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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 하청공장에서 피팅 밸브 전문기업으로

 

비엠티 : 윤종찬 대표

 

대학에 다닐 때는 별다른 욕심도, 되고 싶은 것도 없었지만 일찌감치 사업을 시작한 이후에 목표가 생겼다. 공교롭게도 공장을 확장 이전할 때마다 매출이 급감하는 위기를 맞았지만 특유의 뚝심으로 버틴 끝에 새로운 기회를 일궈냈다. 경남 양산 삼막공단에서 제2공장을 완공한 이후 대형 피팅 밸브 시장으로 진입을 시작한 비엠티 윤종찬 대표(57세)의 이야기다.

 

경남 양산 삼막공단에 있는 비엠티 윤종찬 대표는 회사를 경영한 지 28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하고 싶은 일이 많다. 모든 일을 현장에서 지휘하며, ‘업무 흐름도’를 직접 만들어 각 사무실에 붙일 정도이다. 공정별로 어디에서 병목현상이 생기는지를 제대로 확인함으로써 모든 공정이 순조롭게 이뤄지게 하기 위해서다.

 

건축학과 졸업 후 기계 업체 설립
경남 거제 출신인 그는 대구 영남대 건축학과를 졸업했다. 건축에 관심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딱히 건축 관련 일을 하고 싶지도 않았다. 대기업에 취업하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1년간 백수생활을 했다. 보다 못한 형이 기계 선반 임가공 일을 하는 소기업에 취직자리를 알선해줬다. 말이 중소기업이지 직원 10여 명이 일하는 곳에서 중간 관리자와 허드렛일을 같이 맡아야 했다.


“대학 다닐 땐 별생각 없이 다녔지만 직장을 다니면서 비로소 계획이 생겼어요. 매일 새벽에 출근해서 밤늦게 퇴근하는 힘든 생활을 계속하다 보니 ‘내 사업을 하면 지금보다는 낫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갖게 된 거죠.”
1988년 경풍기계공업사라는 이름으로 무허가 가건물에서 기계부품을 임가공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기계 전공도 아니었던 까닭에 인적 네트워크가 없어 영업적으로 고전을 많이 했지만 부지런히 발로 뛴 덕분에 매출은 조금씩 올라가기 시작했다. 연간 매출 3억~4억 원의 소규모 업체였지만 먹고살 만했다. 공장을 운영하기 시작한 지 10년쯤 되자 자체 공장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공장을 처음으로 마련해서 이전하자마자 매출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원청회사 가운데 한 곳에서 납품회사를 바꿨기 때문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IMF까지 닥쳐왔다.


소규모 기업이었지만 매출이 급락한 것은 처음이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돌파구를 찾아야 했다. 고민하고 있던 차에 원청회사로부터 반도체 설비용 피팅(튜브 이음새 부품) 밸브에 대한 기술개발을 할 수 있겠느냐는 의뢰를 받았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이 제품의 국산화를 위해 가공 파트너를 찾고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자금이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을 찾아가서 설비투자를 하겠다고 제안을 하고 CNC 선반 세 대를 설치했다.


“제사보다 젯밥에 관심이 많았다고 할까요. 설비투자를 하면 그 금액만큼 운전자금이 지원됐는데 그 자금으로 간신히 공장을 돌렸어요. 시행착오는 말도 못하죠. 제품을 개발하는 초기 2년간은 그 분야에서 단 한 푼의 매출도 올리지 못했어요.” 밤샘 작업도 수없이 해야 했다. 한번은 이틀간 밤샘 작업을 하고 김해 공장에서 부산 자택으로 가다가 졸음운전으로 죽을 뻔한 고비를 넘기기도 했다. 다행히 그때까지 단 한 번도 가계수표나 어음을 발행하지 않았고, 제2금융권과도 거래를 하지 않았다. 사채를 쓴 일도 없었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

 

공장 이전하자 또다시 매출 급감
첫 오더를 받은 것이 개발에 착수한 지 2년 후인 1999년의 일이었다. 그때부터 매출이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매달 기계를 2~3대를 추가해야만 물량을 소화할 수 있을 정도였다. 2년 만에 주식회사로 전환하고 큰 꿈을 가진 것도 잠시, 매출이 또다시 급감했다. 월 매출로 직원들 월급도 안 되는 기가 막힌 상황이 벌어졌다. 시장 상황보다는 원청회사에서 하청업체를 바꾸면서 생긴 일이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습니다. 하청을 떠나서 고객에게 직접 판매하는 제품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슈퍼락(Superlok)’이라는 브랜드로 일반 산업용 피팅을 개발했습니다. 후발 업체여서 시장 진입이 어렵기는 했지만, 다행히 시장에 먹혀들어갔습니다.” 산업용 피팅 밸브 시장은 진입 장벽이 꽤 높은 편이다. 고품질과 기술력, 완벽한 제품 검정과 시공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비엠티가 만드는 산업용피팅은 반도체 피팅 가공기술을 기반으로 한 만큼 이 같은 조건을 모두 갖출 수 있었다. 가격이 싼 편은 아니었지만 워낙 품질이 좋은 덕분에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코엑스에서 개최하는 반도체 설비 전시회에 처음 나갔다가 삼성전자와 연결된 것도 순전히 우수한 품질 덕분이었다. 매출은 또다시 상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매출 30억 원 때 코스닥에 상장하겠다고 했습니다. 남들이 아마도 코웃음을 쳤을 거예요. IT 업종도 아니고 굴뚝산업인데 말이죠. 남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겠지만 저는 꿈을 가지고 정말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결국은 2007년에 코스닥에 상장했지요.” 공모 후에 마련된 80억 원의 자금으로 시설투자를 하기로 결정하고, 양산 공장 부지를 매입했다. 공장을 착공한 지 몇 달 만에 또다시 전 세계 금융위기가 닥쳐왔다. 산업용 피팅 밸브 매출이 또다시 확 떨어졌다. 공장을 시공하는 건설 업체마저 부도가 나면서 공사 진행도 지지부진해졌다.

