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유는 ‘콩우유’라고도 불리는 액상 콩가공 제품이다. 두유의 일반성분조성은 수분 88~89%, 단백질 3.0~3.5%, 지방질 3.0~3.5%, 당 4.5~5.4%로서 성분조성이 우유와 유사해 우유에 알레르기가 있는 유아나 젖당(lactose) 소화에 어려움이 있는 성인에게는 훌륭한 우유 대체 음료이기도 하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삶의 질이 높아진 개발도상국들 사이에서 두유 소비가 급증하고 있으며, 한국 두유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가고 있다. 자유무역협정(FTA)을 활용하면 고관세 장벽도 넘을 수 있어 수출 확대의 기대감도 크다. 하지만 국내 업계는 수입산 대두를 사용한다는 이유로 FTA 시스템 도입에 주저해 왔다. 안 될 것이라고 지레짐작하고 포기하면 안 된다. 반드시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인드로 방안을 모색하면 충분히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이러한 믿음이 바탕으로 방법을 마련한 한국 두유는 세계시장으로 빠르게 나아가고 있다.

FTA 활용 첫 목표시장 ‘베트남’

S사는 지난 1982년 식품사업을 시작해 1985년 국내에 두유제품을 출시했으며 한국을 대표하는 두유기업으로 성장했다. 정직하고 안전한 먹을거리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한다는 일념 아래 두유 업계 최초로 ISO 22000(식품안전 경영시스템) 인증과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인증을 받았으며, 연구·개발(R&D)에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세계 속에 한국의 두유를 알리기 위해 수출시장을 적극 개척해 현재 미국과 캐나다, 일본, 중국, 인도, 유럽, 중동,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등 22개국에 수출을 하고 있다.

S사에서 FTA 업무 전담관리 책임자를 맡고 있는 해외영업부 K팀장은 2005년부터 약 4년간 회사의 미주지사장을 맡아 세계경제의 흐름을 관찰했다. 당시 K팀장이 눈여겨 본 것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끝에 2019년 9월말 타결되어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로 명칭이 변경됨)이었다. 2002년 한-칠레 FTA 발효를 시작으로 한국에서도 FTA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기업들은 FTA를 사업에 어떻게 활용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던 때였다. 그는 그곳에서 미국을 비롯한 현지 기업들의 NAFTA 활용 사례를 조사하고 분석했으며, 그 결과 FTA의 혜택이 크다고 보고 한국에서 FTA 활용을 준비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K팀장은 FTA 업무 책임자를 맡았다. 그는 즉시 목표 시장 후보군을 추려냈으며, 첫 대상은 베트남이었다. 베트남은 한국의 최대투자국으로 부상하고 있었으며, 아세안(ASEAN)의 회원국으로 2007년 6월 1일 발효한 한-아세안 FTA의 관세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2015년 12월 20일에는 한-베트남 FTA도 발효되었다.

2018년 두유시장 2.45억 달러… 10% 성장

베트남에서 두유는 대부분의 현지인에게 익숙한 음료다. 베트남 소비자들이 예로부터 접해온 두유의 보편적 형태는 재래시장 및 영세 점포에서, 또는 길가 행상인이 판매하는 개인이 직접 짜낸 콩물이다. 호치민시를 비롯한 베트남 남부 소비자들은 이 수제 두유에 설탕으로 단맛을 내고 얼음을 더해 시원한 상태로 즐기며, 남부보다 연중 평균 기온이 낮은 중부 및 북부 지역에서는 따뜻한 수제 두유를 판매하기도 한다.

시장조사기관인 <유로모니터(Euromonitor)>에 따르면, 2018년 베트남 두유(공산품) 시장 규모는 5조7,431억 동(미화 2억4,500만 달러)에 달했으며, 2013~2018년 해당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10.4%로 추산됐다. <유로모니터>는 이 같은 성장세가 이어져 2023년에는 베트남 두유 시장이 2018년 대비 1.23배가량 더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트남 두유 시장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주요 원인은 급격한 경제 발전과 도시화에 따른 현지 소비자들의 생활 습관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공산품 두유 상품은 현지 길거리에서 판매되는 수제 두유보다 보관이 용이하고 유통기한도 더 길어, 편리함을 찾는 베트남 소비자에게 어필하고 있다. 또한, 길거리에서 판매되는 수제 두유보다 특정 제조 및 품질 기준을 충족해야 유통 가능한 공산 두유 상품에 소비자들의 신뢰도 또한 높아졌다. 여기에 다양한 수입 상품이 유입되면서 시장을 지배하고 있던 현지 두유 브랜드들도 포장과 맛 등에서 상품의 변화를 시도하는 등 소비자의 관심을 유도한 것도 시장을 키우는 데 한몫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산 대두로 전환, 원산지결정기준 충족

S사를 비롯해 한국의 두유 제조사들은 베트남 두유시장의 잠재력을 눈여겨보고 현지 진출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실제로 한국산 두유를 마셔본 베트남 소비자들은 콩맛이 진하고 베트남 제품보다 두유 본연의 향미가 풍부하다며 맛과 품질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문제는 가격이었다. 한국의 두유는 중국의 저품질 두유에 비해 품질과 맛이 월등히 우수함에도 불구하고, 가격경쟁력에 밀려 시장 진출에 번번이 실패했다. 소비자가 수긍할 만한 수준의 가격을 책정할 수 있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었지만, 그 벽을 넘어서기는 쉽지 않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K팀장은 더욱 더 FTA에 매달렸다. 품질을 희생해가면서 저가의 대두를 쓸 수 없고, 현지 공장 설립은 대규모 투자와 더불어 장기간을 요하기 때문이었다. 현재의 상황에서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FTA 활용뿐이라고 판단한 K팀장은 지역 FTA활용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아 한-아세안 및 한-베트남 FTA 협정 내용을 철저히 분석했다.

