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지관리전담자와 임직원이 합심해 만든 수출 성과

H사 관리부 Y주임은 2014년 11월 원산지관리전담자로 임명되었다. 국내외 고객사들로부터 ‘FTA 원산지증명서’를 요청하는 요구가 늘어나자, 회사가 FTA 프로세스를 도입하려는 조치의 일환이었다.

FTA 업무 프로세스를 조기에 정착시키려면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해 회사 전 임직원들의 관심과 실천 의지가 중요하다. 특히 원산지관리 전담자는 FTA 업무를 지휘하는 핵심 담당자로, 회사 내에서도 능력 있고 적극적인 인재를 낙점하는 경우가 많다.

글로벌 선도업체 T사에 모터 코어 공급

H사는 경상남도 창원시에 본사를 두고 있는 업체로 1995년 설립돼 가전제품과 자동차의 구동 모터 코어 제품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한 수출전문 제조 중소기업이다.

모터 코어는 모터를 조립한 뒤 전기를 공급하면 자기장을 생성하고 이를 기계적 에너지로 변환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부품이다. 모터 코어는 자동차 산업의 대세인 전기 자동차에도 쓰인다. 전기차는 배터리도 중요하지만, 고효율이면서도 가벼운 모터를 제작하는 것이 핵심 기술이다. 모터 효율이 떨어지면 그만큼 주행거리나 가속 성능이 떨어진다. 따라서 모터 코어를 ‘전기차의 심장’이라고 부른다.

Y주임이 원산지관리전담자로 지정된 시기에 H사는 미국 유수의 기업과 향후 10년을 책임질 사업을 위한 새로운 영역에 신규 투자와 생산을 진행하고 있었다.

미국 글로벌 업체 관계자들이 수차례 창원 생산 공장을 방문했고 그 결과 모기업인 T사를 통해 글로벌 전기차 업체인 글로벌 선도업체 T사에 자동차용 모터 코어를 공급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를 통해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가전용 모터 코어 부문에 이어 자동차용 모터 코어 부문의 성장을 도모할 수 있게 됐다.

매출 다변화와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H사는 적극적으로 FTA를 활용하려고 했으나, 사내에 원산지 관련 인력이 없었고, 원산지관리 시스템도 구축되지 않아 애로를 겪었다. 또한, 부분품 생산에 투입된 원재료의 원산지를 파악할 수 있는 원산지(포괄)확인서를 협력업체들로부터 받지 않아 사내의 원산지관리 부담도 계속 높아졌다. 회사로서는 이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했다.

FTA 활용의 핵심 인력 ‘원산지관리사’

정부는 원산지인증수출자 제도를 통해 체계적 원산지관리 및 검증대비를 위한 전담자를 기업 내에 두도록 하고 있다. 원산지관리전담자를 지정하는 이유는 수출업체의 원산지 판정 및 원산지증명서 발급 등 원산지 관리업무를 전문적으로 수행함으로써 FTA 활용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다.

원산지관리 업무의 전문성을 증명하기 위한 자격증 제도는 크게 ‘원산지실무사’와 ‘원산지관리사’로 나뉘며 두 자격증 모두 관세청장의 인정을 받아 국제원산지정보원이 시행하고 있다.

‘원산지실무사’는 원산지 판정을 위한 정보 수집 및 원산지증빙서류 작성하고, 원산지 정보를 수집하는 실무 담당자다. 실무 적응형 원산지 전담인력으로 중소기업의 원산지 실무 담당 인력의 공급을 위하여 만들어진 제도다.

‘원산지관리사’는 원산지 판정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자격을 보유하고 있어 기업 내부 원산지관리전담자가 원산지관리사일 경우 원산지증명능력에 대한 심사를 생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원산지실무사에게 부여하지 않은 원산지판정 및 증명관리책임 역할도 수행한다.

원산지관리사는 ▷FTA 발효국가와 무역거래기업, 관련국 물류업체들에 FTA 특혜관세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지식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출입 관련 기업 현장에서 사업기획, 생산 및 구매전략, 원산지관리실무, 원산지 관리시스템 운영 등의 직무를 수행하며 ▷FTA 특혜관세 혜택을 향유하기 위해 전략적 수출지역 선정, 체약국별 원가개선 효과 분석, 글로벌 생산과 조달 네트워크 구축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원산지실무사 또는 원산지관리사 자격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의 원산지관리전담자는 자사의 원산지관리 이외에도 회사에 부분품이나 원재료를 공급하고 있는 협력업체의 원산지관리도 함께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협력업체들은 직원 수가 적은 영세기업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원산지관리 업무를 전담할 수 없는 상황이 많고, 원재료의 원산지에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낮다. 따라서 구매업체가 협력업체들의 원산지관리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정기적으로 컨설팅하는 한편, 제품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협력업체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해결해주는 역할도 담당한다.

