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순도 알루미늄 기술로 강소기업 일궈

메탈링크 : 구재관 대표이사

메탈링크는 전선을 만드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전선제조에 쓰이는 기본 설비는 물론 강선(鋼線)과 알루미늄 소재를 전선 회사에 공급하고 있다. 구재관 대표이사는 “살아온 이야기를 다 쓰자면 며칠 밤을 새워도 모자랄 만큼” 온갖 경험을 겪어가면서 현재의 회사를 일궜다. 그의 고향은 경남 통영. 이순신 장군을 모시는 사당인 제승당 뒤쪽에 위치한 마을이다. 그는 단 일곱 가구뿐인 빈한한 마을에서 자라났다. 금속 분야와 인연을 맺은 것은 한양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대한전선 연구원으로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다.
“입사할 때 소재를 만지고 싶은 마음에 ‘자재과’라고 적었더니 그게 총무과라고 하더라고요. 그 정도로 세상 물정을 몰랐습니다.(웃음) 다행히 연구소로 발령이 나 정말 열심히 일했습니다. 일주일에 사흘은 밤을 샐 정도였으니까요.”
  

안산 창업보육센터 1호로 창업, 그리고 실패
고순도 알루미늄 공정을 국내 최초로 개발한 팀의 실무 담당이었던 그는 이를 사업화할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팀장에게 제의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게 되자 자신의 기술을 무기로 창업을 결심했다. “사표를 쓰기로 마음먹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때마침 아파트 입구에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창업보육센터를 만들어 공장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공고문이 붙어 있었습니다. 당장 그날 밤을 새가면서 사업계획서를 만들었고 운 좋게도 10대 1의 경쟁을 뚫고 2등으로 당선됐습니다. 경기도 안산 창업보육센터 1호로 입주했지요.” 그는 창업보육센터 안에 실험용 알루미늄 로(爐)를 설치하는 한편 경기도부평 근처에 200㎡ 규모의 조그마한 공장을 따로 마련해 직접 운영했다. 그리고 지속적인 마케팅 결과 대기업에 고순도 알루미늄 소재를 납품하는 기회도 얻었다.
“알루미늄 괴를 잉곳(Ingot)이라고 하는데 해외에서 수입해온 잉곳의 순도를 99.7%에서 99.95%까지 높인 것이 바로 고순도 알루미늄입니다. 필름 소재를 만드는 대기업에 시제품을 납품했지만 정식 납품으로는 이어지지 못했어요.” 대기업에 정식으로 납품하려면 은행의 보증서가 필요했다. 하지만 창업한 지 불과 1년밖에 안 된 시점이어서 자신의 기술 외에는 빈손이었다. 문제는 또 있었다. 연구만 알았지 생산, 재무 등에는 문외한이었던 탓에 회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결국 1년 만에 사업을 접고 말았다. 

재창업을 위해 10년간 칼을 갈다
하지만 그는 좌절하는 대신 새로운 목표를 설정했다. “경영에 필요한 모든 것을 직장에서 배우자는 다짐이었죠. 10년 동안 직장에 다니면서 경험을 쌓은 후 재창업하기로 마음먹고 조그만 중소기업에 입사해서 생산, 관리, 영업, 회계 등 가리지 않고 일했습니다. 그때 정말 많이 배웠던 것 같아요.” 중소기업에서 일할 당시 개발한 제품이 바로 강선에 알루미늄을 입힌 알루미늄 피복강선이다. 히타치에서 100% 수입하던 제품을 국산화한것. 국산 제품인 피복강선을 팔기 위해 직접 영업에 나섰다.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시장도 두드렸다. 자신의 회사를 경영하기 위해서라도 수출 업무를 경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종합상사를 통해 수출하려고 했지만 중소기업에서 만든 제품이라서 그런지 눈도장을 받기가 어려웠습니다. 고민 끝에 코트라(KOTRA)에 의뢰해서 전 세계 전선 업체 리스트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매일 밤 업무가 끝난 후 팩스를 보냈어요. 1년간 계속했더니 딱 한 곳에서 답변이 오더군요. 그때는 그렇게 큰 회사인 줄도 몰랐습니다. 바로 지멘스였어요.”
샘플 납품을 했지만 클레임이 걸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독일의 지멘스공장으로 날아갔다. 해결방안을 충분히 설명하니 뜻밖에도 100억 원어치의 물량을 주문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지멘스가 의뢰한 샘플을 납품한 회사 모두가 같은 클레임이 걸린 것이었습니다. 미주는 물론 유럽 회사에서도 똑같은 문제가 발생했던 거죠. 그런데 그 해결방안을 가장 잘 설명한 것이 바로 저였다고 합니다. 지멘스 입장에서는 처음으로 아시아권 제품을 써봤는데 미주나 유럽 제품과 비교할 때 품질 수준이 떨어지지 않아,클레임만 제대로 해결할 수 있다면 가격도 괜찮다는 평가를 한 것 같습니다.” 지멘스와 계약한 후 제품을 내보내는 시기가 IMF와 맞물렸다. 환율
이 800원에서 1,500원까지 뛰어오르면서 회사가 대박이 났지만 그에게는 별다른 보상이 없었다. 좌충우돌 자신의 일에만 몰두한 탓에 진급에서도 누락됐다.
“회사 내에서는 어려운 일이 많았지만 알루미늄 소재 분야만큼은 제가 ‘세계 최고’라는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때마침 캐나다 몬트리올에 본사를 둔 인트랄이라는 회사에서 파격적인 제의를 해왔어요. 같이 일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금형의 길이를 알아맞히는 구두시험(?)에 통과한 후 정원이 있는 저택과 프랑스어 개인 교사, 개인 변호사까지 딸린 그의 캐나다 생활이 시작됐다. 2000년에는 아시아인 최초로 캐나다 퀘벡 과기부 장관이 수여하는 기술 장인 인증서를 받기도 했다.
캐나다에서 일하는 동안 그의 자신감은 더욱 커졌다. 같은 기계도 어떻게,누가 관리하느냐에 따라 생산량이 2배 이상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사업을 재개하기 위한 실질적인 바탕도 마련했다. 기술 장인 인증서도 재창업에 큰 힘이 됐음은 물론이다.
제2의 도전, 거칠 것 없이 성장 중 캐나다에서 3년 반 동안 일한 후 귀국한 때가 2006년이었다.