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Dar es Salaam) 출장 중에 겪은 일이다. 걸어서 이동하던 중 갑자기 소나기가 내렸다. 어쩔 수 없이 50여 미터쯤 떨어진 근처 호텔로 뛰어가 피신했다. 그런데 하얀 바지가 비와 흙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비에 젖은 것이야 어쩔 수 없지만, 하얀 바지가 왜 온통 흙으로 뒤덮였는지 언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잠시 생각해 보니 이 도시의 도로가 포장은 되어 있으나 관리가 되지 않아, 온통 밀가루 같은 부드러운 흙먼지가 가라 앉아 있다가 비가 오니 빗방울과 같이 튀어 올라 바지를 엉망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었다. 할 수 없이 묵던 호텔로 복귀해 다른 바지로 갈아입고 다시 거래처로 이동해야 했다. 
 
다르에스살람은 탄자니아 동부 다르에스살람주의 주도로 인구 136만여 명의 대도시다. 한 국가의 대도시 도로상태가 이 정도인데, 다른 곳은 어떻겠는가.
 
앙골라의 수도 루안다도 마찬가지였다. 비가 오면 모든 시가지가 빗물로 한강을 이루고, 생활 폐수가 넘쳐난다. 하수도 시설이 제대로 안 되어 있기 때문이다. 결국 교통정체와 악취 때문에 거래처 방문을 포기하고 호텔로 들어와야 했다. 
 
아프리카에서 불안정한 전력은 심각한 문제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일부 지역을 제외한 아프리카 대부분의 지역에서 출장 중에 전력 부족으로 고통을 겪었다. 툭하면 정전이다. 이 때문에 엘리베이터 안에 갇히기도 하고 신호등이 멈춰 주차장이 된 도로 위에 갇히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는 모두 사회간접시설 투자가 빈약하기 때문이다. 시설과 시스템 확충에 조금만 신경 쓰면 나아질 것 같은데, 그게 어려운 곳이 아프리카다.
 
아프리카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중 하나는 아마도 가난일 것이다. 그리고 아프리카가 가난한 이유에 대해 게으름, 질병, 미개인, 자연재해 등의 단어가 떠오를지 모른다. 
 
그러나 아프리카가 가난한 첫 번째 이유는 다른 데 있다. 바로 가슴 아픈 식민의 역사다. 이것이 이 지역 사람들이 가난을 대대로 이어올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아프리카 식민 역사의 가해자는 유럽 국가들이다. 1815년 비엔나 회의에서 노예무역이 금지되자, 노예무역에 의존하던 유럽 경제는 급격히 침체에 빠졌다. 19세기 말 유럽 열강들은 아프리카에 대한 침탈로 이를 해결하려 했다. 식민지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프랑스, 독일, 벨기에, 영국,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등은 아프리카를 나누어 가졌다. 유럽 국가들은 아프리카로의 이주와 수탈을 통해 경제난을 해결할 수 있었지만, 아프리카 국가들로서는 국가로서의 기반이 형성되기도 전에 모든 것을 빼앗겼다.
 
유럽 열강 중 프랑스가 식민지에 대하여 특히 잔인한 방법을 구사했다. 
 
프랑스는 식민지에 대해 ▷프랑스가 지정한 통화를 사용하고 ▷외환보유고의 85%를 프랑스에 예치하도록 하는 내용의 협약을 강제했다. 또 ▷천연자원의 구매는 프랑스에 우선권이 있으며 ▷군대는 프랑스가 필요에 따라 언제든 주둔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이런 협약 방식이라면 어느 식민지인들 경제 성장을 할 수 있을까? 
 
프랑스는 서아프리카와 중앙아프리카에 CFA 프랑이라고 불리는 통화를 만들었는데, 서 아프리카 CFA 프랑(ISO 4217, 통화 코드 XOF)과 중앙 아프리카 CFA 프랑(ISO 4217, 통화 코드 XAF)의 두 종류다. 그러나 서 아프리카와 중앙 아프리카에서는 이 통화를 서로 바꾸어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식민지 유물인 CFA 프랑은 아직도 아프리카에서 사용되고 있는데, 이를 사용하는 국가(구글 참조)는 서 아프리카에서 베냉, 부르키나파소, 코트디부아르, 기니비사우, 말리, 니제르, 세네갈, 토고 등 8개국이고 중앙 아프리카에서는 카메룬,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차드, 콩고 공화국, 적도 기니, 가봉 등 6개국이다. 
 
이 나라들은 대외적으로 프랑스가 자신들의 외환 안정을 도모한다고 하지만, 85%의 외환을 프랑스에 맡기고 필요에 따라 다시 빌려와 사용한다면 이것만으로도 이미 경제적으로 자립이 불가능한 상황인 것이다. 이런 비민주적인 정책은 아프리카의 빈곤을 더욱 빈곤하게 만든다. 
 
둘째는 부패한 정치다.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는 청렴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일반적으로 후진국들의 공통점으로 비민주와 부패를 꼽는데, 이 중에서 경제발전을 가로막는 직접적인 원인 중 하나가 정치권의 부패다. 아프리카 제국이 가난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기업들이 수입할 때 관세를 적게 내기 위해 송장금액을 내려서 신고하거나,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거래할 때 영수증을 발급하지 않는 사례가 많다. 또 일부 정부기관에서는 고의적인 통관지연, 세무조사 등을 통해 뒷돈을 챙긴다. 
 
