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인도 비즈니스가 어려워 보이는 4가지 이유(1)
 
"한나라가 아니다, 폐쇄적인 상인 네트워크도 한몫"
 
▲김문영은 1992년 KOTRA에 입사해 인도에서만 8년 동안 근무한 인도 전문가로 KOTRA 서남아지역본부장을 역임했으며 2021년 8월 귀국하여 현재 KOTRA 인도경제경영연구소장으로 근무 중이다. 저서로 ‘3,000년 카르마가 낳은 인도상인 이야기(2021)’가 있다.
 
인도 비즈니스를 경험해 본 많은 우리 기업인들이 인도 또는 인도인에 대해 ‘속을 모르겠다’, ‘영악하다’, ‘거래 조건을 자주 바꾸고 눈앞의 이익에 너무 몰두한다’, ‘너무나 느리다’, ‘레드테이프가 극심하다’ 등 여러 어려움을 토로한다. 
 
다 맞는 이야기이고 정말 속이 터질 때가 너무 많다. 하지만 지피지기(知彼知己)라고, 우선 인도인의 관점에서 접근해 보자.
 
우선 인도가 한 나라라는 인식에서 오는 오류다. 
 
2000년 이상 한족 중심의 한자문화권을 유지해 온 중국이나 한국과 달리 인도는 70년 전만 해도 한 나라가 아니었다. 
 
한국 면적의 50배를 넘는 남아시아 반도 5000년 역사에는 셀 수 없는 왕조가 각지에 난립했다. 세계사 시간에 배운 마우리아 왕조, 굽타 왕조를 포함해 이 큰 인도아대륙을 통일시킨 왕조는 없었다. 
 
17세기 전후 중국과 자웅을 겨루던 무굴제국도 남부를 굴복시킬 수 없었고, 중부와 북부도 수많은 힌두 자치왕국과 타협을 해야 했다. 대영제국 지배 시절에도 560여 제후국이 난립해 있었고 1947년 인도 독립 후에도 그 후대들의 정치, 경제적 영향력은 인도 정치, 경제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화폐에 표기된 문자만 17개이고 공식 언어만 22개에 달한다. 현재 28개 주는 이러한 인도아대륙의 5000년 넘는 그 복잡한 언어, 인종을 반영한 결과다. 
 
▲인도는 화폐에 표기된 문자만 17개이고 공식 언어만 22개에 달한다. 현재 28개 주는 이러한 인도아대륙의 5000년 넘는 그 복잡한 언어, 인종을 반영한 결과다. 사진은 독립 이전 인도에 흩어져 있던 562개 자치국 지도. 1947년 인도 독립 후에도 그 후대들의 정치, 경제적 영향력은 인도 정치, 경제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구자라트 주 암다바드 파텔박물관(Patel Museum)에서 필자 직접 촬영.
 
무굴 등 북쪽 왕조의 수많은 정복 시도를 견디어 낸 남부의 자존심과 독립심은 거세어 인도인민당(BJP) 등 북부기반 정당이 남부 또는 남서부 주에서 집권할 가능성은 제로다. 남부 어느 상점에서도 북부 기반의 힌디어로 이야기를 건네면 알면서도 대꾸를 안 한다. 
 
몽골계 소수민족 위주의 동북 7개 주(7 Sisters)와 파키스탄, 중국과 영토분쟁 중인 북서부 카시미르 지역의 분리 움직임은 인도 정부의 최우선 관심사다.
 
따라서 대인도 비즈니스나 협상에서 인도를 하나의 나라로, 또는 인도 상인을 한 정체성을 가진 집단으로 대해서는 안 된다. 
 
이들의 근거지가 어디인지부터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다. 적어도 ▷행정과 정치 전통의 북부 ▷상업과 비즈니스 본고장 서부 ▷과학과 기술 성향의 남부 ▷인문과 학문 전통의 동부 등 권역별로 대별해 접근해야 한다.
 
두 번째는 세계 3대 상인으로 지적되는 인도 상인들의 상술과 폐쇄적 네트워크다. 
 
상업을 경시하는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우리 반상체계와 달리 인도 카스트 시스템은 ‘사상농공(士商農工)’ 위계다. 
 
브라만(Brahmin) 사제 지식계급과 함께 상업을 담당하는 바니아(Baniya) 상인계급은 5000년 인도 카스트 역사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발휘해 왔다. 
 
