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 대한 개념
 
 
오랜 기간 많은 국가들과 거래를 하다 보니, 어떤 것들은 국가별로 다른 개념들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표적인 것이 시간이다. 필자가 이문화(異文化) 간 커뮤니케이션에서 시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한국에서도 최근 들어 시간에 대한 개념이 서구화되어, 이를 잘 지키고, 그 중요도를 인식하게 되었다. 학자들의 분류에 의하면 한국인들은 고맥락 사회에 속하지만, 필자 생각으로는 점점 시간 약속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저맥락 사회로 진입하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다만, 필자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여러 회의나 모임을 통해 살펴보면 아직도 시간에 대한 관념이 약한 사람들이 있다. 저녁 7시에 약속을 하면 35% 정도는 항상 늦는데, 이때 늦는 사람들은 대체로 정해져 있다.
 
문화권마다 다른 시간의 개념
 
문화인류학자인 에드워드 홀(Hall,1959)은 문화를 전달할 때 의미하는 바가 달라지는 것들 중 하나로 시간(Time)을 들었다. 홀은 그의 저서 <침묵의 시간(Silent Language)>에서 이문화의 여러 가지 시간 체계를 이해하기 위해 문화권의 시간을 단일시간(Monochronic)과 복합시간(Polychronic)으로 나누었다. 
 
단일시간으로 분류된 나라들은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및 미국 등 서구 국가들이다. 특히 미국인들은 시간을 고정된 어떤 것, 우리 주변에 있는 어떤 것으로 여기며, 우리가 마시는 공기처럼 시간을 분리하여서 생각할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복합시간은 직장에서, 집에서 또는 다른 곳에서 다른 일들을 동시에 처리하는(Multi-Tasking) 것으로 터키인들이 대표가 된다. 즉 복합적인 요소를 띠고 있는데, 복합시간은 복합적 행동과 융통성의 의미를 갖는다. 때문에 홀은 여기에 속하는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문화권 사람들이 대화가 끊어지는 일이 잦은 이유가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협상에 있어서 단일시간 문화권 사람들은 계획, 신속성을 요구하는 반면, 복합시간 문화권 사람들은 신속성보다는 거래성사 자체를 강조한다. 이는 우리 무역인들이 알아야 할 중요한 대목이다.
 
정리를 하자면 단일시간 문화권(북미, 유럽, 오세아니아)에 있는 국가들의 사람들은 한 번에 한 가지 일을 처리를 하며, 업무에 잘 집중하고, 시간약속을 중요하게 여기며, 저맥락에 속한다. 또한 프라이버시를 존중하고, 남으로부터 빌리거나 남에게 빌려주는 것을 꺼린다. 그들은 단기관계에 익숙하며 기민성을 강조한다.
 
반면 복합시간 문화권사람들(아시아, 중동, 중남미, 아프리카)은 한 번에 여러 가지 업무를 처리하며, 쉽게 집중력을 잃고, 중간에 대화가 잘 끊어지며, 시간약속은 가능하나 이행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한다. 또한 고맥락적이며 인관관계를 중요시하고 계획을 자주 바꾸며, 가까운 사람들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쉽게 빌리고 빌려준다. 기민성보다는 관계를 중요시하고 평생의 관계를 구축하려는 경향이 높다.
 
▲말레이시아 바이어가 필자의 사무실을 방문해 중국의 서예대가들에게서 받은 붓글씨 작품들을 감상하고 있다.(2018) 사진=필자 제공
중남미에서 한두 시간 늦는 건 다반사
 
중남미나 아프리카 현지에서 비즈니스를 하다 보면,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하기 일쑤다. 약속시간에 한두 시간 늦는 것은 다반사이고, 미팅 한 시간 전에 취소하는가 하면, ‘노쇼(No Show)’도 발생한다. 그러고도 상대방은 미안한 감정이 거의 없는 듯 하니 미칠 지경에 이른다. 
 
중남미나 아프리카에서는 일정을 망치는 경우가 빈번하다. 최근에는 세월이 변하여 약간은 나아졌지만, 여전히 약속을 하기가 쉽지는 않다. 
 
또 본격적으로 미팅을 하여 대화를 나눈다 해도 낭비하는 시간이 많다. 대개 미팅을 하기 전에는 업무 이외의 대화를 하는데 그 시간이 매우 길다. 제품을 설명하려는 필자로서는 대화를 전환하기 위해 고도로 좋은 기회를 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품에 대한 브리핑 시간이 부족할 수 있다.   
 
필자의 회사는 오래 전 칠레에 영업지사를 설립한 후 현지인 지사장을 뽑았다. 필자는 매년 3~4 차례 현지 출장을 가서 업무를 봤는데, 그 지사장이 스트레스였다. 필자가 지사장에게 아침 8시 30분경 호텔로 오라고 전날 밤에 지시하고 그 다음날 로비에서 기다려도 안 나타난다. 2시간쯤 지난 10시 30분경이면 얼굴을 보이는데 아침부터 화가 나서 감정 조절이 되지 않는다. 그래도 나이가 많은 지사장이라 참고 업무를 하곤 했다. 
 
하지만 1년이 넘어도 이런 행태가 고쳐지지 않아, 작심하고 차후 이렇게 늦으면 해고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 지사장은 당황하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그 정도 늦는 것이 칠레에서는 일반적인 일이므로 필자에게 이해하라고 권했다. 그 이후 그는 약속 시간에 많이 늦지 않게 됐지만, 아직도 남미 지역에 출장을 가면 시간을 제대로 지키는 바이어를 만나기 힘들다. 남미에 출장을 가면 시간을 잘 조절해야 하는 이유다.
 