두유제품의 베트남 HS코드는 ‘2202.99-20호(2016년까지는 2202.90-20을 사용)’으로, 최혜국대우(MFN) 관세는 각각 30%이며 한-아세안, 한-베트남 FTA 협정세율은 모두 ‘0%’다. 베트남 정부의 두유 원산지 기준은 ‘역내가치포함비율이 상품의 FOB(본선인도가격) 가격의 40% 이상인 것. 다만, 제1211.20호(인삼) 및 제1302.19호(기타)에 해당하는 물품의 재료는 어느 당사국의 영역에서든 완전 획득되거나 생산된 것에 한정한다’로 명시돼 있었다.

역내부가가치기준(RVC)은 당해 물품이 2개국 이상에 걸쳐 생산된 경우 당해 물품에 대해 일정 수준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한 국가를 원산지로 인정하는 기준을 말한다. 예를 들어 역내 부가가치기준이 가격의 40% 이상이라는 원산지 기준인 볼펜 한 자루 가격이 1만 원일 때 중국산 원재료와 부품의 가격 합이 5000원, 국내에서 제조·가공하는 데 드는 돈이 5000원이라고 하자. 한국에서 수입산 원재료와 부품을 결합해 50%의 부가가치를 창출했기 때문에 ‘한국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두유의 핵심재료이자 생산원가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콩, ‘대두’다. S사를 비롯한 대다수의 국내 두유 기업들은 수입산 대두를 사용해 두유를 생산해왔다. 한국에서 생산된 대두를 사용하면 제품가격을 크게 올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두유는 FTA를 활용할 수 없다는 부정적 인식이 자리 잡았던 것이다.

K팀장도 대두를 제외한 나머지 원재료에 대한 원산지확인서를 협력업체들로부터 확보해 원산지결정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지만, 일부 원재료 또한 수입산이라 원산지기준을 채울 수 없었다. 이에 K팀장은 회사 경영진들에게 이러한 점을 설명한 뒤, 30%의 수입 관세를 내지 않으면 국산 대두를 사용한데 따른 제품가격 인상 효과를 희석할 수 있다고 전향적인 결정을 요청했다. 논의를 거듭한 끝에 경영진은 K팀장의 의견을 받아들여 위험을 안고 대두를 한국산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통해 2015년 S사는 베트남 측으로부터 수출 두유의 원산지를 한국산으로 판정받는 데 성공했다.

업계 최초 1000만불 수출의탑 수상

원산지결정기준을 충족시킨 후 S사의 해외영업팀은 영업 활동을 통해 바이어들에게 FTA 특혜관세를 받을 수 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고, 바이어들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기존 한국 두유의 품질을 익히 알고 있었던 바이어들은 대두를 한국산으로 쓴다는 데에 높은 신뢰감을 나타냈다. 좋은 품질에 중국산 등에 대비 가격경쟁력까지 생기니 S사 두유를 구매하겠다는 의사가 이어졌다.

FTA 활용 후 2015년까지 연간 23억~27억여 원 수준에서 정체상태였던 S사의 수출실적은 2016년 49억여 원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고, 2017년 89억여 원에서 2018년에는 106억여 원을 기록했다. 이에 S사는 2017년 제54회 무역의 날에 ‘500만불 수출의탑’을 수상한 데 이어 1년 후인 제55회 무역의 날에는 ‘1000만불 수출의탑’을 받았다. 1000만불 수출의탑은 국내 두유업계에서 처음 받은 최고액 탑이다. 2019년에도 S사의 수출성장은 이어지고 있다. 현재 회사 전체 수출에서 베트남이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달한다. 또한 베트남과 싱가포르 수입 두유시장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했으며, 2020년에는 베트남 단독 수출액 1000만 달러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S사는 회사를 넘어 한국 두유산업의 성공사례가 되었다. S사의 경험이 전파되어 2015년 이후 한국의 다양한 두유 제품이 동남아시아 시장에 진출하는 계기가 되었다.

S사는 주요 수출국인 베트남이나 싱가포르 이외에도 캐나다, 미국, 유럽 등 다른 FTA 협정국에서도 한국의 두유가 시장을 석권할 수 있도록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하면서 FTA 원산지증명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다.

캐나다의 주요 마켓(T&T)에서 시음 프로모션을 진행했으며, 미국에서는 대형 유통업체 C사의 납품 심사도 완료해 2020년부터 새로운 기회를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K팀장은 원산지관리 시 원재료 공급 협력업체의 협조가 절대적임을 인식하고, 외부 강사를 초빙해 원산지확인서 발급업체에 대한 교육을 수시로 진행하고 있으며, 협력업체의 비용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 지원사업을 연계하는 등 상생 문화를 전파해 나가고 있다.

이와 함께 ◯◯경제진흥원의 ‘FTA 협력업체 사후관리컨설팅’에 참여해 협력사에 대한 자체검증을 수행하는 등 향후 있을 사후검증에도 적극적인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FTA활용정책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