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읽으면 중국이 보인다

kimswed 2019.01.19 06:14 조회 수 : 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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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문가를 자처하며 살아가는 큰 어려움 중 하나는 내가 중국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다. 아무리 중국을 많이 다니고, 중국에 관한 책을 봐도 나는 중국 사람이 아니다. 중국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이 아니라 근원적으로 중국 사람과 한국 사람의 차이가 있다는 뜻이다.


삼일운동 이후 중국에 망명해 해방까지 26년을 중국에서 지낸 김구 선생의 책 백범일지를 보면 비슷한 정서를 느낀다. 백범 선생은 명백히 우리 조국이라는 민족 정체성을 갖고, 자신의 소원은 첫째도 조국의 독립이고, 둘째도 독립이고, 셋째도 우리나라 대한의 완전한 자주독립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한 민족이 가진 정체성은 강하다. 서로 다른 민족적 정서를 가진 상황에서 상대방과 다양한 목적으로 만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이다. 우리가 중국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혹자는 사서삼경 같은 고전을 보라고 말한다. 어떤 이는 마오쩌둥의 책을 보라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누군가 나에게 그런 요청을 하면 딱 한마디를 한다. 바로 중국 소설을 읽으라는 것이다.


만약 외국인이 우리 작가인 한강, 신경숙, 황석영, 김영하 같은 작가를 알게 된다면, 또는 대하소설 작가인 조정래나 박경리 선생을 알게 된다면 그가 한국을 얼마나 잘 이해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면 금세 답이 나온다. 소설을 읽으면 그 시대 그 나라 사람들의 애환은 물론이고 즐거움과 슬픔, 사랑 등을 모두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외국 사람이 우리 당대 작가들의 이야기로 말을 걸어온다면 얼마나 반가울 것인가.


이런 측면을 중국에 대입해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중국 당대 작가들의 소설을 읽는다면 중국인들의 정서를 더 깊고 정확하게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지명도 높은 중국 작가는 <허삼관 매혈기>로 인기를 끈 위화 정도다. 그래선지 ‘중국 소설’하면 공감의 폭이 크지 않다. 하지만 출판사들 노력 덕분에 이미 중국 내에서 알려진 상당수 작가들의 작품이 번역되어 있다. 또 번역의 수준도 나쁘지 않아 큰 곤란 없이 그들 작품 속으로 빠질 수 있다.


문학 작품을 통해 중국을 알아갈 경우 얻어지는 수확은 이밖에도 많다. 우선 중국 사람들의 삶에 가장 깊게 작용하지만, 일상적인 만남에서는 느낄 수 없는 페이소스와 유머를 소설에서는 쉽게 만날 수 있다. 익히 알려진 <허삼관 매혈기>에서 허삼관이 가정을 지키기 위해 온갖 모욕과 비난을 참아내는 모습이나 차오원쉔의 소설 <야풍차> 속 아버지의 모습들도 온갖 시련이나 모욕 속에서 근대를 넘어가는 중국 사람들의 정서를 느낄 수 있다. 그 가장 큰 힘은 유머였다는 것도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당대 소설 속에서 만나는 또 다른 재미는 역사다. 1911년 신해혁명으로 청나라가 무너진 후 군벌시대, 일본 침략, 공산화, 대약진운동, 문화대혁명, 개혁개방, 천민자본주의의 태동 등 복잡다단한 시대가 지속된다.


소설 속에는 이런 시대의 경험들이 너무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영화를 통해서도 만난 이들이 있겠지만 더 내밀한 이야기는 영화보다는 소설을 통해 더 깊게 느낄 수 있다.


소설의 또 다른 매력은 중국 각 지역 사람들의 성격과 문화를 다양하게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위화는 고향인 저장성 사람들의 정서를 가장 잘 느낄 수 있게 하고, 차오원쉔은 장쑤성 사람을, 모옌은 산둥 사람들의 삶을 알 수 있게 한다. 중국의 호남으로 불리는 허난 사람들의 정서는 류전윈이나 옌롄커의 소설에 잘 드러나 있고, 판샤오칭에게서는 베이징 사람들의 정서를 엿볼 수 있다. 지아핑야오의 소설에 있는 샨시처럼 천양천색의 정서가 소설마다 잘 남아있다.


