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과 글로벌 비즈니스
 
 
어떤 직원들은 도전하지 않는 회사가 좋은 회사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회사는 얼마 못 가 무너지고 없을 것이다. 회사는 항상 도전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직원과 대표 사이에 생각의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이를 극복하는 것은 대표의 몫이다. 
 
성공을 향한 이 도전에서 반드시 수반되는 것이 사람과의 만남이다. 이 인연에는 항상 리스크가 존재한다. 어떻게 하면 사람에 대한 리스크를 극복할까 하는 것이 성공의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다.
 
필자가 사업을 시작한 지도 어느덧 22년째다. 지금도 여전히 어려운 문제 중 하나가 사람이다. 그가 바이어이든, 직원이든 항상 리스크가 주변을 맴돌고 있다. 결국 필자가 생각해 낸 해결 방법은 관상을 공부하는 것과 비언어적(Non-verbal) 요소들을 연구하여 나름 판단을 해 보는 것이다.
 
아프리카 바이어가 봐준 관상
 
외국에도 관상이 존재할까. 2012년 아프리카에 출장을 갔을 때 매우 절친한 바이어가 필자의 관상을 봐준 적이 있다. 그는 필자의 내면에 대해 이런저런 언급을 했는데, 당시 놀라울 정도로 정확해 필자를 당황스럽게 만들었고, 필자가 어떠한 사람이 될 것이라고 예견했는데 10년이 지난 2022년 현재 그의 예언들은 모두 절묘하게 들어맞았다.
 
그는 아프리카에서도 관상이 사업상 매우 중요하며 관상의 기본을 응용해 비즈니스에 활용하기도 한다고 했다. 관상이 맞고 틀림에 관계없이 전 세계 사람들의 공통적 관심사라는 것을 필자로서는 처음 경험했다. 
 
보통 관상은 동양에만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놀랍게도 관상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관계에서 중요하며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서양의 경우 관상학을 창시한 사람은 정확하지는 않지만 기원전 6세기경 피타고라스로 보는 견해도 있다. 서양의 관상학은 아리스토텔레스가 크게 발전시켰으며, 특히 그의 관상학은 중세를 거쳐 16세기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또한 현대 사회에서, 특히 상업 비즈니스에서 관상은 그 영향이 겉으로 돌출되어 나타나지는 않으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하다. 관상은 영어로 ‘Phrenological Interpretation’이다. 직역하면 ‘골상(骨相)에 대한 해석’이다. 말 그대로 관상은 골상을 중심으로 사람을 알고자 하였으며, 학문적으로 체계화한 것이 관상학인 것이다. 
 
▲아름다운 중남미 카리브 해안의 주택들(2017). 사진=필자 제공
관상이 비즈니스에 영향을 미칠까
 
첫 인상이 나쁜 상대방과 비즈니스를 할 의향이 있을까? 그리고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신용으로 거래해야 할 때, 우리는 어떤 기준을 가지고 거래를 할 것인가? 
 
당연히 상대 회사의 재무구조와 제품가격과 품질 등을 고려하여 결정하겠지만, 이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보이지 않는 중요한 사항이 하나 더 있다. 거래 상대방의 관상이다. 흔히 결혼을 앞두고 상대 집안의 배경과 그 사람의 성장과정을 살펴보는데, 상대의 관상(인상)이 매우 나쁘다면 마음이 끌리지 않을 것이다. 비즈니스도 마찬가지다. 
 
필자의 경험에서도 그런 경우가 매우 많았다. 어떤 이들은 관상에 대하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비즈니스를 포함해 현실 사회에서 관상이 작용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허영만의 <꼴>이라는 책을 감수한 회당(會堂) 신기원 선생은 관상학과 함께 사주학, 성명학, 점성술과 같은 운명학과 기문둔갑술 등을 섭렵했는데, 특히 인상학의 탁월함을 분명히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다른 운명학과는 달리 관상학은 실상을 직접 보면서 느끼는 직관력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수십억의 인구 중에서 한 사람도 같은 사람이 없다는 개체학(個體學)으로서의 면모를 지니고 있으며, 정확성을 갖추고 있고, 개개인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설파했다.
 
관상을 넘어서는 ‘마음의 쓰임새’
 
그렇다면 관상으로 모든 것이 정해져 있을까. “사주가 상만 못하고, 상이 마음의 쓰임새를 당하지 못 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개개인의 운명이 바뀔 수 있다는 말이며, 노력하면 자기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필자는 이 말을 ‘결국 덕을 쌓아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한다. 
 