‘중남미 타임’보다 심한 ‘아프리카 타임’
 
아프리카는 남미보다 더 어려운 지역이다. 현지에 출장을 갈 때 하루 평균 3~4개, 일주일이면 20여 회 바이어와의 미팅을 사전에 준비한다. 하지만 그 중 30~40%는 이행되지 않거나 늦어져, 일정이 엉망이 되는 것이 다반사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필자는 ‘노쇼(No Show)’에 대비해 여분의 바이어들을 준비하고 있다가 바로 다른 바이어들을 만나 아까운 시간을 줄이고 있다. 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 
 
먼 곳까지 시간과 경비를 들여 출장을 왔는데, 바이어와 미팅이 이뤄지지 않으면 스트레스가 매우 크다. 늦은 시간이라도 만날 수 있는 바이어는 양반이다. 아예 연락이 두절이 되거나 여러 핑계를 대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고 해서 아프리카나 남미 바이어들이 늦게 약속장소에 나온다는 가정 하에 그들의 방식대로 늦게 약속장소에 가고자 하면 절대 안 된다. 그 중에서도 시간 엄수를 하는 바이어는 꼭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항상 발생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여러 모로 힘든 것이 복합시간 문화권에 있는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 시장이다.
 
항상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늦게 왔다고 바이어에게 짜증스러운 얼굴로 인사를 하기보다는 반가움과 진지함을 보여 주어 그들에게 미안함을 느끼게 하는 것이 비즈니스에서 승리자가 되기 때문이다. 
 
비공식 시간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문화권에서는 시간엄수 및 속도와 같은 규칙을 명확하게 배우는 경우는 거의 없다. 얼마나 늦는 것이 적당한가에 대한 것은 각각의 나라마다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5분정도는 늦을 수 있으나 15분에서 30분 정도 늦으면 안 된다. 중남미, 아프리카, 중동에서는 이 정도 늦는 것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중남미에서는 때로 한 시간 정도 늦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러한 규칙은 일반적인 의식 수준 아래에서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최고경영자는 회의시간에 늦을 수 있지만 비서나 하급 직원이 늦는다면 문책을 당할 수 있다. 유명가수나 의사는 사람들을 기다리게 할 수 있지만, 밴드나 간호사는 늦으면 안 된다는 비공식적 문화가 있다. 
 
남미에서는 존경의 표시로 약속시간에 늦게 도착한다. 그들의 문화에서 파티시작 정시에 도착하는 것은 상대방의 예의나 자신의 자존심에 영향을 미치므로 정시에 도착하지 않는다. 자신의 지위를 높이기 위하여 늦게 도착한다. 
 
필자도 저녁 6시에 파티를 시작한다고 하면 밤 10시경에 참석한다. 비록 식사를 하지 못해 배가 고프지만 파티에서 역할과 초청자의 위신을 위하여 늦게 참여한다. 그러면 초청자도 시간을 조절하여 필자가 도착하는 즉시 파티의 공식적인 시작을 알리며 여러 사람들의 소개까지 물 흐르듯 진행한다. 
 
과거, 현재, 미래에 관한 인식도 달라
 
과거, 현재, 미래에 관한 인식에 대하여 살펴보면, 과거를 중시하는 문화권에는 지나간 시간들의 중요성에 대한 믿음이 강하다. 텔레비전이나 영화에서 역사물이 유행하는 나라들이 그렇다. 한국이나 중국 등의 아시아 국가와 프랑스를 포함한 북유럽 국가들이다. 그들은 전통을 중시하고 모범적 행동을 설정하고 행한다. 통상 일에 대하여 장기적으로 고려하고 결정을 서두르지 않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또한 연장자를 존경하는 경향을 보인다. 
 
현재 지향적인 문화권의 나라에서는 즐기는 일과 현재의 삶을 중요시한다. 아시아에서는 필리핀이 그렇고 많은 중남미국가들이 그러하다. 그들은 충동적이고 자유스러운 생활을 한다. 중남미 국가들은 급여 제도가 주급인데, 중남미인들의 주말은 파티로 일정이 꽉 차 있다. 일주일 동안 받은 급여를 다 써가며 주말을 유쾌하게 보내는 것을 보면 아시아인들은 이해하기가 힘들 것이다. 그러나 그건 그들의 삶이자 문화이며 긍정적인 면도 있다. 특히 한국인들은 그 일부라도 벤치마킹 하는 것 또한 어떨까 싶다. 
 
미래지향적인 나라의 대표적인 국가는 미국이다. 개혁과 변화를 좋아하고 사회나 조직의 관습과 전통을 경시한다. 미국인들은 미래를 위하여 끊임없이 계획하고 시도한다. 패스트푸드나 주유소 등에서 보듯이 시간낭비를 줄이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한다. 그들에게 시간은 돈이다. 또한 시간절약과 혁신을 통해 미래로 향하는 것이다.
 
 
▲정병도 사장은 1999년 4월 인조피혁제조 및 바닥재 수출회사인 웰마크㈜를 창업한 이후 경쟁기업들이 주목하지 않던 아프리카, 중남미 시장을 성공적으로 개척해 주목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지구 60바퀴를 돌 만큼의 비행 마일리지를 쌓으며 ‘발로 뛰는’ 해외마케팅을 실천했다. 강원도 화천에서 태어나 경기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을 공부했고 고려대학교에서 국제경영석사 과정을, 청주대학교 국제통상 박사과정에서 이문화 협상(CROSS CULTURE NEGOTIATION)을 공부했다. 저서로 ‘마지막 시장-아프리카&중남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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