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화장품 박현수

kimswed 2023.12.18 07:17 조회 수 : 23

금주의 무역인]
박현수 ㈜기린화장품 영업총괄이사
 
모발제품 세계 1위 기업이 되는 그날까지 전진
 
 
최근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3분기 중소기업 수출 현황을 보면 화장품 업종은 14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7% 늘었다. 역대 최대 3분기 실적이었다. 글로벌 고금리 기조와 중국 경기침체 등이 닥쳤지만 미국, 유럽, 중동, 동남아 등지에서 K-뷰티는 선방 중이다. 
 
이 가운데 염색제(염모제) 등 헤어 관련 제품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이 있다. ㈜기린화장품(대표 이병준, 이하 기린)이다. ‘1분 조성물’ 특허를 받은 염모제 등을 내세워 4개 대륙 12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수출 비중이 전체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해외시장 진출에 역점을 두고 있다.
 
기린은 최근 주력 헤어케어 브랜드 ‘나인밀라(NINEMILA)’로 ‘2023 글로벌 브랜드 대상’을 수상했다. 1998년 설립돼 2005년 100만불 수출탑도 수상하고 현재 미국에 염모제를 매주 40피트 한 컨테이너씩 보낼 정도로 수출 강소기업임을 인정받은 셈이다. 
 
2011년 충북 오송에 세운 공장(본사)을 전진기지로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는 기린의 박현수 영업총괄이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기린화장품 박현수 이사(왼쪽)가 홍콩 라이브방송에 출연해 제품을 홍보하고 있다. [사진=기린화장품 제공]
- 염모제, 헤어케어 등 모발 관련 제품에 주력하면서 해외시장 진출에 끊임없이 나서고 있다. 어떤 계기나 이유가 있었나?
 
1990년대 초반 대표이사께서 유럽 등에 시장 파악을 위해 갔다가 이런 의문을 가졌다. ‘우리나라 제품이 왜 일본이나 유럽 제품에 뒤질까?’ 이에 우리 기술로 만든 모발 제품으로 1등을 해보자는 목표를 세웠다. 
 
당시만 해도 일본 제품을 수입하거나 기술을 빌리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는 기술력 확보를 위해 노력했고 2005년부터 염모제를 주력으로 수출에 적극 나섰다. 사실 수출이 정답이었다. 내수는 포화상태에 다다를 테고 인구 감소 등을 고려하면 해외시장 개척 없이 힘들 거라고 봤다. 
 
시계를 돌려보면, 국내 화장품 업계는 급성장했다. 2012년 제조공장이 470개, 브랜드사 820개 정도였다가 2023년에는 각각 4500개, 2만 9800개로 급증했다. 이걸 보면, 기술과 해외시장에 대한 대표이사의 선견지명과 추진력이 중요한 원동력이었다.
 
- 기술력이 뒷받침된 덕분에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것 같은데, 또 다른 장점을 꼽아준다면?
 
우리는 작지만 강한, 강소기업이다. 업력을 쌓으면서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했다. 
 
지금도 고객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칭찬이 빠른 응대다. 해외든 국내든 요청이나 문의를 받으면 빠르게 응대하고 연계한다. 내부 매뉴얼과 커리큘럼을 통해 체계를 만든 덕분이다. 요청을 받으면 며칠 내 샘플을 만들어 제공할 수 있다. 
 
어떤 바이어는 이렇게 빨리 응대해 주는 업체는 처음이라고 하더라. 우리는 크고 작은 시장 변화에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늘 준비하고 있다.
 
2011년 9월 오송에 공장을 만들면서 함께 세운 연구소도 신제품 연구개발을 통해 이런 체계를 만드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 연구소는 현재 카이스트 등과 함께 색소 염모제 개발 등도 추진하고 있다. 
 
국내외 영업팀에서도 기본 응대를 잘한다. 우리 브랜드 제품은 물론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ODM(주문자개발생산)이든 우리는 언제든 준비가 돼 있다.
 
- 2002년 6월 미국 시장에 모발 염색약을 수출한 이래 몇 개국에 수출했는지, 그리고 반응도 궁금하다.
 
미국은 2002년 6월 염모제를 시작한 이래 요즘도 매주 40ft 컨테이너를 하나씩 보내고 있다. 그만큼 생산을 풀가동하고 있다. 
 
한국 염모제 제품 중 미국에 가장 많이 수출하고 있다. 최근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도 수출했고, 태국, 싱가포르, 베트남, 대만, 중국, 이란, 캐나다 등 12개국에 진출했다. 화장품 선진국인 일본에도 마스크팩이 나갔다. 
 
최근 동남아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데, 한류 영향도 있고 국내산 제품의 품질이 우수해 한국 제품에 대한 신뢰가 있다. “한국은 정직하게 잘 만든다, 속이지 않는다”고 바이어들이 말한다. 심지어 다른 곳을 고르려고 해도 한국(제품)이 믿음직해서 택한다는 말도 들었다.
 
- 중기부 발표처럼 국내 화장품 중소기업들에게 미국이 중국을 제치고 화장품 최대 수출국이 됐다. 미국 시장 상황은 어떤가?
 