실제 비즈니스에서는 그러한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아마 오랜 기간 거래를 해온 바이어들과 이런 스토리가 많이 쌓여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렇게 오랜 기간 비즈니스를 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상대방이 어려울 때 도와주고, 반대로 자신이 곤란한 처지에 놓였을 때 상대방의 도움을 받는 역지사지의 마음 없이 비즈니스는 이뤄지지 않는다.
 
관상으로 비즈니스 리스크 회피
 
우리는 이제 비즈니스와 관상에 대하여 중요하게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다. 상대의 관상을 어느 정도만 읽을 수만 있다면 국제 비즈니스에서 적어도 위험을 회피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동서양에서 관상을 보는 최대 목적은 곤란한 문제들을 사전에 막아 보고자 함이다. 회사에서 거래 횟수가 일 년에 수십 번 이상일 정도로 친숙한 거래처라고 할지라도, 그 거래처의 잘못된 사람으로부터 무역사기 등을 당한다면 그 동안의 이익은 몽땅 없어질 수 있고, 때로는 회사의 존립마저 흔들릴 수가 있다. 더욱이 비즈니스를 처음 시작하거나 작은 회사일수록 후폭풍이 크게 나타날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예방하는 데 있어 관상은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사실 기업을 하면서 그런 일들을 당해 보지 않는 사람들이 어디에 있겠는가? 필자도 매년 해외 바이어들로부터 미수금이 발생하여 골치를 썩이고 있다. 그렇다고 그런 것들에 겁을 내어 일을 하지 않거나 소극적으로 경영을 할 수는 없다. 
 
아무리 안전한 결제방식으로 거래를 한다고 하더라도 양심이 없는 바이어들은 전 세계 도처에 널려 있다. 비즈니스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뜻이다. 보통 아프리카나 남미국가들이 위험하다고 하지만, 필자의 경험으로는 오히려 북미인들이 지독한 무역사기를 치는 경우가 더 많았기 때문에, 막연히 대륙별로 신용도를 설정하여 업무에 이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각각의 개별기업이나 사람들을 파악하여 일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삶의 성공과 실패는 ‘관 뚜껑’을 덮기 전까지 모르는 일이다. 사마천의 <사기>에 보면 춘추시대의 제나라 명재상으로 이름을 떨친 관중과 안영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 중 공자에게 소인으로 폄하되고 보잘 것 없던 관중이 제나라에서 크게 재능을 떨치고 뛰어난 재상이 된 것은 친구 포숙의 추천 덕분이었다. 포숙은 관중의 능력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를 추천한 것이다. 즉, 포숙은 사람을 알아보는 눈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현대 경영에서도 사람을 보는 안목이 필요하다. 보잘 것 없는 회사라고 하여 배척을 하거나, 잠재적인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알아볼 줄 모른다면 더 큰 것을 잃을 수 있다. 
 
아프리카·중남미에서 성공하려면
 
특히 아프리카나 중남미에서는 이러한 인식이 필요하다. 세계에서 가장 큰 대형시장이 미국인데, 미국시장을 승부처로 삼으려고 한다면 더 많은 고려요소가 필요할 것이다. 
 
엄격한 품질관리 시스템이나 제품인증 그리고 치열한 경쟁 같은 것 말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갖추기란 쉽지 않다. 그러한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면, 아프리카나 중남미 두 대륙을 노려볼 것을 추천한다. 제품인증 등 요건이 까다롭지 않고 제한적인 경쟁을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오히려 북미 시장보다 이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찌 되었든, 어려운 시장에서 장기적으로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거래를 계속 유지하려면 ‘복진탈락(福盡脫落)’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복은 영원한 것이 아니며, 타고난 복을 다 써버리면 나락으로 떨어지는데,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부지런히 덕을 쌓아야 하는 것이다. 즉, 많은 것이 다르고 어려운 시장인 아프리카와 중남미에 진정한 마음으로 다가서고 좋은 제품과 신용을 유지한다면 필히 복을 받는 여경(餘慶)이 있을 것이다. <다음 호에 계속>
 
▲정병도 사장은 1999년 4월 인조피혁제조 및 바닥재 수출회사인 웰마크㈜를 창업한 이후 경쟁기업들이 주목하지 않던 아프리카, 중남미 시장을 성공적으로 개척해 주목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지구 60바퀴를 돌 만큼의 비행 마일리지를 쌓으며 ‘발로 뛰는’ 해외마케팅을 실천했다. 강원도 화천에서 태어나 경기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을 공부했고 고려대학교에서 국제경영석사 과정을, 청주대학교 국제통상 박사과정에서 이문화 협상(CROSS CULTURE NEGOTIATION)을 공부했다. 저서로 ‘마지막 시장-아프리카&중남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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