이밖에 소설을 통해 당대 역사의 곡절 속에서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 등으로 흩어진 중국인들의 국제 감각도 쉽게 느낄 수 있다. 프랑스로 건너간 다이시지에, 영국으로 유학한 장리지아, 천안문 사건 이후 미국으로 건너간 다이앤 웨이량 등의 문학적 정서에는 중국인들의 국제 감각이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다.


이렇듯 당대 중국 소설 읽기는 독자들에게 문학적으로도 의미를 전달할 뿐만 아니라 중국을 잘 느낄 수 있는 제대로 된 수단으로서 기능한다. 삼국지나 논어 등 중국 고전도 중국인들과 커뮤니케이션의 좋은 수단이지만 당대 중국 작가들을 잘 안다면 이것은 또 다른 차원의 중국인들을 느낄 수 있는 통로다.


그럼 어떤 중국 작가를 만나면 좋을까. 비교적 쉽고 편하게 만나고 싶다면 차오웬쉔과 쑤퉁에게 우선 접근할 것을 권한다. 차오원쉔은 현대 중국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작가 중 하나다. 그는 1954년 장쑤성 옌청의 농촌에서 태어났다. 문혁의 후반인 1974년 베이징대 중문과에 입학해 모교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니 당대 가장 빼어난 문학가적 두뇌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의 소설은 쉽게 접근할 수 있지만 깊이가 있다. 그중 <안녕 싱싱>으로 시작하는 게 좋다. <안녕 싱싱>은 문화대혁명 당시 농촌으로 하방되어 온 쑤저우 여대생과 소년의 애틋한 우정을 담은 소설을 비롯해 부자간의 사랑, 노인과 소의 질긴 인연을 담아 중국인들의 깊은 정서를 잘 느낄 수 있다.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소설이다.


차오원쉔의 소설 계보는 그와 고향이 멀지 않은 장쑤성 쑤저우 태생의 쑤퉁(苏童)이 이었다. 쑤통은 중국의 63세대로 베이징사범대학을 나와 작가의 길을 가고 있다. 그의 소설은 장이모 감독의 <홍등>으로 작품화된 <처첩성군(妻妾成群)>을 비롯해 <이혼지침서>(离婚指南) 등이 있다. 최근에도 <나 제왕의 생애>나 <참새 이야기>가 번역되어 편하게 읽을 수 있다. 그는 당대 중국인들의 삶을 가장 실제적으로 그리는 작가로 유명하다. 중국인 특유의 해학을 잘 표현하기로도 유명하다.


201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모옌(莫言)도 읽어야 한다. 1955년 산동성 까오미에서 태어났다. 장이모의 영화 <붉은 수수밭>의 원작자이기도 한 모옌은 당국의 금지된 소재에 대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통해서 중국 본토에 있으면서 노벨문학상을 탄 작가다. 앞서서 까오싱젠이 노벨문학상을 받았지만, 그는 프랑스로 망명한 상태였다. 모옌의 대표작 <개구리>는 1970년부터 시작된 계획생육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허삼관 매혈기>로 우리나라에 중국 문학에 관한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위화(余華)는 당대 중국 최고의 작가 중 하나로 차기 중화권 노벨문학상의 가장 유력한 후보다. 1960년 저장성 하이옌에서 태어난 작가는 어릴 적부터 항저우에서 생활한다. 아버지가 의사여서 특유의 포르말린 느낌과 항저우의 겨울 날씨 같은 정서를 소설에 담고 있다.


인구 1억 명이 넘지만 가장 가난한 성 가운데 하나로 알려진 허난성을 알고 싶다면 류전윈과 옌롄커의 소설을 보면 된다.

 

 

 

 

 

 

 

 

 

 

 

 

 

 

조창완

서남해안도시개발  투자유치본부 상무. ㈜한양 등이 추진하는 솔라시도 프로젝트의 홍보, 스마트시티 저널, 투자유치를 담당하고 있다. 중국, 관광 투자유치, 4차 산업혁명 관련 전문 강사로도 활동 중이다. 
저서: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죽기전에 꼭 가봐야할 중국여행지 50 등
페이스북: http://www.facebook.com/changwan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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