으로 개척해 주목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지구 60바퀴를 돌 만큼의 비행 마일리지를 쌓으며 ‘발로 뛰는’ 해외마케팅을 실천했다. 강원도 화천에서 태어나 경기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을 공부했고 고려대학교에서 국제경영석사 과정을, 청주대학교 국제통상 박사과정에서 이문화 협상(CROSS CULTURE NEGOTIATION)을 공부했다. 저서로 ‘마지막 시장-아프리카&중남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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