미국은 정말 엄청난 소비 대국이다. 현지 업체가 생산량을 늘려달라고 요청하는 데도 생산라인을 당장 증설하긴 어려워서 야근 등 노동력으로 커버하고 있다. 
 
지금 미국은 우리와 달리 경기도 크게 나쁘지 않고 화장품 시장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 미국인들이 일본을 제치고 한국 기초, 색조 화장품을 많이 쓰고 있다. 앞으로도 특별한 게 없으면 늘어날 것 같다. 
 
최근 이런 사례도 있었다. 중국, 파키스탄 등에 생산을 의뢰했다가 제품 불량, 이물질과 같은 문제가 발생해 우리에게 똑같이 만들어달라고 하더라. 
 
이런 의뢰가 부쩍 많아졌다. 우리는 한국 기업 중 미국에 가장 많은 염색약을 수출하고 있는데, 미국 시장은 계속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 미국 시장을 제외하고 시장성을 높게 보고 공략하고 있는 나라는 어디인가?
 
중국은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지리상 가깝고, 운임도 저렴하다. 그런데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게 중국 화장품 기술력이 한국을 거의 따라왔다. 기초화장품은 90%, 색조 화장품도 어느 정도 따라왔다고 본다. 사드 등으로 중국 수출이 줄어든 사이 중국 기술력이 올라왔다. 
 
하지만 중국 시장을 잡지 못하면 힘들 수밖에 없다. 그다음은 동남아 시장이다. 젊은 인구가 많고, 인구 밀집도도 높다. 한류가 많이 퍼지기도 했고. 우리 기업들엔 이점이 있다.
 
- 해외에 나가서 가장 인상에 남는 사례나 무역인으로서 자부심을 느꼈을 때가 있었다면?
 
최근 흥미로운 일이 있었다. 10월 30일부터 사흘간 열린 ‘두바이 뷰티 월드’에 나갔는데, 이란 바이어가 우리 브랜드인 ‘아스산타’를 들고 부스에 찾아왔다. 미국이 핵합의(JCPOA) 파기 이후 이란에 금수 조치를 가한 까닭에 제품 공급이 안 됐던 거다. 그래서 답답했던 이 바이어가 우리가 두바이에 온다는 정보를 듣고 찾아왔다. 
 
이만큼 감동적인 게 어디 있겠나. 바이어도 드디어 찾았다며 무척 좋아하더라. 감격스러웠고 오래된 친구를 만난 기분이었다. 현재 이란 바이어와 협상을 진행 중인데 좋은 소식을 기대하고 있다.
 
- 한국 화장품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 양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K-뷰티는 현재 어떤 상황인가?
 
몇 년 전에는 빠른 신제품 개발, 시장 상황 변화에 따른 빠른 대처, 한류의 도움 등 K뷰티 강점과 차별점이 뚜렷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일종의 끼어 있는 상태라고나 할까. 저가로 공략하는 중국 제품과 장인 정신이 돋보이는 일본 제품 사이에 있다. 
 
또 기술력과 품질이 좋은 미국과 유럽 제품, 자연주의-비건-친환경이 돋보이는 호주가 화장품 강국이라고 할 수 있다. 
 
K-뷰티가 내세울 것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중국 유커들도 한국에 와도 예전처럼 브랜드숍에 몰리지 않고 올리브영이나 다이소를 찾는다. K뷰티는 최근 차별성이 사라지면서 움츠러든 상황이라고 본다. 
 
- 그렇다면 앞으로 K-뷰티가 나아가야 할 방향, 수출 지원 등 바라는 점이 있다면.
 
K-뷰티가 잘 나갈 때 일부 회사들이 매출, 이익에만 몰두하면서 차별성이 사라졌다. 가령 색조 화장품 전문 브랜드가 기초화장품을 만들거나 그 반대인 경우도 있었고, 각자가 가진 장점을 잃고 서로를 잡아먹었다. 
 
잘하는 분야에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하면서 시장을 개척해야 했는데, 이른바 당장 돈이 된다는 것에만 매달리면서 K-뷰티가 정체성을 잃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상황을 반면교사 삼아 우리는 염모제 시장에서 세계 1등을 하겠다는 자세로 매진하고 있다. 
 
수출 지원은 정부나 지자체에서 잘하고 있다고 본다. 중소기업은 수출 지원보다 인력이 더 시급하다. 디자인, 연구, 기술 인력 등을 뽑으려면 쉽지 않다. 중소기업은 인력 수급에 대한 지원책이 필요하다. 좋은 인력이 있어야 수출도 더 활발해질 수 있다. 
 
- 경제 상황이 여러모로 좋지 않지만, 내년 어떤 계획을 잡고 있나?
 
경제 여건이 갈수록 힘들어진다. 그래도 해외시장 문을 계속 두드리면서 공략할 예정이다. 미국, 동남아 시장에 내놓을 신제품 개발에 힘쓰고 있다. 
 
염모제 시장에서 세계 1등을 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연구개발과 마케팅에 계속 노력하고 있다. 내수가 침체 상황이지만 소홀히 하진 않는다. 헤어숍에 맞는 제품 개발에도 힘쓰면서 내수 기반도 탄탄하게 다지겠다.
 
이준수  jslyd01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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