 

자체 브랜드로 30여 개국 수출
2008년 연말에 완공 예정이었던 공장 건립은 일정이 하염없이 늘어졌다. 종전 공장을 비워주고 보니 기계조차 놓을 공간도 제대로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수주 물량이 없는 게 천만다행이었습니다. 돌릴 기계도 없는데 물량이 대량 수주되면 어떡하겠습니까. 우리 회사 신용을 그대로 잃어버리는 겁니다. 그런데 금융위기로 ‘다행히’ 일이 없더라고요.” ‘다행이다’는 표현을 썼지만 실제로는 2008년 말부터 몇 달간은 밤잠을 전혀 못 잘 정도였다. 결국 부도난 건설 업체 대신에 윤 대표가 직접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고 공장 건립을 진행해 나갔다.


“1997년 자체 공장 취득 후 닥친 위기와 2007년 상장 후 공장 이전 확장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던 중에 금융위기가 발생했는데 신기하게도 둘 다 비슷한 상황이었습니다. 주위에서 불황에 투자하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만 실제로 그 말을 실천하기는 쉽지 않아요. 저희 회사의 경우, 결과적으로 보면 어려울 때 투자를 한 케이스가 되었지요.” 공장을 완공하고 난 직후부터 거짓말처럼 오더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절반 가까이 떨어졌던 매출은 다시 회복됐고, 매출은 다시 성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윤 대표는 또다시 원청기업에 의존하다가 무너지면 우리도 위험하듯이 특정 업종에 치우쳐서는 곤란하겠다고 생각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양산 공장 완공 이후 조선, 해양, 발전, 플랜트 피팅 밸브 쪽으로 눈을 돌렸다. 게이지 밸브라든가 매니폴더 밸브, 볼 밸브 등에 투자하는 한편 새로운 산업군에 진입하기 위해 각종 인증서를 받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이 같은 투자와 노력을 기울인 결과는 가시화되고 있다. 최근 오만 국영석유회사 프로젝트에 DBB(주로 해양용에 사용되는 특수 밸브) 1만 달러 수주, 이탈리아 업체가 시행하는 가나 프로젝트에 DBB 5만 달러 수주 등을 잇따라 성공시켰다. 윤 대표는 “금액은 많지 않지만 글로벌 기업의 프로젝트에 경쟁 업체를 제치고 수주한 것이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비엠티가 수출을 시작한 것은 10여 년 전부터다. 현재는 자체 브랜드인 슈퍼락을 중심으로 전 세계 30여 개국에 수출 중이다. 특히 최근에는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 등의 석유 기업에서 수주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초저온 밸브, DBB 밸브 등에 집중
2년 전에는 계기장치 전문 피팅 밸브를 주로 생산하는 1공장에 이어 인근에 배관용 밸브 전문 공장인 2공장을 완공했다. 볼 밸브와 초저온 밸브, DBB 밸브 등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과거 빈손으로 수주가 가능했던 시절과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요즘에는 시설, 시스템, 인증 등 모든 것을 갖춰야만 수주를 하겠다고 명함이라도 내밀어 볼 수 있습니다. 최근 글로벌 기업의 실사를 받을 수 있게 된 것도 2공장에 투자한 덕분입니다. 앞으로는 규모가 큰 배관 밸브 영업을 본격화할 겁니다.”


비엠티의 지난해 매출은 600억 원으로 이 가운데 수출 비중은 35%를 차지한다. 올해 매출은 작년보다 약간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내년 이후에는 최근 몇 년간 공들여온 배관 밸브 분야 이외에 반도체 산업용 피팅 밸브에서도 성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이 반도체 산업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만큼 관련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기대다.


윤 대표는 “창의력과 능동적인 마인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신감, 기술력이 회사의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임직원들에게도 “품질이 뒷받침되면 세계시장에서 충분히 경쟁이 가능하다”고 수시로 말한다.“지휘자, 선장인 제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30여 년간 같은 업종에서 일해 온 엔지니어 CEO로서 성장하는 기업, 신뢰받는 기업을 만들어서 사회에 기여할 생각입니다.” ‘위기 뒤에 기회가 찾아온다’는 말은 윤 대표에게 꼭 들어맞는 듯했다.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윤 대표는 겸손하게 말했지만 사업의 성공이 어찌 운 때문이겠는가. 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앞만 보고 밀어붙이는 뚝심이 현재의 비엠티를 만든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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