현재도 14억 인구의 약 4%인 6000만 명이 브라만, 3%인 4000만 명이 바니아 그룹으로 추산된다. 우리기업이 대인도 비즈니스와 관련해서 접촉하게 되는 대부분은 이들 바니아 상인집단이다. 
 
이들 바니아 그룹은 3000년 넘게 사업, 장사 외길을 걸어 왔고, 돈을 모으고 불리는 문화와 기법이 대를 이어 DNA에 각인되어 있다. 
 
인도 10대 부자의 9할, 100대 기업의 90% 이상이 이들 바니아 출신이다. 철강, 자동차, 통신, 에너지 등 전통산업은 물론 전자상거래, 핀테크, 인공지능 등 신산업, 신기술 분야 절대 다수도 바니아 출신이다.  
 
인도 상인의 본류이자 주류인 마르와리(Marwari·북서부 라자스탄 지역)와 구자라티(Gujarati·서북부 Gujarat 지역) 간 경쟁과 알력도 극심하다. 
 
▲인도의 바니아(Baniya) 상인계급은 5000년 인도 카스트 역사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발휘해 왔다. 14억 인구의 약 3%인 4000만 명이 바니아 그룹으로 추산된다. 우리기업이 대인도 비즈니스와 관련해서 접촉하게 되는 대부분은 이들 바니아 상인집단이다. 사진은 인도 상인의 본류이자 주류로 꼽히는 마르와리(Marwari)의 본거지 라자스탄(Rajastan) 주 Junjunu의 마르와리 고택. 필자 직접 촬영
북서부 외부세력의 대인도 진격로 한 복판에 위치한 곳이 시크교로 유명한 펀잡(Punjab) 지역이다. 북인도의 터줏대감 펀자비(Punjabi) 상인집단의 적응성과 빠른 대처능력은 유명해서 타지역 상인들이 이들과 거래할 때 별도의 주의를 기울인다. 
 
반면, 이란계 이주 소수민족의 파르시(Parsi)와 불살생 교리에 기반한 자인(Jain) 상인집단은 우리나라 개성상인 못지않은 신뢰로 정평이 나 있다. 
 
북부 또는 서부의 인도의 전통상점을 가거나 집을 구할 때, “당신의 예산이 얼마냐”, “얼마짜리를 구하냐”는 질문부터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다. 
 
상대방의 가용예산이나 용의를 우선 파악한 후 고무줄 가격대의 자신의 최고가부터 던지기 시작한다. 
 
어수룩한 고객으로부터 터무니없는 가격을 받아도 죄책감은 없다. 몇 년 장기고객인 나에게 주는 조건과 가격이 신규 고객보다 나쁨을 확인하고는 밀려오는 배신감에 허탈해 하는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가족과 친척, 그리고 커뮤니티 일원에 대해서는 각별하다. 집단 내 신용에 대해서는 평생을 통해 지키는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돈에 천착하는 폐쇄적인 커뮤니티 집단이다. 
 
5000년 인도아대륙의 급변하는 생존환경과 카스트 질곡이 단련하고 축적시킨 가족·커뮤니티에 대한 각별한 애정은 반대로 밖의 세계와 사람에 대해서는 경쟁, 쟁취 대상으로 표출되는 듯하다. 
 
상도도 상문화도 지역마다 다르고, 상인집단별로 천차만별이다(졸저 ‘3,000년 카르마가 낳은 인도 상인이야기’ 참조). 
 
대인도 비즈니스에 있어 가장 큰 진입장벽은 이와 같이 돈에 천착하는 폐쇄적 상인집단이다. 물론 어렵고 인내를 요구하는 과정이다. 
 
“10여 년 전 뉴델리에서 사업을 시작할 때, 고교 동창이 돈도 안 받고 자신의 큰 별장을 조건 없이 몇 년간 제공해 주었다. 또 그가 연결해 준 든든한 자인(Jain) 커뮤니티를 통해 인도 코로나 바이러스 격랑을 헤쳐 나갈 수 있었다.” 아버지 직장관계로 인도 현지에서 고등학교, 대학교를 마친 어느 재인도 사업가 이야기다. 
 
어려워서 그렇지 일단 그 선을 넘거나 경계선에라도 있다면 이렇게 고구마 줄처럼 연결되는 상인 커뮤니티 집단은 소속원이 가진 대체불가의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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