유관기관·협력업체와 FTA 프로세스 도입

회사로부터 중책을 맡은 Y주임은 FTA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실행 계획을 만들고 실천에 나섰다. CEO가 이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Y주임이 추진하는 방안에 회사 전 임직원들이 적극 참여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했다.

Y주임은 지역 FTA활용지원센터 등 유관기관과 완제품 구매업체 등이 실시하고 있는 FTA교육·전문상담·컨설팅 등에 참여해 FTA 프로세스를 익혔다. 또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사내 FTA 전담관리사를 지정, 운영하고 원산지인증수출자 자격을 취득했다.

협력사 동반 컨설팅 등 상생협력 문화정착을 통한 원산지관리 절차도 구축했다. 이와 함께 사내 업무 시스템과 FTA 활용 프로세스를 접목해 업무 효율성을 높였으며, 부서별 업무분장을 통해 FTA 활용도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했다.

2015년 12월 한-중 FTA가 발효되자 H사는 중국시장 진출을 위해 2016년 한-중 FTA 품목별인증수출자 인증을 획득했고, 2017년에는 신시장 개척의 일환으로 한-인도 CEPA(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한-EU FTA 원산지인증수출자를 추가 지정받아 원산지증명서와 원산지확인서를 발급하는 등 FTA 시스템을 독자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협력업체 담당자와의 면담을 통해 주요 투입 원재료 공급처와 원산지(포괄)확인서 작성을 지원하는 등 FTA 컨설팅을 연계로 협력업체들과 상생협력 기반도 마련했다. Y주임은 한 걸음 더 나아가 현재 체결한 FTA 국가 이외에도 향후 체결할 것으로 예상되는 FTA 국가를 대상으로 진출 전략을 도모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들과의 협력 네트워크도 구축했다.

이와 함께 해외마케팅 담당 인력들에도 바이어에게 FTA 원산지 발급을 적극 홍보하도록 독려했다. 과거에는 해외시장 진출을 확대하려고 해도 FTA 프로세스를 마련하지 못해 바이어들과의 협상에서 한계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또 수출 계약을 체결했지만, 협력업체들로부터 투입 원재료 원산지(포괄)확인서를 수취하지 못해 FTA 협정관세 혜택을 받지 못하거나 정확하지 않은 원산지 판정의 위험도가 커서 사후검증 때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컸다. 이는 회사 신뢰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따라서 Y주임은 FTA활용 가능기업이라는 점을 먼저 알리고, 바이어들에게 FTA의 효과를 제시해 그들의 마음을 잡을 수 있도록 했다.

FTA 도입 2년 만에 매출 46% 증가

Y주임의 노력 덕분에 H사는 FTA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가동하자마자 큰 효과를 보게 됐다. 메인인 중국시장 점유율이 확대되는 등 해외 매출이 증가해 회사 전체 매출은 2016년 380억 원에서 2018년 매출 687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매출다변화를 위해 FTA 활용을 추진한 인도 시장도 꾸준한 영업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데다 국내 완제품 업체들의 진출 확대에 따라 중국에 버금가는 매출 실현이 기대된다.

협력업체에 대한 지원을 통해 역내산 원산지(포괄)확인서 수취율을 높였고, 문서의 정확성도 확보해 제품 신뢰도를 높인 것도 긍정적인 성과다. 이와 함께 FTA 전담관리자 지정·운영으로 일자리 창출 및 고용 확대도 이뤄냈다.

H사는 제품의 우수한 품질과 함께 사내 원산지관리 절차 개선 및 안정적 FTA 활용으로 매출과 수출을 늘리고, 사내 원산지관리전담자 지정·운영을 통해 고용창출 효과까지 거둘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사례다. 또한, 협력업체의 원산지관리 지원과 협의를 계기로 구매업체와 협력업체 간 동반 상생 문화를 정착시켰으며, 수출자와 협력기업의 공동 수출증대를 이루는 선순환 체제도 구축했다.

무엇보다도 FTA의 중요성을 회사 구성원들이 인식했다는 점이 의미를 갖는다. 기존 환경에 젖어 있는 직원들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를 꺼린다. 혁신, 개혁, 개선을 외치지만 문화로 발전하지 못한 채 좌초되는 가장 큰 이유다. 도입하면 분명 성공할 수 있다고 하지만, 막상 나에게 일거리가 늘어나고 이익을 얻지 못할지도 모르는데 굳이 왜 해야 하느냐는 거부감이 크다.

CEO의 의지만으로 이를 개선할 수 없다. 반대로 개별 직원의 노력만으로 바꿀 가능성도 매우 낮다. 전 임직원이 함께 이해하고 희생해야 성공할 수 있다.

H사는 CEO가 적극적으로 지원했고, Y주임은 부여받은 업무를 책임감 있고 성실하게 추진했으며, 임직원들은 Y주임의 제안을 받아 자기 일처럼 참여했다. FTA 활용의 성공 여부는 결국 회사 구성원들의 의지에 달려 있다.

한국무역협회 FTA활용정책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