특히 부패한 정치가 가장 큰 문제가 되는데, 나이지리아의 사례가 그 중 하나다. 1970년대 오일쇼크가 발생하자 나이지리아는 석유 수출로 돈이 넘쳐흘렀다. 이때 나이지리아는 석유를 담보로 해외에서 엄청난 돈을 빌려와 사용했다. 
 
그러나 석유가격이 진정되고 빚을 감당할 수 없게 되자, 많은 은행들이 파산했고 경제는 급속도로 어려워졌다. 가장 큰 이유는 부패한 정권이 300조 원에서 400조 원에 이르는 돈을 빼돌린 데에 있었다. 많은 나라들이 부패한 정권과 정치로 인하여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셋째는 부족한 교육문제다.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들이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의무교육을 시행하지 않고 있다. 특히 대도시를 제외한 농어촌 등에서는 교육의 질이 형편없다. 열악한 교육환경은 노동의 질을 저하시켜 외자기업들의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넷째, 고립된 경제구조다. 
 
만약 누구라도 아프리카의 대통령이 된다면 선진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할 수 있을까? 이것은 아프리카 국가로서는 상상이 불가능한 것이다. 경제적인 기반이 전혀 없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선진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다는 것은 곧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제 예속화를 가중시킬 것이다. 결국 고립된 경제구조로 인해 아프리카의 미래는 더욱 가난하게 되는 것이다.
 
이쯤에서 언급해 보고 싶은 것이 아프리카 원조에 대한 부분이다. 과연 원조가 아프리카를 살릴 수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다. 
 
담비사 모요(Dambisa Moyo)가 언급한 ‘죽은 원조(Dead Aid)’라는 주장에 대하여 필자도 동의한다. 
 
서구의 원조가 과연 효과가 있느냐, 없느냐 하는 문제의 좋은 예가 ‘모기장 원조’다. 
 
아프리카에 한 모기장 제조업체가 있다. 이 회사는 일주일에 약 500개의 모기장을 만든다. 이곳에서 일하는 열 명의 직원들은 다른 아프리카 사람들처럼 각각 열다섯 명의 식구들을 부양해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해도 이들은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를 퇴치할 만큼 충분한 양의 모기장을 만들지 못한다. 
 
이때 할리우드 스타가 개입한다. 그는 목소리를 높여 고통 받는 아프리카에 100만 달러를 들여 10만 개의 모기장을 보내라고 서구의 정부들을 압박한다. 결국 모기장이 도착해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배포된다. 할리우드 스타는 물론 좋은 일을 했다. 
 
하지만 외제 모기장이 시장에 흘러넘치게 됨으로써 아프리카에 있던 모기장 업체는 시장에서 사라지게 된다. 아울러 그 회사가 고용했던 열 명의 직원은 해고되고 그들의 식솔 150명을 부양을 할 수 없게 된다(그들은 결국 정부지원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보다 더 중요한 것은 5년 안에 모기장이 찢어지고 망가져서 더 이상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런 개입은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크지만 장기적으로는 문제를 키우는 것이다. 
 
이와 유사한 사례가 폐기물 교역이다. 세계에서 ‘폐(버리는)’ 의류시장이 가장 큰 곳은 아마 가나일 것이다. 필자도 가보았는데, 규모가 매우 크다. 미국, 유럽, 아시아 국가들의 폐의류들이 가나를 통해 다른 나라들로 흘러 들어간다. 서아프리카의 허브 역할을 하는 곳이다. 
 
폐의류를 수입하는 국가들의 공통점은 원단이나 직물공장이 들어설 수 없다는 것이다. 헌 옷의 가격이 의류 제조를 위한 기반을 모두 말살하기 때문이다. 
 
▲에티오피아는 정책적으로 폐의류, 폐가방, 폐신발, 폐타이어 등의 수입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덕분에 이 나라에서는 의류제조, 가방제조, 신발제조 등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사진은 2015년 필자가 방문한 에티오피아 남부지역 생활도자기 공장. 사진=필자 제공
반대의 나라도 있다. 에티오피아는 정책적으로 폐의류, 폐가방, 폐신발, 폐타이어 등의 수입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덕분에 이 나라에서는 의류제조, 가방제조, 신발제조 등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 기업들을 포함하여 중국, 터키 기업들이 많이 들어와 있다. 최근에는 필자가 오래 전부터 잘 알고 있는 중국의 대형 염색공장도 에티오피아에서 생산을 시작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에티오피아에 대규모 투자를 하거나 준비하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결국 원조나 헌 옷, 헌 신발은 답이 아닌 셈이다. 여기에 의존하는 국가에는 제조업이 설 수가 없으며, 국민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할 수 없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링거(원조)에 의지하며 연명하는 것은 전 세계에 재앙이 될 수 있다.
 
▲정병도 사장은 1999년 4월 인조피혁제조 및 바닥재 수출회사인 웰마크㈜를 창업한 이후 경쟁기업들이 주목하지 않던 아프리카, 중남미 시장을 성공적으로 개척해 주목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지구 60바퀴를 돌 만큼의 비행 마일리지를 쌓으며 ‘발로 뛰는’ 해외마케팅을 실천했다. 강원도 화천에서 태어나 경기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을 공부했고 고려대학교에서 국제경영석사 과정을, 청주대학교 국제통상 박사과정에서 이문화 협상(CROSS CULTURE NEGOTIATION)을 공부했다. 저서로 ‘마지막 시장-아프리카&중남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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